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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유튜브를 시작했다. 요즘은 유튜브로 수익 창출을 꿈꾸는 사람이 많은 거 같은데 난 택도 없거니와 그저 소소한 일상을 기록해 두기 위함이다. 일기를 쓴다거나 그림을 그리는 건 몇년째 아무리 시도해도 도저히 그 귀찮음을 견뎌 내기가 어렵다. 영상을 이제 두개 만들었는데 생각보다 재미있기도 하고 만드는 과정에서 그 시간들이 추억으로 정리되는 것 같다. 부디 이것만은 쉬이 귀찮아지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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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미사를 가는 길에 횡단보도 앞에 신호 대기를 하며 서 있는데 옆에 강아지가 한 마리 있었다. 어쩌다 나와 눈이 마주쳤는데 내가 예뻐해주려 몸을 살짝 숙였더니 꽤 멀리 떨어져 있던 녀석이 신나서 갑자기 나에게 달려왔다. 그 바람에 끈으로 연결되어 있던 주인이 깜짝 놀랐다. 그 친구는 내게 달려들어 신나게 꼬리를 흔들다가 두 발로 서서 내게 기대어 가만히 나의 손길을 즐겼다. 옆에 서있던 외국인 남자 주인은 한국말로 “어머나, 거의 안겨 있네?” 하고 말했다. 그 순간 신호가 바뀌어 우리는 헤어졌다. 찰나였지만 나 혼자 (속으로) 심쿵사하기 충분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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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이 직접 촬영을 맡은 것이 오히려 신의 한 수로 느껴졌다. 고요한 순간들이 더욱 강한 긴장감을 불러 일으킨 영화.
Roma, Alfonso Cuarón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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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8
출퇴근 길마다 지나는 아파트 단지 상가에 있던 슈퍼가 문을 닫았다. 요즘같은 세상에 동네 슈퍼가 살아남는 게 여간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큰 단지 내의 유일한 소매점이었기에 계속 자리를 지킬 수 있을 줄 알았다. 물론 그곳으로부터 도보 십분 거리에 이마트와 신세계 백화점이 자리하고 있어 나의 기대는 애초부터 헛된 바람이었을 지도 모른다.
슈퍼가 문을 닫은 후 새로운 가게가 들어오려는지 인테리어 보수 공사가 진행되었다. 출근길이면 전기 난로를 켜둔 채 한참 작업 중인 아저씨 두어 분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그리 장사가 잘 되는 자리는 아닐 텐데, 무엇이 들어 오려나 궁금했다. 부동산이려나, 아니면 분식집? 장르를 불문하고 대형 기업들이 소상공인들을 속된 말로 해치우는 세상인데, 어떤 가게가 자리잡든 꼭 소소하게나마 잘 유지되었으면.
오늘 아침 출근길에 공사가 완료된, 익숙하고도 익숙한 간판을 발견했다. GS25 편의점이다. 마음 한켠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만약 같은 주인 아저씨라면 꼭 장사가 이전보다 두 배 세 배, 아니 열 배 백 배 잘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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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18일 경희궁 숭정전 앞 - 눈과 귀로 담아두고 싶었던 풍경.
어느 계절을 가장 좋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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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가장 좋다. 봄은 어쩐지 낯간지럽고, 여름은 너무 뜨겁고, 겨울은 잔뜩 날카롭다. 예전에는 구름 한 점 없이 파란 하늘에 알록달록 단풍이 가득한 가을만 좋아했었다.(물론 지금도 많이 좋아한다) 미세먼지가 없던 한국의 10월을 지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와 같은 가을이 일년 중 최고의 시기라는 데에 어느 정도 공감할 것이다.
어제는 나의 오랜 친구와 옛 서울의 ���곳 저곳을 걸었다. 어느덧 낙엽이 많이 떨어져 나무들은 앙상해지고 공기도 한껏 서늘해졌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으나 쓸쓸한 11월의 가을이 마음에 콕 하고 박혀 나를 몽글몽글하게 한다. 한때는 이 울적함이 나를 땅 속 깊이 파묻어버릴 때도 있었는데 말야. 이제는 가끔씩 추적추적 내리는 비도, 쓸쓸하게 떨어지는 나뭇잎도, 나를 차분하고 울적하게 만드는 것들이 조금씩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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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어느 날, 발그레한 햇빛이 포근히 내려앉은 서울의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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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사는 세상: 생각해 볼 문제들
- 얼마 전 대전의 어느 동물원에서 사육사의 실수로 우리를 벗어난 퓨마 한 마리가 사살되었다. 8년을 우리 안에 갇혀 지내다 탈출한 지 네 시간 반 만에 죽음을 맞은 퓨마 뽀롱이의 마지막 발견 장소는 동물원 내에 버려져 있던 작은 종이박스 안이었다.
- 오늘날 사람들이 물을 소비하는 행태로 볼 때 3~40년 후가 되면 사용할 수 있는 맑은 물이 고갈되는 ‘데이 제로(Day Zero)’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케이프 타운에서는 얼마 전 데이 제로에 이를 뻔하다가 시민들의 물 절약을 통해 위기를 간신히 모면한 바 있다.
- 최근 한국에서는 플라스틱 소비를 줄이기 위해 카페 매장 내에서 일회용컵 사용을 규제하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차가운 음료를 마시는데 불투명한 머그컵이나 종이컵에 주는 것이 음료 맛을 떨어뜨린다고 불평한다. 나는 지금 집 근처 카페에 와 있고 이 매장에서는 사용 가능한 머그컵이 없다는 이유로 버젓이 일회용 플라스틱컵에 음료를 담아 주었다. 
- 이외에도 수많은 환경 관련한 문제들이 각종 미디어를 통해 우리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하루 아침에 채식주의자가 되고 적극적인 동물 인권 보호 활동을 하는 등의 적극적인 변화를 이루기는 아무래도 어렵고, 나만 변한다고 세상이 변하길 기대할 수도 없다. 다만 한 명 한 명이 반려 동물을 대할 때, 커피 한 잔 마실 때, 샤워 한 번 할 때 위의 문제들을 잠깐이나마 떠올릴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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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지난 주일 미사 중 강론 시간에 신부님이 영상 자료를 틀어 주셨는데, 전에 본 적이 있는 영상이었다. 아이들을 둔 젊은 아빠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가장하여 몰래 카메라를 하는 영상이다. 설문을 작성하는 동안 아빠들은 자신들의 아이가 좋아하는 건 빠짐없이 알면서 정작 자신들의 아버지에 대해서는 아는 게 하나도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 순간 영상에 자신들의 아버지가 등장하자 죄송한 마음에 눈물을 쏟기 시작한다. 예전에 이 영상을 볼 땐 나도 부모님께 너무 무심한 자식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울먹였던 것 같다. 그런데 그 날 내 옆에 앉아 영상을 바라보는 아빠를 보고 ‘우리 아빠는 이 영상에 나오는 아빠들처럼 후회하고 맘아파할 기회조차 없었겠구나. 대체 그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하는 생각에 너무 마음이 아팠다. 내가 이렇게 성장하여 아빠가 이미 아빠가 된 나이에 이르기까지 아빠가 건강하고 든든하게 곁에 있어 주셔서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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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관한 생각들
 사람들은 평소에 죽음에 대해 얼마나 생각하며 살까. 살아온 세월에 따라 개인차가 있겠으나 대부분은 자신의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며 살지 않는 것 같다. 눈앞의 하루를 사는 것조차 버겁기 때문일 수도 있고, 그저 생각하기에 너무 심오하고 먼 주제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재밌는 점은 평소 사람들이 죽음과 관련된 표현들을 아무렇지 않게, 자주 쓴다는 것이다. 언어를 막론하고 ‘~해 죽겠다’는 표현은 매우 흔히 쓰이고, (실제로 프랑스어를 배울 때 이 표현이 똑같이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요즘은 듣기 불편하긴 하지만 답답하거나 스트레스 받는 상황에서 ‘암에 걸릴 것 같다’는 표현도 많이 쓰인다. 모순이지만 우리는 본인의 삶이 죽음에서 가장 멀다고 생각될 때 죽음을 더 쉽게 내뱉는다. 
 일곱 살 즈음엔가 처음으로 죽음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내가 죽으면 그 다음에 어떻게 될까 상상해 보았는데, 눈앞이 한없이 캄캄해지면서 내 주변에 보이던 모든 것이 사라졌다. 그날부터 한동안 죽음을 생각하기만 하면 겁이 나고 무서워 울었다. 그런 공포감은 처음 느껴 보는 것이었다. 내가 존재하던 세상에서 나만 사라지는 느낌. 내가 생각하고 느끼던 모든 것이 멈춰 버리는 느낌. 상상해 보아도 감이 잘 안 올 만큼 끔찍하고 두려운 느낌. 만약 여러 종교에서 이야기하는 사후 세계가 실재한다면 차라리 그 편이 나을 것 같았다. 그 세계에서는 육체는 사라져도 영혼은 남아 있고, 고통을 느낄지언정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성인이 된 후에 더 이상 울지는 않지만 죽는 건 여전히 생각만으로도 무섭다. 
 나이를 먹고 삶에서 죽음으로 한발짝 더 가면 그땐 덜 무서우려나. 우리 할머니만 봐도 죽음 앞에 꽤 의연하신 듯하다. 물론 살아오신 세월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종교의 역할이 매우 큰 것 같다. (할머니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이고 우리 가족은 주일마다 성당에 간다) 아! 그러고 보니 종교 활동을 열심히 하는 분들 중엔 할머니들이 많은데 어떤 연관성이 있는 건가 모르겠다. 종교마다 믿는 대상은 다르지만 어떤 절대적 존재, 그리고 그를 통해 사후 세계(혹은 다음 생)에서의 구원을 믿는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 그런 믿음들이 죽음을 조금 더 편하게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적어도 다음이 있다고 생각하면 내가 느끼는 칠흑같은 공포는 느끼지 않을 테니 말이다. 
 나는 모태신앙이긴 하지만 신앙심이 없다. 신이 존재할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을 뿐더러 사후 세계에 대해서는 더욱 믿지 않는다. 죽는 것이 아무리 두려워도 이에 대한 생각은 바꾸기 힘들다. 하지만 신앙심이 없다고 해서 죽음을 생각하고 준비하는 것이 어려운 것만은 아니다. 내가 죽는 것이 너무 무섭다고 말하니 어떤 이가 내게, “그건 네가 그만큼 삶이 아름다운 걸 알아서가 아닐까?” 하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삶이 너무도 아름답기에 그 삶을 놓기 겁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언젠가 죽음은 찾아올 것이고 피할 수 없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까지는 아니지만 주어진 삶을 조금 더 후회없이 아름답게 살다 보면 죽음 또한 생각보다 잘 준비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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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한 시
졸려서 눈알이 빠질 것 같은데도 이상하리만큼 그냥 잠들기 싫은 밤이다. 보이는 것들 떠오르는 것들을 여과 없이 남겨두고 잠들고 싶은 밤.
캄캄한 내 방 바닥에 놓여있는 것들 - 멀티탭 콘센트. 사용하지 않는 칸에도 두 군데나 불이 들어와 있다. 바닥이 불긋불긋. 그리고 다 터뜨려 풀이 죽은 뽁뽁이. 다용도실까지 버리러 가는 게 귀찮다. 덕분에 방바닥이 너저분하다.
몇 년 전에 본 드라마를 다시 보았다. 무엇이든 처음과 두번째는 느껴지는 바가 다르다. 보고 있는 시점에 맞춰 나의 주변 상황과 대어 본다. 처음 봤을 때에 비해 이해는 더 되는 듯하면서도 공감은 덜 되는 듯하다. 알려고 할수록 모르겠는 것 같고 그렇다.
나를 사로잡는 고민들은 늘어나는데 좀처럼 답이 나오는 건 없다. 왠지 인생을 살면 살수록 모든 세상사가 더욱 그럴 것만 같은 노인네 같은 생각이 자꾸 든다. 누가 뇌를 원할 때마다 켜고 끌 수 있는 기기나 개발해줬으면 좋겠네.
내가 좋아하는 가을이 오고 있다. 밤공기가 좋다. 이제 아침 공기도 좋아지겠지. 콧속 가득히 가을을 들이마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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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요!
 사전에서 여행의 정의를 찾아보면 다음과 같이 나온다.     - 여행(旅行): 일이나 유람을 목적으로 다른 고장이나 외국에 가는 일 여기서 유람의 뜻이 다시 궁금해지는데, 유람이란 ‘돌아다니며 구경함’을 의미한다. 즉, 여행은 내가 살고 있는 집과 고장을 떠나 새로운 곳을 둘러보고 경험하는 모든 것을 아우른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평소 내가 생활하는, 나에게 익숙한 환경과 주변 사람들을 벗어나서 완전히 새로운 환경에 놓인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행의 시작은 언제나 낯설고, 두려운 한편 설레고 호기심이 가득하다. 난생 처음 보는 나무와 꽃부터 나와 전혀 다르게 생긴 사람들, 처음 먹어보는 음식들을 포함한 새로운 문화와 예술 사회 등의 모든 ‘다른’ 것들이 나를 탐험가로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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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Valle de la Luna, San Pedro de Atacama, Chile
 대학 3학년 때 프랑스로 교환학생을 가게 되면서 처음으로 집을 떠나 해외에서 혼자 생활하게 되었다. (물론 그 전에 고등학교 생활을 기숙사에서 보냈지만 완전히 통제되고 보호되는 환경이라 성격이 전혀 달랐다.) 이민 가방 두 개를 짊어지고 도착한 프랑스의 첫인상은 차갑기만 했다. 프랑스어가 유창하지 않은 동양인 여자에게 사람들은 매우 불친절했고, 욕실이나 부엌이 공용 공간으로 된 기숙사 시설도 불편하게 느껴졌다. 첫날밤 이질감을 무릅쓰고 자려고 누웠는데, 옆방의 프랑스인이 파티 장소를 착각한 것 마냥 음악을 크게 틀고 밤새 시끄럽게 떠들어 댔다. 낯선 땅에 와서 맘에 드는 게 하나도 없는데 잠까지 맘대로 잘 수 없는 것이 너무 억울해서 눈물이 마구 쏟아졌다. 그날부터 한동안은 집에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만 들어 매일 밤마다 울다가 잠들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뭐가 그리 심각했던 건지 귀엽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다. 
 이토록 두렵고 힘들었던 첫 홀로서기 여행은 또다른 여행을 통해 즐겁고 신나는 여행으로 탈바꿈했다. 내가 머무르던 리옹은 스위스를 접하고 있는 프랑스 제2의 도시였는데, 한번은 다른 지역에서 공부중인 선배가 리옹을 방문해 함께 스위스 제네바를 여행하게 되었다. 당시 나는 정치외교학 공부를 병행하고 있었고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데에도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여러 국제기구 본부들이 밀집해 있는 제네바에 상당한 매력을 느꼈다. 특히 UN 본부 투어를 하면서 직접 대회의장에 발을 들였을 때, 그리고 본부 앞에서 인권 문제로 시위를 벌이고 있는 중동 여인들의 모습을 보았을 때의 가슴 뛰고 설레던 느낌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 외에도 도시 자체가 호수를 끼고 있고 풍경이 예뻐서 여행 내내 마음이 포근했던 것 같다. 
 여행이 끝나고 돌아와 보니 리옹도 다르게 보였다. 쓸데없는 두려움에 눈을 가리느라 그동안 제대로 보지 못했던 도시의 구석구석을 돌아보니 생각보다 예쁜 모습이 많았다. 아까운 시간 낭비하다가 한국 돌아가서 후회하지 말고 지금 맘껏 즐기고 가자, 하고 마음 먹으니 리옹은 어느새 마냥 예쁘고 맘에 쏙 드는 도시가 되어 있었다. 내 마음을 고쳐 먹으니 불친절한 사람들도, 느려 터진 행정처리도, 숱한 파업으로 겪는 불편함도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 ‘다른’ 문화의 한 부분들로 인정할 수 있었다. 처음의 두려움이 설렘으로, 설렘이 다시 즐거움으로 바뀌는 시간들, 그리고 즐거움이 닿지 못한 시간에 대한 아쉬움까지. 모든 것이 어우러져 나의 여행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여행의 또 다른 좋은 점은 임시적인 현실 도피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현실 도피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없지만, 잠시라도 나를 괴롭히는 것들로부터 벗어나 혼자 여유를 즐기는 그 순간만큼은 모든 근심과 걱정이 사라진다. 여행지에서의 나는 온전한 이방인이다. 현실에서의 나와 전혀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 물론 굳이 신분을 속여가며 다른 사람의 행세를 할 일은 없지만, 원래 내가 어떤 사람인지 밝힐 필요도 없다. 그저 먹고 즐기는 여행자의 신분 하나면 된다. 그렇게 나를 채우고 있던 것들을 비워내고 나면 진정한 내가 누구인지 다시 생각해 본다. 나는 무엇을 할 때 가장 즐거운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무엇이 나를 괴롭게 하고 슬프게 하는지. 일상에선 눈앞에 놓인 고민과 걱정만 해도 산더미라 어떤 근본적인 고민까지 한다는 건 사치에 가까운데, 여행중일 땐 맘껏 사치를 부려도 된다. 안타깝게도 생각하는만큼 해답을 찾긴 어렵지만, 이 문제의 경우 답을 찾느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고민하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그 의미가 충분하기 때문에. 
 살면서 가장 긴 배낭여행을 여태 가본 곳 중 가장 먼 곳으로 얼마 전 다녀왔다. 떠나기 전엔 언제나 그랬듯이 덜컥 겁부터 났고 잘 다녀올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지만, 일단 떠나고 나니 그 많은 걱정들은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다음엔 조금 더 먼 곳으로 조금 더 길게 떠나고 싶다. 그땐 몸도 마음도 가볍게 훌쩍 떠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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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rise viewed from Machu Picchu, Pe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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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쓴다는 것
  글쓰기는 나에게 꽤나 어려운 일이다. 타의에 의해 글을 써야 하는 경우 - 가령 대학 때 과제 작성이라던가 회사 업무에 필요한 문서 작성 등을 제외하고 나는 글을 거의 쓰지 않는다. 그럼에도 가끔 글로 생각들을 기록하고 정리하고 싶어질 때가 있는데, 그럴 때 쓴 글들을 시간이 지나 다시 읽어보면 앞뒤가 잘 맞지 않고 흐름이 제멋대로인 경우가 많다. 이번에 중남미 여행을 하면서도 혼자 읽을 요량으로 경험하고 느낀 것들을 조금씩 기록했는데, 역시 잘 읽히지도 않고 재미도 없다. 매일 억지로 일기를 써야 했던 초등학생 때보다 글쓰는 능력이 오히려 현저히 떨어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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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온통 비에 젖었다니. 열 살의 민지는 표현력이 풍부했다.
 그럼에도인지 그래서인지 글을 계속 쓰고 싶고, 더 잘 쓰고 싶어졌다. 내가 생각하고 느끼는 것을 글로 기록하는 것은 상당히 의미 있고 매력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기에 아무리 예쁘고 좋은 것을 보고 경험해도 시간이 흐르면 그 경험은 희미해진다. 사진으로 남겨두는 것이 기억을 되살리기에 가장 편리한 방법일 테지만, 사진은 너무 직관적이다. 직관적인 것은 생각의 크기를 제한한다. 보이는 만큼만 기억하게 된다. 물론 사진도 내가 보고 싶고 기억하고 싶은 대로 찍을 수 있지만(나는 사진찍는 것도 매우 좋아한다) 그래도 시각적인 도구라는 데에서 오는 한계는 분명히 있다. 그런 의미에서 글은 내가 표현한 방식에 따라 기록된 과거를 기억하게 하고, 나아가 때로는 기록되지 않은 과거까지도 기억하게 한다. 원래 사람의 기억 자체가 주관적인 것이긴 하나, 글로 남겨둠으로써 더 온전한 나만의 기억으로 만드는 것이다.
 여행 중에 글쓰기에 대한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하면서 글쓰기를 제대로 배워볼 수 있는 곳은 없을까 하는 고민도 했다. 어릴 때 학교에서 글의 구조(서론-본론-결론이라던가, 기승전결이라던가), 문단 나누는 법, 브레인스토밍 하는 법 등 글쓰기의 기본에 대해 숱하게 배웠던 것 같은데. 그때는 그렇게 재미도 없고 하기 싫었던 게 나이 서른 먹어서 왜 이렇게 하고 싶어지는지. 역시 뭐든 공부는 스스로 의욕과 흥미가 있을 때 가장 재밌는 법이다. 아무튼 학원을 알아볼까 하는 생각까지 하다가 일단은 뭐라도 조금씩 스스로 써보기로 했다. 평소에 잘 안하던 퇴고도 많이 하고 한 편의 글에도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써야지. 자꾸 써봐야 뭐가 부족한 지도 알고 나만의 글쓰는 스타일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남들은 어떤 예쁜 글들을 쓰는지 책도 더 많이 읽으면서 배워야겠다.
 앞으로 무슨 주제에 대한 글을 써야 할 지는 아직 모르겠다. 소재가 너무 많아서 고민인 것 같기도 하다. 일단 시작은 왜 글을 쓰고 싶어졌는지에 대한 것으로. 성급해하지 않고 더뎌도 한 걸음씩 꾸준히 써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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