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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road · 11 d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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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영이는 어디래?’ ‘초고에 있겠지, 뭐’
스물두살 단톡방에서 날 찾는 물음에는 늘 같은 답이 돌아왔다. 출근 전, 초고 오픈 시간도 전에 늘 지하 계단에 쪼그려 앉아 책을 읽으며 문이 열리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문이 열리면 거울을 등지고 소파에 앉아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시키고 책을 보다가 출근을 하는게 하루의 루틴이었다.
당시의 나는 인생에서 가장 불안정한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면서 나의 트라우마가 점점 심해져 몸의 흉터가 생기기 시작했고, 하루가 멀다하고 와인을 마시지 않으면 잠을 청하지 못했다. 그런 나에게 유일한 규칙적인 생활은 버스를 타고 초고에 가는 것이였다.
낯을 가리는 나는 조용히 커피를 마시고 책만 읽다가 나오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아주 나중이 되어서야 사장인 연지언니와 말을 트기 시작했다. 책 이야기를 하고, 나의 그림을 선물하며 그렇게 느슨한 우애를 이어 나가게 되었다.
두달 전 쯤인가, 언니가 책을 내는 줄도 모르고 언니에게 언니가 냈던 책을 보내달라고 조른 적이 있다. 새 책이 준비가 되면 그때 보내주겠다고 그랬는데 그 책이 내 품에 들어왔고, 몇장을 읽지도 못한 채 한참을 울다가 언니에게 마음을 눌러 담아 문자를 보냈다. “그땐 문 일찍 열어둘게 :) 잘자!” 라는 언니의 마지막 말에 괜히 마음이 찡했다.
이 책은 모든 이들에게 울림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아픈걸 인지하고 있는 사람, 부정하는 사람, 회피하는 사람, 그리고 그런 사람들을 곁에 둔 사람들 모두를 위로 할 수 있는 담담한 책이다. 어린 날의 내가 떠오른다. 나 잘 기대어 버텼다. 책 속의 언니는 본인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의 보호자가 되어 살리기도 했지만, 책 밖의 언니 또한 나에게 그런 존재였다는 사실을 언니가 꼭 알아주길. 독자들에게도 닿기를. 잘 기대어 버티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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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road · 15 d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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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 ���닥 치던 연애, 질질 끌다가 끝. 항소심도 잘 시작해보자. 잘 견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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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road · 26 d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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텀블러에 우울글쓰는 남자중에도 있어요 사람조심하셔요 커피마시자고 톡보내서는 돈빌려가고 에휴..인생이 그런인간때매 망하더라구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거지들 왤캐 많아.. 패션우울증 저리가란말이얏.. 다들 조심하세요 만원 이만원이 백만원이 되는 매직을 경험하신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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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road · 27 d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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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영님 안녕하세요
혹시 우울증있다 돈빌려달라 자살협박 글쓰면서 텀친한테 돈빌리는 그사람한테 돈돌려받으셨나요?
네 꽤 오랜기간에 걸쳐 다 받긴 했네요
그 후로 몇번을 빌려달란 연락을 받았지만 정말 징글징글해서 빌려주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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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road · 1 mon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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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벌스데이 투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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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road · 1 mon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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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미투를 했습니다. 허위사실 명예훼손 고소를 당했고 3년간 재판이 이어졌습니다. 동창들의 거짓 진술서를 보며 마음이 아팠고, 없는 피해망상을 증거로 들이밀며 환자로 몰아가는 것에도 또 한번 폭력을 당하는 듯 했습니다. 재판이 끝이 났습니다. 무죄가 선고되었고, 저는 당당히 말할 수 있습니다. 나는 거짓말 쟁이가 아니라는 것을요. 이제 다시 힘을 내서 살아가야겠지요. 지난 날의 나를 잘 보살펴주어야 하는데 쉽지가 않습니다. 내 10년은 누가 보상해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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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road · 2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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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무척이나 날씨가 좋아서 기분도 좋았다. 생각보다 빠른 퇴근에 햇살을 한 몸에 받으며 퇴근할 수 있었고, 집에 얼른 가서 우리 학생들에게 나눠 줄 비즈 반지를 만들 생각에 잔뜩 신이 나 있었다. 버스를 탄지 얼마나 되었을까, 남자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4시 30분이면 한창 6시 오픈을 준비 할 시간이고 이 시간대엔 원래 전화가 오지 않는 사람인데 이상하다고 느끼며 전화를 받았다. 두 달을 같이 일 한 직원이 잠수를 탔다고 한다. 어제까지 디엠도 오던 사람이, 토요일까지 같이 야식을 먹던 사람이 그렇게 모든 연락을 차단하며 일터에 나오지 않았다. 나는 집으로 가려던 발길을 어쩔 수 없이 가게로 향할 수 밖에 없었다. 손님은 미어터졌고 온 몸이 땀범벅이 되었다. 오늘은 내가 왔지만 당장 내일은 어쩌지. 내일은 나도 늦게 끝나는 날이다. 오빠는 그렇게 한순간에 직원을 잃었다. 허망한 저 표정을 보고는 힘든 내색을 할 수 없다. ‘차단’ 을 누르면 모든 것이 끝나는 그들의 삶은 대체 어떤 삶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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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road · 2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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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것들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려고 해요. 머리칼은 점점 가벼워지고 화장은 옅어지는 걸 보니 나이를 먹어가나봅니다. 가만히 좋아하는 음악에 맞춰 연주를 하다가 좋아하는 카페에서 산 원두를 내려 마시는 게 좋아요. 고양이들은 잘 지내고 있고요. 저도 잘 지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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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road · 3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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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붕어는 360도에 가까운 넓은 시야를 볼 수 있대. 나는 사람이라 기껏해야 180도가 전부야. 그래서 그래. 너도 사람이니까. 그래서 그런거지? 아마도 그럴거야. 그래야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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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road · 3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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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째 사랑중 넌 내꺼야 엄마집에 살아도 넌 내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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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road · 4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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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쪼꼼 행복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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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road · 4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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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할 수 없을 만큼 눈이 내렸다. 여전히 제주가 좋고 제주가 싫은 그런 삶을 살고 있다. 졸업하는 아이들 혹은 제주살이를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아이들을 보내며, 연인과의 이별보다 더 애틋한 감정이 든다. 좋은 어른이 되길. 언젠가 한번씩 나를 생각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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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그리운 사람이 있다. 함께 보았던 영화가 생각난다. 윤희에게. 내 인생에서 그런 사람을 또 만날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내 취향과 꼭 닮아있던 그 사람. 여전히 그렇더라. 나도 여전히 그렇고. 어린 나의 사랑은 마치 잘 자라고 있는 꽃에 잎을, 내가 하나씩 뜯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사람은 다시 예쁜 꽃이 되었다.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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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고 많은 일들이 있던 2023년. 더 단단해진 나는 이제 약을 찾지 않는다. 참으로 신기하다. 내년에 나는 더욱 더 좋은 사람이 되어있겠지. 그렇게 흘러가는 인연에 연연하지 않는 나이가 되었다.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주기에도 부족하다. 어쩌면 나는 꽃이 아니라 단단한 선인장이 되어버렸는지도 모른다. 나의 사랑은 당연하지 않다. 선인장에 아주 드물게 피는 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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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road · 4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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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명절이 싫었던 이유 중 하나는 그녀이기도 했다. 하얗고 마르고 내가 좋아하는 쌍꺼풀이 없는 동양적인 눈매를 가진 그녀를 명절마다 마주할 때면 자존감이 바닥을 치는 듯 했다.
“은비는 다리가 참 길어. 피부도 늘 아기피부같아.” 다들 그런 말을 할 때면 14살의 나는 이마에 올라온 사춘기의 흔적을 가리느라 바빴다.
그런 그녀가 언젠가 그녀의 엄마를 보며 말했다. “나도 다영이처럼 쌍꺼풀이 있었으면 좋겠어.”
“아니야. 다영이처럼 쌍꺼풀이 있는 건 너무 흔해. 매력이 없어.” 그녀의 엄마가 말했다. 그때부터였을까. 그저 딸의 자존감을 지키려고 한 그 한마디에 나는 20년동안 그녀의 엄마를 싫어했다.
그깟 쌍꺼풀이 뭐라고. 그깟 피부가 뭐라고. 동갑내기지만 전혀 가깝게 지내려고 하지 않았다. 우리엄마보다 두살 많은 그녀의 엄마를 마주할 때면 자리를 피하곤 했다. 그게 내 자존심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였다.
오늘 그녀에게 부고소식을 들었다. 엄마가 아주 건강하다가 4개월 전 말기암인 것을 알았고 손 쓸 틈도 없이 그렇게 갔다고. 너무나도 비통하고 내 자신이 창피했다.
“그래, 은비야. 갈게. 일 끝나자마자 갈게.”
“아니, 오지 말아줘. 어른들은 오라고 하겠지만, 오지마. 너보면 더 슬플 것 같거든. 미안.”
내가 가진 쌍꺼풀이, 그녀가 가진 백옥같은 피부가, 우리가 가진 좋은 직장이 전부 쓸모가 없어지는 대화였다. 어리석은 시기와 질투로, 위로도 제대로 못해주는 바보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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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road · 5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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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가 가장 큰 걱정일 나이. 세월이 지나고나서 보니 너무 부럽다. 공부만 하면서 살고싶다. 노력한 만큼 나오는 것은 공부말고는 없는 것 같다. 요즘은 우울이 찾아오거나 불안하면 펜을 잡는다. 그리곤 공부를 한다. 도피처가 공부라니. 어릴 때 엄마가 본 내 사주는 평생 공부할 팔자라던데 이래서 그런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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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road · 5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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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중요한 면접을 보는데 너무 떨려미치겠어ㅜㅜ
내게 행운을 빌어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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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면접 볼때 그들의 미간만 보며 활짝 웃기 잊지 말고 그날 내 행운까지 다 가져가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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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road · 5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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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연이 보러 한시간을 달리고, 세시간 수다떨고, 다시 돌아가는 길. 간만에 너무 좋았던 시간들. 요 며칠 힘들었는데 좋은 사람들 곁에서 따뜻함 가득 안고 돌아간다. 안녕, 2주 뒤에 보자! 선물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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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road · 5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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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까지가 완성인지라 보여주고 싶어서 애써서 찍었다. 초록색 참 좋고 겨울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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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연이가 사준 비니 따수워 휴대폰 못보는 기연아 잘 쉬고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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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하게 불쾌한 송곳니. 요르고스 영화는 늘 이렇게 불친절하다. 그럼에도 찾아보고 집중하는 나. 카페같은 곳에선 보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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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을 내 돈주고 사는 일은 정말 드문데 홀린듯 테스트하고 바로 사버렸다. 내 눈에 홀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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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도 가르치기에 늘 공부를 하는데 내 공부법 너무 재밌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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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국어도 말을 안하면 잊는다. 제주에 내려온 이후로 영어로 말할 일이 정말 없어서 회화가 딸리는게 느껴지고 이런 내가 너무나도 싫어서 과외를 시작했다. 누가 나의 스피킹을 평가하는 건 처음이였는데, 역시나 리스닝은 전혀 문제가 없고 스피킹도 잘 하나 속도가 느리고 중간중간 까먹는 어휘들, 어이없는 문법실수.. 근데 선생님 저 him이라고 했는데.. 3개월만 하면 돌아올 것 같다고 하셨다. 여튼 i think this will be my hob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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