Tumgik
johyunhu · 4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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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사온 시장표 통닭으로 가츠동을 해먹었다. 먹다 남은 살점을 뜯고, 양파를 채 썰어 간장, 설탕과 함께 끓였다. 살짝 푼 계란 두개를 풀고 마무리. 요리를 잘 해먹지는 않지만, 가끔씩 간단한 요리를 해서 정성스런 밥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서울에서 살 때에 퇴근 후 느꼈던 집의 적막함과 매번 끼니를 해먹어야하는 수고스러움에 지쳤던 적이 있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가끔 그 시절이 그리울 때가 있다. 좁은 공간에 덩그러니 놓여진 날 것의 나의 모습이 보인다. 그 때 참 힘들었어. 
오늘 한 때 매일 붙어 다녔던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비교적 늦게 서울살이를 하고 있는 친구는 내가 자주 갔었던 동네의 큰 서점을 갔다가 내 생각이 나서 전화를 했단다. 날 것의 내가 혼자 돌아다녔던 곳들. 그 곳을 오랫만에 떠올렸다. 외롭고 쓸쓸하다는 친구의 말이 와닿아 가슴 한켠이 찌릿했다. 그동안 신경 못 써준 것도 미안했는데, 너스레만 떨다가 전화를 끊었다. 
요새 메로, 히로가 많이 운다. 집사로서 자격상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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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yunhu · 4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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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오랫동안 쓰지 않았다. 근 1년 동안 많은 것들이 변했다. 글을 쓰지 않으니 그 시간들이 ‘많은 것'으로 밖에 표현이 되지 않는다는게 슬펐다. 가끔이라도 나의 감정들을 글로 남겼더라면. 눈빛도, 기시감도, 줏대도, 변명거리를 찾는 게으름도 저 멀리 날아가버렸다. 이 순간 나는 아무것도 아니게 되었다. 글을 자주 썼다면, 달라질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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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yunhu · 4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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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모임의 가입조건은 3개월 내 읽은 책의 독후감
사진책 출판사인 사월의눈에서 출판한 마생을 읽었습니다. 쨍한 녹색컬러의 표지와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이미  출판인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책이었죠. '이쁜 책들을 놓아두는 칸'에 고이 모셔두고는 매번 감상만 했습니다. 이번을 계기로 '또 읽고 싶은 책들을 놓아두는 칸'으로 옮겨야할지를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유행은 덧없는 욕망처럼 시간의 풍파를 견디지 못한다. 마생이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것은 어쩌면 장인정신인지 모른다. 장인이란 내면에 간직한 열정이라는 촛불을 꺼뜨리지 않는 사람들이다. 장인과 예술가 사이에는 아무런 본질적 차이가 없다." 소설가, 에세이스트, 어린이책 작가, 그래픽 디자이너, 타이포그래피, 출판인 등 다양한 활동을 했던 마생의 인생을 책에서는 열정의 끊임없는 변주곡이라 말합니다.
1964년에 마생은 이오네스코로부터 대머리 여가수 극본의 편집을 제안받게되고, 스무번 넘게 연극을 관람하며 배우의 발음, 억양, 침묵까지 완벽하게 숙지합니다. 마생은 앙리 코엔의 무대 의상을 입은 배우를 촬영하고, 흑백사진에서 중간톤을 없애고 인물을 단순화 시킵니다. 그리고 각각의 캐릭터에 걸맞은 서체를 고릅니다. 마틴 부부는 그로테스크한 고딕체, 스미수 부부는 플라틴체, 여자배우들은 이탤릭체, 남자배우들은 로만체... 그들의 대사와 몸짓을 책에 물성에 입혀 글자의 잉크 번짐, 금속이 마모된 듯한 서체로 배우의 음색과 뉘앙스를 표현합니다. 사진책의 성격답게 마생의 익살스러운 얼굴, 작업실이 비치된 오래된 골동품들, 디자인 레퍼런스로 활용될 법한 책들과 작은 포스터들을 소소하게 보여줍니다. 또한 마생이 작업해온 책들을 사진과 함께 과정을 중점으로 소개합니다.
이쁜 책이라서 고이 모셔두기만 하기에는 아까운 책이었습니다. 상당히 읽기가 쉬웠는데, 그 이유가 '마생의 성향'과 밀접해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흔한 국내 책들의 띠지라던지, 마생의 일대기를 대대적으로 소개하는 홍보성의 글이 뒷면 하단에 배치되던지 하는 일종의 대형 출판사의 기획단계에 속해져있지 않습니다. 또한 익살스러운 표지와 책의 물성(표지의 재질과 색상, 후가공의 방식 등), 내지의 흐름과 서체의 사용, 사진의 배치 또한 위인을 대하는 근엄함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친절하고 따뜻한, 사려깊은 디자인이라고 할까요. 마생이 따뜻한 차 한잔을 대접하며 '나 이�� 사람이었네' 하고 말하는듯 했습니다.
양식(매체)은 메세지의 내용을 침해할 수 있으므로 내용에서 추출해야 하며 맥락에 맞게 결정되어야 한다. 오늘날 매킨토시의 경우에서 보듯이 "새로운 것을 갖고 새로운 것을 만들기"는 항상 양식을 만들어 왔다. 하지만 마생이 경고하는 것은 유행에 관한 것이다. 그는 콕토의 말을 인용한다. "유행에서 뒤떨어지는 것이야말로 유행이다"
요즘은 '클릭 몇번' 이라는 관용구가 생길 정도로 쉬운 세상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만큼 유행도 빨리 변해가고, 따라가려고 혈안이죠. 좋은 물건(대상)들은 많지만 진정성 담긴 물건(대상)은 보기가 힘듭니다. 아니, 진정성 담긴 물건(대상)은 항상 그 자리에 있지만, 유행의 물결에 타느냐에 달려있다고 할까요. 고유하게 쌓아온 본인만의 색을 유지하며, 좋은 물건(대상)을 찾아나서는 행위가 생겨날때 마생같은 사람이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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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yunhu · 4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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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랑
한 해를 회사를 다니지 않고 지냈다. 간혹 엄마의 일을 도와주면서 생활비를 충당했고, 어렴풋한 목표점을 둔 체 일상을 내버려두었다. 편한 사람들을 만나고, 평소보다 잠을 많이 잤다. 무거운 짐을 자주 들고, 잠을 오랫동안 자서 허리통증을 얻었다. 엄마의 일이 마무리되고, 준비하던 일을 하기 시작했다. 자주 우주에 관련된 유튜브를 봤다. 그동안 벌어둔 돈으로 근사한 옷을 샀다.  눈을 뜨면 행복한 날들이 있었다. 수업을 듣기위해 계단을 오르는 헐떡임조차 설레임이 동반되어 있었다. 매번 새로운 것들을 찾았고, 취향을 넓혔다. 어느덧 같은 것을 되풀이하는 것에 싫증이 났다. 이리로 가도, 저리로 가도 같은 풍경이었다. 허울을 떨쳐버리고 싶었다. 될 수 있으면 새로운 일을 찾고, 그럴 수 없을 때에는 익숙해진 것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꽤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는데, 느슨한 사고방식의 결과로 만성 허리통증을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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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yunhu · 4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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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가는 꿈을 많이 꾼다. 집에서 일을 많이 하고 밖을 잘 나가지 않으니, 머무르는 공간을 잊고 새로운 공간에 가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게 아닐까. 꿈이 아니더라도 평소에 여행에 대한 생각을 하는데, 일어나자마자 맡게되는 냄새, 걸어보지 못한 거리, 평소에 보지 못했던 상점과 물건들을 떠올린다. 두 달간 해야할일들이 있어서 여행계획을 짜지 않아도 만만한 여행지를 생각하고 있다. 혼자라서 묘한 긴장감이 들테고, 밤 늦게 돌아다니며 든든한 척 할 필요없이 숙소로 돌아가 다음날의 여행을 위해 푹 자두면 된다. 혼자서 떠나는 여행이 두근대는 이유는 혼자서 여행을 가본 경험이 없어서다. 이동수단의 적막함을 혼자서 견뎌내고, 여행지까지의 비행에서는 태연한 짧은 잠을 자고, 멋쩍은 얼굴로 체크인을 하고, 처음 걷는 거리를 걸으며 사진을 찍는 모습이 그려진다. 
여행을 하는 내 모습이 3인칭으로 꿈에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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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yunhu · 4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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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의 흐름대로 글을 써봐야지 하고는 네이버 블로그를 단장하고 예전에 올려뒀던 포스트들은 꾹꾹 합쳐서 비공개로 돌려뒀다. 흡사 1년이 지나고 발견한 해지난 다이어리를 쭉쭉 찢어내 새 다이어리를 쓰려는것처럼. 대구에 내려온지도 1년이 지났다. 코끝이 시리고 아침마다 목이 컬컬한것이 대구의 겨울이 다가옴을 느낀다. 예전 딱 이맘때쯤 나는 물에 푹젖은 생쥐마냥 갈 곳 없는 눈으로 두리번 거리며 작은 탈출구를 찾고 있었는데, 지금은 스물스물 언제 그랬냐는듯 꽤나 깨끗하게 털갈이를 했다. 있었던 일을 애써 기억해내서 회상하고 없애기를 반복했던 예전과는 달리 시간에 묻혀보내는 방법을 알게되었다. 최근에는 '너 왜 이렇게 됐어' 라는 말을 듣게 된적이 있었는데, 순간 '내가 원래는 어땠는데?'라고 되묻고 싶었다. 머리 속에 멤도는 특정 단어들이 있었는데 몇 달간 계속 그 단어를 찾아헤맸다. 단어들의 나열이 다양한 가지로 뻗어나갔었는데, 주워담으려고하니 하나도 기억이 나질 않아서, 그래서 의식의 흐름대로 뭐라도 써야지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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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yunhu · 7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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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yunhu · 7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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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yunhu · 7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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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yunhu · 7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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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f5wCZ0-3Eos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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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yunhu · 7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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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도 좋고 디피도 좋고 올해 전시 중 가장 좋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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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yunhu · 7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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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pC6tPEaAiYU에서)
멋집니다. 멋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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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yunhu · 7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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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들어맞는 것은 없다는 걸. 
용도를 알 수 없는 나무계단 둥근 홈에 백원짜리 동전을 꽂은 뒤 우연히 맞는 것에 흡족하다 다시 빼서 주머니에 넣는 것을 잊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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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yunhu · 7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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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크면 잊혀질 행복할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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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yunhu · 7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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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인트장인이 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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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yunhu · 7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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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다 마주한 이쁜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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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yunhu · 7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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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까지  
1. 유스 2. 레퀴엠 3. 아이 오리진스 4. 클로저 5. 최악의 하루
1. 발칙한 현대미술사 2.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3. 페르세폴리스
1. 해쉬스완 - Shangri la 2. 윌콕스 - Have a good time 3. 혁오 -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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