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mgik
cupidtrick · 7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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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강력하게 끌리게 되는 것은 수량화,일반화할 수 있는 외면적인 아름다움이 아니라 그 여자의 깊숙한 곳에 있는 보다 절대적인 무엇인가이다. 나는 어떤 특이한 성격의 사람들이 집중호우나 지진이나 대정전을 남몰래 좋아하는 것처럼, 이성이 나에게 뿜어내는 그와 같은 종류의 강렬하고 은밀한 무엇인가를 좋아했다. 그 무엇인가를 여기에서는 '흡인력'이라고 부르기로 하자. 좋아하고 좋아하지 않고에 상관없이 어쩔 수 없이 사람을 끌어당기고 빨아들이는 힘이다.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무라카미 하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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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pidtrick · 7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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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녀의 몸을 녹여주거나 머리칼을 조용히 어루만지거나 하는 게 좋은 것이다. 그녀가 잠결에 내는 작은 숨소리를 듣거나, 아침이 되어 그녀를 회사로 보내거나, 그녀가 계산한 전화요금 청구서를 받아들거나, 커다란 내 파자마를 그녀가 입고 있는 걸 보거나 하는 것이 좋은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은 막상 말하려고 들면 한마디로 잘 표현되지 않는다. 사랑하고 있는 건 물론 아니고,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무라카미 하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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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pidtrick · 7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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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어떤 여자와 동침하면 좋은가를 알고 있었다. 그리고 누구와 동침할 수 있으며 누구와 동침할 수 없는가도 알고 있었다. 누구와 동침해선 안되는지도. 나이가 들면 그런 것을 자연히 알게 되는 법이다. 그리고 언제가 끝낼 때인지도 알고 있었다. 그런 것은 아주 자연스럽고 쉬운 일이었다. 아무도 상처 받게 하지 않았고, 내쪽도 상처 받지 않았다. 그 조이는 듯한 가슴의 떨림이 없을 뿐이었다.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무라카미 하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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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pidtrick · 7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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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중 단 한 번이라도 하늘을 쳐다보지 않거나 활기에 가득 찬 좋은 생각을 떠올리지 못하는 사람처럼 불쌍한 사람은 없다. 노역하러 가는 도중에 머릿속에서 좋은 시구를 반복해 읊거나 멋진 가락을 콧노래로 흥얼거리는 죄수는 이미 오래전부터 그저 아름답기만 한 것과 달콤한 매력들에 지겨워진 사람들보다 더 마음속 깊이 위안이 되는 아름다움을 지닌 사람이다. 만약 슬픔에 잠겨 당신이 가진 것들한테서 멀리 떨어져 있다면 이따금 좋은 구절을, 한 편의 시를 읽어보라. 아름다운 음악을 기억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당신의 삶에서 느꼈던 순수하고 좋았던 순간을 기억해보라! 만약 그것이 당신에게 진지해진다면 그 시간은 더 밝아지고, 미래는 더 위안이 되며, 삶은 더 사랑할 가치가 있는 기적이 일어나는 것을 보게 되리라!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 헤르만 헤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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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pidtrick · 7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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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 힘겨운 상황에 부닥칠 때 비로소 사람의 본성은 감춰지지 않고 드러난다. 각자가 정신적이거나 이상적인 것과 맺고 있는 관계도 마찬가지다. 비록 맛을 보거나 만질 수는 없지만, 익숙하게 뒷받침해주던 외적인 삶이 사라지거나 흔들릴 때 비로소 그 모든 것은 참모습을 드러낸다. 인생에서 큰 시험을 치를 때에야 비로소 사람은 이상적인 선을 위해 사는 사람보다는 죽는 사람이 더 많다는 기이한 경험을 하게 된다.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 헤르만 헤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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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pidtrick · 7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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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는 여러 가지 어려운 일, 슬픈 일들이 있다. 그래도 때때로 꿈이 현실에서 실현되고 충족되는 가운데 찾아오는 행복이 있다. 그 행복이 결코 오래가지 않는다 해도 그런대로 괜찮을 것이다. 이 행복은 잠시 동안은 참으로 그윽하고 아름다운 향기가 난다. 한곳에 머무를 수 있는 고향이 생긴 기분, 꽃들과 나무, 흙, 샘물과 친해지게 되는 기분, 한 조각의 땅에 책임을 지게 되는 기분, 오십여 그루의 나무와 몇 그루의 화초, 무화과나무나 복숭아나무에 대해 책임을 진다는 기분은 그런 것이다.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 헤르만 헤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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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pidtrick · 7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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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이 낀 채 수많은 가닥으로 나뉘어 조용히 자신 속에서 움직이는 하늘이 내 마음속에 비치거나, 또는 반대로 하늘에서 내 마음의 형상을 읽어낼 수 있을지는 도저히 알 수 없다. 때때로 그 모든 것은 불확실해 보인다! 어떤 날에는 오래되고 신경이 예민한 시인이자 방랑자의 감성을 가진 나보다 더 섬세하고 자세하고 충실하게 공기와 구름의 분위기, 색채의 울림, 향기와 습기의 움직임을 관찰 할 수 있는 사람은 이 지상에 없다고 확신한다. 그러다가도 오늘 같은 날이면 나는 과연 무엇을 보고, 듣고, 냄새를 맡았는지, 내가 인지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이, 내 내면의 삶이 밖으로 투영된 영상에 지나지 않는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 힘든 시절에는 수동적으로 향유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하면서 자연에 몰두하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우리 같은 시인들은 무엇보다도 동시대의 사람들이 겪은 것들을 표현해야 할 사명이 있다. 그리고 그것은 단지 들어서가 아니라 직접 체험해서 알게 될 때에만 할 수 있다. 그것이 격앙된 방식이나 감성적인 방식으로 표현되든, 아니면 우습거나 탄식하는 방식으로 표현되든 어떤 경우에라도 필요하며, 외롭게 어린아이의 걸음으로 발전해가는 인류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어야 한다. 오늘 겪는 커다란 고통은 우리에게 모든 민족과 모든 종류의 존재와 고통을 포용하는 연대감을 부여한다. 견디기 어려운 것일지라도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말로 표현되어야 한다.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 헤르만 헤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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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pidtrick · 7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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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여름의 태양이 뜨겁게 내리쬐면, 포도송이는 단단해진 잎사귀들 속에서 푸른색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밤에는 서재의 등불 주위로 수천 마리의 작은 나비들이 보석처럼 반짝이며 날아다닌다. 흰무늬 노랑나방들과 풍뎅이들이 윙윙거린다. 아침이 되면 정원에서 흐리게 반짝이는 커다란 거미줄 사이에 맺힌 이슬방울이 어느새 가을의 빛깔을 머금고 있다. 그리고 한 시간쯤 지나면 땅과 식물세계는 침묵 속에서 전날 받아들인 열기를 수증기로 발산한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이런 날들을 나는 어린 시절부터 무척이나 사랑했다. 이즈음이면 자연의 온갖 부드러운 소리를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감수성은 충만해진다. 내 호기심은 잠깐의 유희를 펼칠 갖가지 색채들을 향해 달려간다. 그리하여 사소하게 벌어지는 하찮은 일들까지도 모두 사냥하듯 귀를 기울이고 엿듣는다. 이 모든 것들이 다시 소중한 것으로 다가와 내게 말을 건다. 예전에 내가 어린 소년이었을 때 느꼈던 것들이다. 오래전에 사라진 무수한 여름의 영상들이 내 안에서 다시 생생하게 나타난다. 이따금 변덕스런 내 기억 속에 반사되어 숨을 쉰다.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 헤르만 헤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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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pidtrick · 7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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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원하는 것을 정할 때는 세 가지 기준을 만족시키는 문장으로 적어야 한다. 첫째, 부정형 문장이 아닌 긍정형으로둘째, 타인이 주어가 아니라 '나'가 주어인 주체형으로  셋째, 과거 시점이 아닌, 미래 시점으로 적어야 한다.
자존감 수���, 윤홍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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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pidtrick · 7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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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냐 주인이냐 "스스로 자기 자신을 돌보지 않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 자신을 돌보도록 만들지. 그는 종이거나 주인이야. 종과 주인은 이처럼 거의 차이가 없어. 종과 주인은 서로에게 종과 주인일 따름이지."생각하는 사람 코이너 씨는 말했다. "그럼 자기 자신을 스스로 돌보는 것이 올바른 것인가?""스스로 자기 자신을 돌보는 사람은 아무것도 돌보지 않지. 그는 그 누구의 종이 아니며, 그 어떤 것의 주인일 수도 없어." "그럼, 자기 자신을 스스로 돌보지 않는 것이 올바른 것인가?" "그렇지. 다른 사람이 돌볼 빌미를 주지 않는다는 것은 자기 자신이 아닌 그 어떤 것에도 봉사하지 않거나, 자기 자신이 아닌 그 어떤 것도 다스리지 않음을 뜻하지."  생각하는 사람 코이너 씨는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생각이 실종된 어느 날, 베르톨트 브레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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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pidtrick · 7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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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치 생각하는 사람은 여자 친구가 사치스럽다며 자주 뭐라고 했다.  언젠가 그는 여자 친구가 구두를 네 켤레나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내 발은 종류가 네 개거든."여자 친구가 이렇게 변명했다. 생각하는 사람은 껄껄 웃으며 물었다. "한 켤레가 망가지면 어쩌려고?" 그러자 그녀는 남자가 아직도 문제의 본질을 깨닫지 못했음을 감지하고 이렇게 말했다.  "아, 잠시 착각했네, 내 발은 종류가 다섯 가지야."  이로써 생각하는 사람은 마침내 깨달음을 얻었다.
생각이 실종된 어느 날, 베르톨트 브레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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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pidtrick · 7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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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못의 문제어떤 여학생이 코이너 씨의 태도가 한결같지 못하다고 불평했다. "아마도"하고 그는 변명의 운을 뗐다. "네 아름다움을 너무 빨리 주목하고, 너무 빨리 잊은 모양이구나. 어쨌거나 이것은 너와 나의 문제지, 달리 누가 잘못했겠니?" 그러면서 그는 여학생에게 자동차 운전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일을 상기시켰다.
생각이 실종된 어느 날, 베르톨트 브레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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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pidtrick · 7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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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것이 다른 것보다 낫다. 인간은 서로 다른 것보다 같은 쪽이 좋다. 같은 사람들은 서로 마음에 들어 한다. 다른 사람들은 같이 있으면 지루해한다.
생각이 실종된 어느 날, 베르톨트 브레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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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pidtrick · 7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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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사랑인가? 여배우 Z가 불행한 사랑 때문에 자살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코이너 씨는 말했다. "그녀는 자신을 사랑한 탓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거야. X를 그녀는 어차피 사랑하지 않았어. 사랑했다면 그에게 그런 일을 저지르지 않지. 사랑은 무엇이든 베풀고자 하는 것이지 받으려는 희망이 아니야. 사랑은 상대방의 능력으로 무엇인가 만들어 내는 예술이지. 사랑을 위해서는 상대를 존중하고 관심을 가져야 해. 이런 것은 언제든 할 수 있지. 사랑받고자 하는 지나친 요구는 진정한 사랑과 거의 관계가 없어. 자기애는 언제나 자살의 특성을 가지지." 
생각이 실종된 어느 날, 베르톨트 브레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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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pidtrick · 7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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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도의 민감성은 인격을 풍요롭게 만든다. 단지 비정상적이고 어려운 상황에서만 이러한 장점이 매우 심각한 단점으로 바뀐다. 그것은 민감한 사람들의 침착하고 신중한 성향이 갑작스러운 상황으로 인해 혼란을 겪기 때문이다. 그러나 극도의 민감성을 본질적으로 병적인 성격의 구성 요소로 간주하는 것은 심각한 오류다. 그렇다면 우리는 인류의 4분의 1을 병적인 사람으로 규정해야 할지도 모른다. -카를 구스타프 융
센서티브, 일자 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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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pidtrick · 7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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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한 조명보다 이런 어스름 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더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사실 나는 땅거미가 지는 해질 무렵을 너무도 사랑했다. 하루 중에서 무언가 굉장한 일이 닥칠 것만 같은 기분에 젖는 유일한 순간이었다. 이런 불확실한 시각에는 모든 거리와 장소가 평소보다 더 근사해 보였다. 사람들의 표정도 명상에 잠긴 듯 온화해졌고, 그 순간만은 나 역시 아름다운 청년이 된 것 같은 환상에 빠졌다. 거울이나 상점 진열창을 힐끗거리면 주름살 하나 없는 내 모습이 보였고, 놀란 내 손가락들이 얼굴을 더듬었다..... 날마다 해질녘이면 아름다움을 향해 가는 문이 열렸다. 반쯤 열린 난로 속에서 잉걸불이 붉게 타올랐다. 집시 여자가 일어나 다시 장작을 집어넣었다. 카렐 광장에 자리한 성당의 이그나티우스 로욜라 성인처럼 그녀의 몸이 금빛 후광으로 빛났다. 그녀는 내 몸 위에 길게 엎드려 내 얼굴을 들여다보면서 손가락 하나로 내 코와 입술 선을 따라 그리며 간간이 입을 맞추었다. 우리는 손으로 모든 것을 말하며 망가진 쇠난로에서 타는 불똥을 응시하면서 그렇게 누워 있었다. 난로는 꺼져가는 장작이 나선형 불빛을 토해내는 동굴처럼 보였다. 우리는 그렇게 영원히 사는 것 외에는 달리 바라는 것이 없었다. 이 모든 것에 대해 이미 오래전에 서로 합의를 본 것 같았다. 이 세상에 함께 온 우리는 한 번도 서로를 떠난 적이 없었던 것 같았다.
너무 시끄러운 고독, 보후밀 흐라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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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pidtrick · 7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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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문 안에 앉아 있는 내가 아직 겨울이다. 겨울이다, 하고 생각하는 사이에 봄은 어느새 내 마음을 흔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내 명상은 아무리 앉아 있어도 형태를 이루지 못했다. 붓을 들어 쓰려고 하면 쓸거리가 무진장 있는 것 같기도 하여 이것을 쓸까 저것을 쓸까 하고 망설이기 시작하면 이제 뭘 써도 시시하다는 태평한 생각도 고개를 쳐들었다. 잠시 거기 멈춰 서 있으면 이번에는 지금까지 쓴 것이 완전히 무의미한 듯이 생각되기 시작했다. 왜 그런 것을 썼을까, 하는 모순이 나를 조롱하기 시작했다. 고맙게도 내 신경은 가라앉아 있었다. 이 조롱을 타고 둥실둥실 높은 명상의 세계 위로 올라가는 것이 내게는 무척 유쾌했다. 자신의 바보 같은 성격을 구름 위에서 내려다보며 비웃고 싶어진 나는 스스로 자신을 경멸하는 기분에 흔들리며 요람 안에서 잠자는 어린아이에 지나지 않았다.
긴 봄날의 소품, 나쓰메 소세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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