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들른 이 곳은 여전히 변함없네 왠지 글을 쓰고 싶어 마음이 간지러울 때마다 나도 모르게 이끌리듯 이 공간에 돌아오는 것 같다 그리고 바로 지금이 그런 때, 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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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전히 그럭저럭 지낸다. 굳이 그럭저럭, 그리고 지낸다, 라고 앞에 ‘잘’ 이라는 단어를 뺀 이유는 정말 빼고 더할것도 없이 그냥 지내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새해가 시작된 뒤 벌써 20일째라는 사실에 새삼 놀라는 척 해 보았고, 이전부터 이어져오던 복잡한 생각들에서 벗어나려고 마음을 가다듬으려고 노력도 해 보았다. 뭐 결론적으로 변하는 건 하나도 없었지만. 그렇게 나는 본인의 마음을 손에 제대로 쥘 줄 모르는 사람들을 비웃었던 날들을 반성하고 또 반성하는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마실 줄도 모르는 와인을 충동구매해서 냉장고에 넣어둔지 벌써 2주가 흘렀고, 냉장고 문을 열어 와인을 마주칠 때마다 나 정말 갈 때까지 갔구나 싶은 심정이 바닥을 친다. 요즘은 무언가 기록하려고 할 때마다 ‘언젠가 내가 죽으면 나의 글들은 유서와 비슷한, 그런게 되는걸까’ 이런 생각이 들다보니 막연히 생각나는 글들을 적는게 싫었고, 한동안 붕붕 떠다니는 생각을 그저 공중에 흘려보내려고 애를 썼다.
그래도 얼마전까지는 맛있는 걸 먹으며 행복해하고, 오늘은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는 의욕이라도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의욕 마저도 사라져서 앞으로가 더욱 막막할 뿐이다.
작년의 어느 지점부터 행복이라는 단어는 더 이상 내 것이 아니게 되었는데, 그 지점이 정확이 어디인지 기억해 낼 수 없어서 ���가 날 것 같다. 즐거운 마음과 나쁜 기억들을 훌훌 털어버리는 건 세상에서 제가 제일일걸요! 라며 동료들에게 힘을 주며 웃어보이던 나는 흑백사진처럼 아득하고, 더 이상 아무것도 하고싶지 않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고 있다.
하염없이 침전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은 참 괴롭고 쓸쓸한 일인데, 왠지 지금의 내 모습이 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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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의 굴곡이 갈수록 평온해지나 싶었는데 결국 제자리걸음이었다. 올 한해는 작년에 바라던 대로 일도 꾸준히 하고 있고, 심지어 월세로 원룸까지 계약해서 나만의 공간도 있고, 월급으로 좋아하는 카페도 가고, 먹고 싶은것들도 대부분 먹을 수 있지만, 지금 내가 행하는 모든 일들이 다 가짜같다. 열심히 해도 아무런 변화가 없는 직장이 싫고, 매번 혼자인 내 집도 싫고, 카페에 가서 편안히 시간을 보내다 와도 아주 잠시뿐인 위로가 싫고, 온통 인스턴트로 둘러쌓인 내 식사들도 진절머리난다. '나'라는 존재에서 의미있는 모든 것이 텅텅 비어버리고, 껍데기만 걸어다니는 것 같은 기분이 너무 낯설다. 언젠가 내가 두고온 진짜 나는 어디쯤에 있는걸까. 행복하다는 말이 도저히 입 밖으로 나오질 않아서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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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은 정말 혼자였다. 그래도 며칠 전 우울의 늪에 깊이 허우적대던 때보다는, 마음이 육지를 향해 열심히 나아가고 있었기 때문에 공허함에 휩쌓여도 눈물을 뚝뚝 흘리지는 않았다. 퇴근 후에는 쉬는 날 사왔던 초를 꺼내 불을 붙였다. 심지가 타닥타닥 타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어둡고 고요한 가운데 귀엽게 흔들리는 불빛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기분이 저절로 노곤해졌다. 때마침 고향에 있는 가족들에게서는 소박하게 치킨을 시켜먹으며 25일을 마무리했다는 연락을 받았고 별 것 아닌 문장인데도 그냥 웃음이 났다. 지금의 나는 더 이상 들어갈 수도 없는 동굴의 아주 깊은 어딘가에 머물러있지만, 어쩌면 다시 나아갈 수 있을거란 기대를 아주 조금 정말 조금 해본다. 이제 곧 새해가 밝고, 작은 틈 사이로 어렴풋한 빛이 들어올테니까. 언젠가 다시 글을 적어나가고 있을 나는 지금 이 글을 적어나갔던 나보다 조금 더 육지에 가까이 도착해 있기를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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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가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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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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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에는 홍시가 맛있게 익었길래 반을 잘라 그릇 위에 올려놓고 찰칵, 사진을 찍었다 7평 남짓한 고요한 방 한칸이 아이폰 셔터소리로 덕분에 잠깐 활기찼던 순간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맛있게 익은 홍시를 다 먹고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려고 글을 적다 마음이 갑자기 와르르 무너졌다
먼 나의 고향집에서 덜익은 단단한 홍시를 봉지에 곱게 넣고, 무너지거나 터지지 못하도록 되도록이면 상자 내용물 중 옷가지들 사이에 귀엽게 끼워넣었을 아빠를 생각하니 고작 집에서 올라온 지 이틀 밖에 안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아빠가 보고싶어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내가 먹은 이 홍시가 맛있게 익어갔던 시��만큼 우리 아빠 얼굴에 주름은 더 깊어졌겠구나, 어깨는 더 굽었겠구나, 앞으로 함께하지 못할 날들에 조금 더 가까워졌겠구나 생각하니 맨정신으로는 버텨낼 수가 없었다
고향에 또 언제 내려가나 싶은 마음에 좀처럼 눈물이 멈추지 않아서 힘들었지만
내일 또 출근이야
이겨내지 않으면 안돼
하고 언제나처럼 스스로를 다독이며 울음을 그쳐냈다
아무튼
홍시 때문에 나 어젯밤은 좀 슬펐다고 아빠
p.s
독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4일간의 월차를 내는 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한채 골골대며 방안에 방치된 상태로, 이거 아무래도 억울해서 두고두고 아까워하겠네- 싶었는데, 덕분에 거의 일주일동안 매일 가족들의 얼굴을 보며 웃고 먹고 떠들었으니 어쩜 이번 독감이 럭키! 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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