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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wangminkwak · 6 d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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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여름
후덥지근한 교실의 여름과 절정의 여름,
레몬향이 넘실거리는 첫사랑의 맛이 나
햇살을 받아 연한 갈색으로 빛나던 네 머리카락,
돌아갈수는 없어도 펼치면 어제처럼 생생한,
낡은 머릿속에서 돌아가는 단편 필름들.
말미암아 절정의 청춘,
화성에서도 사랑해는 여전히 사랑해인지
​밤이면 얇은 여름이불을 뒤집어 쓴 채 네 생각을 하다가도
열기에 부드러운 네가 녹아내릴까 노심초사하며,
화성인들이 사랑을 묻거든 네 이름을 불러야지 마음먹었다가도
음절마저 황홀한 석 자를 앗아가면 어쩌지 고민하던
​그러니 따끔한 첫사랑의 유사어는 샛노란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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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wangminkwak · 11 d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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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지 않고 스쳐갈 수도 있었는데, 사랑일지도 모른다고 걸음을 멈춰준 그 사람이 정녕 고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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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wangminkwak · 2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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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넌지시 건넨 웃음
허락 없이 맘에 담고서
아무도 모르게 키워왔죠
한 송이 그 꽃을
그댈 향한 나의 계절은
언제나 봄날 같았지만
나를 향한 그대 계절은
언제나 차가웠죠
그대의 봄을 느끼고 파
마음을 자꾸 들키고 파
그대의 봄에 가닿아서
이 꽃을 보여주고 싶어 허나
계절을 착각한 꽃은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그대의 주변을 맴돌다가
고개를 푹 숙이기로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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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wangminkwak · 3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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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wangminkwak · 3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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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도 반운(학생운)이 좋아야한다는 말을 하는데, 거꾸로 생각하면 아이들은 교사운이 좋았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그 생각이 들곤 하면 늘 교사로서 부족한 부분만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학생들과 나와의 마지막 장면을 되새기면서 늘 스스로를 되돌아본다. 이별을 아쉬워하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 사이에 존재하는 나. 그 어딘가에서 나는 어떤 교사인가를 고민하며 늘 방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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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wangminkwak · 6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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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할수록 말하려는 것에서 멀어져버려서 입은 다무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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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wangminkwak · 6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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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려깊다는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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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wangminkwak · 7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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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인간처럼 행동하는 기계를 제작하고, 점점 더 기계처럼 일하는 인간을 생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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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wangminkwak · 7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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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위로하는 데에는 여러 방법이 있다. 고향 풍경을 그리워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어떤 사람은 고향 사진을 구해다 보여줄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다른 멋진 풍경으로 데려가 고향을 잊게 해줄 수도 있다. 또 어떤 사람은 애인을 소개해줘 풍경에 대한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게 할 수 있다. 삶은 우리의 정면에만 놓여 있는게 아니다.” 이것은 내가 오래전에 쓴 소설의 구절이다. 지금 쓰고 있는 이 책의 서두에서도 그 구절을 인용하며 ‘신념을 구현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일상이 지속된다는 것이야 말로 새삼스럽고도 소중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조금은 소심한 위로이다. 삶은 우리의 정면에만 놓여 있는게 아니지만, 만약 정면에 놓여 있다면 그 또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뚫고 나가야 할 때라면 그렇게 해야겠지. 언제나 인간의 편으로 같은 자리를 지켜주는, 그래서 실생활에서 쓸모 없여 보이는 예술, 문학의 위로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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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wangminkwak · 8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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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가 된다는 것은 여행자나 수강생처럼 마이너가 되는 일이기도 하다. 익숙하지 않은 낯선 지점에서 나를 바라보게 된다. 나이들어가는 것, 친구와 멀어지는 것, 어떤 변화와 상실. 우리에게는 늘 새롭고 낯선 일이 다가온다. 우리 모두 살아본 적 없는 오늘이라는 시간의 초보자이고, 계속되는 한 삶은 늘 초행이다. 그러니 ‘모르는 자’로서의 행보로 다가오는 시간을 맞이하는 훈련 한 두개쯤은 해봐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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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wangminkwak · 8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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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지만, 낡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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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wangminkwak · 8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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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중심적인 삶은 주체적 삶과 동일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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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wangminkwak · 11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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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건대 한 사람의 학자가 아무런 학문적 가치도 없는 글을 쓴다는 것은 매우 부끄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이를 통해 당신의 슬픔에 조금이나마 가까이 갈 수 있다면 내가 받을 부끄러움이 아무리 크다 할지라도 당신 곁에 가까이 가는 기쁨만큼 크지는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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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wangminkwak · 11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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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리가 잊지 말고 회상해야하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철학자들은 그것을 존재의 근거라 말해왔다. 물론 존재의 근거, 존재의 조건은 여러 가지이다. 그리고 그에 따라 철학적 탐구도 다양하게 갈라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많은 존재 조건 가운데서도 우리가 가장 먼저 기억해야할 것은 내가 지금의 나로서 존재하기 위해 타인에게 져야만 했던 슬픔의 빚이다. 그것을 잊어 버린채 형이상학적 존재 근거에만 몰입할 때, 철학은 치명적인 착오와 자기기만에 빠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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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wangminkwak · 11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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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리 시대에 슬픔에 대해 말한다는 것은 얼마나 남루한 일인가? 오늘 날 많은 철학자들은 욕망과 쾌락에 대해 말할 뿐, 더 이상 슬픔이나 고통에 대해 생각하려 하지 않는다. 니체와 들뢰즈의 말을 듣자면, 슬픔이란 정신의 질병이다. 슬픔은 치유되어야 할 질병이지 전파하거나 몰입해야 할 정념이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이처럼 인간의 슬픔을 아무런 저어함 없이 질병이라 규정할 수 있을 만큼 행복한 시대에 기쁨을 노래하지 않고, 아직도 슬픔에 사로 잡혀 있는 것은 무슨 시대 착오라 해야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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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wangminkwak · 1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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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과 행복이라는 애매모호한 표현보다 구체적인 말로 표현하는 연습을 한다. 그러면 내 욕구와 불안이 명료하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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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wangminkwak · 1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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