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mgik
#오백열두번째주제
doranproject · 7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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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2024년
어느새 그런 시간이 왔다.
내가 서 있는 시간을 도닥이면서 다가올 시간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시간.
내 생일은 가을의 끝무렵 즈음인데 생일이 다가올 때면 마음이 싱숭생숭 해지곤 한다.
사람의 시간을 1년씩 세는 것이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1년의 날 중 끝자락 언저리에 나를 돌아보고 또 어떤 나를 기다리는 일.
이젠 시간이 나를 지나가는지, 내가 시간을 쥐고 넘어가는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2024년이 오겠지, 나의 두려움과 설렘과 새로움을 안고 말이야.
-Ram
*2024년
나뭇잎이 점점 물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는 계절 아래 있다. 조금 있으면 낮에도 입김이 폴폴 나고, 씻고 난 후 수면 양말을 주섬주섬 챙겨 신고, 산미가 없는 원두를 찾는 추운 계절이 왔다고 느낄 즈음, 여기저기서 새로운 다이어리가 나왔다고, 내년 다이어리를 장만하라고 메일이 오겠지. 고르고 골라서 산 포근한 색의 코트들을 외면한 채 롱패딩만 골라 입을 그때, 우리는 어디서 웃고 있을까. 어디서 뛰어놀고, 어디서 껴안고, 어디서 행복하다고 말하고, 어디서 좋아한다고 고백하고, 어디서 사랑한다고 속삭이고 있을까. 아마 5분만 걸어도 땀이 줄줄 나는 장소들을 추억하며 같이 커피 향을 맡고 있겠지.
-Hee
*2024년
해가 넘어가는 시기의 들뜬 분위기는 여태 몇 걸음 뒤에서 남의 집 불구경 하는 것처럼 무감각하게만 느껴졌었는데 2024년에는 그 불이 곧 내 집까지 옮겨붙을 것 같은 기묘한 느낌이 든다. 저성장이 어떻고 고금리는 어떻고, 들리는 소리가 온통 음울한 이야기들 뿐이라 지레 겁을 먹게 되는데 한편으로는 언제부터 그런 것들을 생각하며 살았다고, 미리부터 겁을 내서 무얼 하겠나 싶다. 이제는 그런 것들을 염두에 두고서 살아야 하는 나이가 된 것도 같지만, 아직까지는 올해를 어떻게 마무리할지에 더 신경을 쏟고 싶다.
-Ho
*2024년
10월도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곧 연말을 맞이한다. 올해는 감사한 일이 정말 많았다.
지난주,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했는데 맛있게 밥을 먹고 올해에 잘한 일들 그리고 내년에 바라는 일들을 써보며 공유했다. 그러다가 2021년에 내가 만들었던 비전 보드를 보게 되었는데, 정말 신기하게도 그때 내가 바랐던 일들이 지금 다 이루어져있었다. 의심많고 예민하고 쉽게 불안했던 내가 세상을 믿게 되고 세상이 주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을 알아차릴 때 성장했다고 느낀다.
2023년은 여행도 많이 갔고, 가족들과도 만났고, 사랑하는 사람도 만났고, 새로운 미래를 위해 계획한 일들도 대부분 순항 중이다. 2024년은 뿌린 씨들이 잘 클 수 있게 보살피고, 사랑해 주고 아껴주는 한해로 보내야겠다. 앞으로 쭉 이어질 내 삶이 너무 감사하다. 언제나 세상은 가장 좋은 때에 가장 좋은 걸 나에게 주는구나.
2024년에는 책을 좀 더 많이 읽고 싶다. 그리고 지금처럼 꾸준히 운동하는 습관을 지키고 싶다. 가족들에게 좀 더 다정하게 말하고 싶다. 특히 엄마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 엄마가 먼저 세상을 떠나도 내가 엄마에 대해서 궁금한 게 없도록, 엄마에게 더 많은 질문을 하고 싶다. 매일 아침 눈뜨는 걸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하루하루 감사하며 밀도 있게 시간을 보내고 싶다. 그리고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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