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mgik
mynzay-blog · 6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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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운 미풍이 소나무를 건드려 흔들어놓는다. 먼 하늘이 서서히 창백해진다. 그리고 저 광대한 공간에 조용하고 차가운 정적이 내려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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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nzay-blog · 6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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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테면 낮엔 그저 스쳐 지나가던 모든 것이 밤이 되면 내 시선 앞에서 자기들의 벌거벗은 몸을 송두리째 드러내놓고 쩔쩔맨단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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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nzay-blog · 6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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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
깊은 해저에서 새벽하늘이 수면으로 떠올라요. 별들은 하나둘 소라껍데기 속에 숨어요. 사람들이 각자의 집으로 모두 돌아간 흰 해변엔 파도치는 푸른 소리뿐. 나는 밤새 뒤척이고 다섯 번 마음을 고쳐먹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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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nzay-blog · 6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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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함이 빛의 방법이라면 서로 목을 조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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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nzay-blog · 6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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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불 입니다. 거기에 달을 담아 마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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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nzay-blog · 6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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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덜컥 나는 다시 태어날 것입니다. 다섯 번째 계절 더 큰 죄를 짓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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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nzay-blog · 7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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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에 난 흉터를 묻자 넌 지붕에 올라갔다가 별에 부딪친 상처라고 했다. 어떤 날은 내가 사다리를 타고 그 별로 올라가곤 했다. 내가 시인의 사고방식으로 사랑을 한다고 넌 불평을 했다. 희망 없는 날을 견디기 위해서라고 난 다만 말하고 싶었다. 어떤 날은 그리움이 너무 커서 신문처럼 접을 수도 없었다. 누가 그걸 옛 수첩에다 적어 놓은 걸까. 그 지붕 위의 별들처럼 어떤 것이 그리울수록 그리운 만큼 거리를 갖고 그냥 바라봐야 한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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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nzay-blog · 7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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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는 호흡하는 법을 잊었어. 검은 공장들도 문을 닫았어. 동력을 잃은 녹슨 기계처럼 밤새 굳어버린 너의 팔을 베고 누웠어. 여기가 마법에 걸린 성이었으면 좋겠어. 첨탑 끝에 매달린 달을 내 반달 손톱에 새기고 창밖으로 고장 난 시계를 던질 테지. 아무것도 쥐지 않고 직각으로 추락하는 것은 경이로워. 겨울에도 꽃 피는 일들을 봉인하고 되돌아오기 위해 느리게 걷는 사람들과 내가 있는 사진을 태웠어. 데칼코마니처럼 우리는 두 개의 얼굴로 하나의 시간을 펼치고 있어. 너는 내가 궁금하지 않으니 다행이다. 바람은 이따금 휘파람 소리를 내고 매듭은 오래 문질러도 지워지지 않아. 스케치북에 작은 침대를 그리고 죽은 듯 잠드는 날에도 견고하게 빛나는 척 일기를 썼어. 뿌리부터 썩어버린 선인장. 어린 화분에 물을 주면 가시 돋은 붉은 꽃이 잇몸을 드러내며 웃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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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nzay-blog · 7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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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대 심장을 정확히 겨누어 쏜 총알을 잘 익은 밥알로 잘도 받아먹는 그대여. 선한 천성의 소리가 있다면 그것은 이를테면 내가 죽 한 그릇 뚝딱 비울 때까지 나를 바라보며 그대가 속으로 천천히 열까지 세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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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nzay-blog · 7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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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이 사용한 말들이 실패를 향해 걷습니다. 입을 다물 시간도 이미 지나쳐온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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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nzay-blog · 7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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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기쁜 생일
나 죽어도 내 머릿속에서 나오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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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nzay-blog · 7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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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 serai poete et toi poesie
나는 시인이 되고, 너는 시가 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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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nzay-blog · 8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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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겉돈다. 꿈에서 마주치는 것들은 왜 하나같이 내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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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nzay-blog · 8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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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nzay-blog · 8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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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다는 건 몸의 실질적 퇴화와 몸에 대한 때늦은 각성 사이의 불균등한 화해의 과정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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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nzay-blog · 8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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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nzay-blog · 8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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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씨 100도의 얼음
너의 표정은 차갑고 너의 음성은 싸늘하지만 너를 볼 때마다 화상을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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