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mgik
warme2 · 6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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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새벽 부산에 가고싶다는 생각을 했고 나는 적당한 버스 시간을 알아보았다 다음날 아침, 정확히 나는 여섯시 오십구분에 눈을 떴고 부랴부랴 채비를 마쳤다 두시간이 걸려 도착한 부산은 여느때처럼 변함없이 분주했으며 고요했고 기다리는 사람들로 빈틈이 없었다 아침을 거르고 도착했기에 배가 고픈 나는 도착하자마자 점심을 먹으러 갔다 거긴 새로 생긴 유부초밥집이었는데 사진으로 보았던것처럼 귀엽고 아기자기했다 나는 유부초밥 다섯개와 우동세트를 주문했는데 배도 든든하고 맛있다는 생각을 연발하며 맛있는 젓가락질을 마쳤다 그리고선 소화를 시키고 싶다는 생각으로 미술관에 갔다 시간이 있을때마다, 그리고 때마침 전시가 있을때면 어떻게든 들러보려고 하는 곳인데 딱 맞춰 전시가 있었다 프랑스인의 눈으로 담은 부산 곳곳의 모습이 알록달록하게 시선을 사로잡았다 외국인의 눈으로 담은 부산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만큼 포인트를 참 잘 잡아내었다는 느낌에 감탄했다 들어갈 때는 고요했던 전시관이 나오는 길에는 다섯명의 아주머니로 시끌시끌해졌고 나는 종종걸음으로 그곳을 벗어났다 해운대는 잘 가지 않지만, 매번 똑같은 사진을 찍더라도 무조건 광안리를 찾는 나는 이 날도 변함없이 광안리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 마침 견학을 나온 듯한 아이들의 모습이 정겨워보였다 해변을 따라 조금 걷다 신호등을 건너고 아스팔트를 걸어 가고싶었던 카페를 찾았지만 사람들로 그득해 앉을 곳이 없었고 아쉬운 마음만 남긴 채 다른 카페로 향할 수 밖에 없었다 가오픈 중인 카페는 두 명의 손님 뿐이었고 나는 백향과 에이드와 노오란 마들렌 하나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다 달아놓은 아이보리빛의 커텐이 바람에 살며시 흔들리는 동안 가져갔던 책의 단편 하나를 금새 읽어내려갔고 시간은 집에 가는 버스를 타러 가야한다고 나를 빤히 바라보고만 있었다 테이블 정리를 하고 안녕히계세요- 라는 짧은 인사로 카페를 나선 뒤 곧바로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집에 돌아가는 버스 안은 마치 평일이라는 것을 자랑하듯 평안하면서도 듬성듬성했고 오후 여섯시에는 기다렸던 인디밴드의 신곡을 들으며 감사한 마음을 가졌다 터미널에 도착하자 나를 기다리고 있는 엄마의 낡고 낡은 은색 차가 보였다 많은 것들을 꿈꾸기엔 너무나도 짧았던 하루 그리고 다음번엔, 대구에 가고싶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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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rme2 · 6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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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들른 이 곳은 여전히 변함없네 왠지 글을 쓰고 싶어 마음이 간지러울 때마다 나도 모르게 이끌리듯 이 공간에 돌아오는 것 같다 그리고 바로 지금이 그런 때, 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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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rme2 · 7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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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나의 감정들을 지독히도 괴롭히던 그 계절이 가까이 왔음을 느낀다 오늘 아침 현관문을 열고 집 밖을 나섰을 때 온 몸을 감싸안던 차갑고 건조한 공기에 발걸음을 잠깐 멈췄다 내게 계절이란 그저 흘러가는 것에 불과했지만, 언젠가부터 겨울은 내게 두려움의 계절이 되었다 사랑하는 가을이 오는데도 나는 마냥 행복해 할 수 없음에 우울함을 느낀다 간절한 건, 이번 겨울은 지난 겨울보다 조금 덜 울게되면 좋겠다는 것 지금 당장은 그걸로도 충분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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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rme2 · 7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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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하고 따뜻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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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rme2 · 7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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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전히 그럭저럭 지낸다. 굳이 그럭저럭, 그리고 지낸다, 라고 앞에 ‘잘’ 이라는 단어를 뺀 이유는 정말 빼고 더할것도 없이 그냥 지내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새해가 시작된 뒤 벌써 20일째라는 사실에 새삼 놀라는 척 해 보았고, 이전부터 이어져오던 복잡한 생각들에서 벗어나려고 마음을 가다듬으려고 노력도 해 보았다. 뭐 결론적으로 변하는 건 하나도 없었지만. 그렇게 나는 본인의 마음을 손에 제대로 쥘 줄 모르는 사람들을 비웃었던 날들을 반성하고 또 반성하는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마실 줄도 모르는 와인을 충동구매해서 냉장고에 넣어둔지 벌써 2주가 흘렀고, 냉장고 문을 열어 와인을 마주칠 때마다 나 정말 갈 때까지 갔구나 싶은 심정이 바닥을 친다. 요즘은 무언가 기록하려고 할 때마다 ‘언젠가 내가 죽으면 나의 글들은 유서와 비슷한, 그런게 되는걸까’ 이런 생각이 들다보니 막연히 생각나는 글들을 적는게 싫었고, 한동안 붕붕 떠다니는 생각을 그저 공중에 흘려보내려고 애를 썼다. 그래도 얼마전까지는 맛있는 걸 먹으며 행복해하고, 오늘은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는 의욕이라도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의욕 마저도 사라져서 앞으로가 더욱 막막할 뿐이다. 작년의 어느 지점부터 행복이라는 단어는 더 이상 내 것이 아니게 되었는데, 그 지점이 정확이 어디인지 기억해 낼 수 없어서 ���가 날 것 같다. 즐거운 마음과 나쁜 기억들을 훌훌 털어버리는 건 세상에서 제가 제일일걸요! 라며 동료들에게 힘을 주며 웃어보이던 나는 흑백사진처럼 아득하고, 더 이상 아무것도 하고싶지 않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고 있다. 하염없이 침전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은 참 괴롭고 쓸쓸한 일인데, 왠지 지금의 내 모습이 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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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rme2 · 7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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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rme2 · 7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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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의 굴곡이 갈수록 평온해지나 싶었는데 결국 제자리걸음이었다. 올 한해는 작년에 바라던 대로 일도 꾸준히 하고 있고, 심지어 월세로 원룸까지 계약해서 나만의 공간도 있고, 월급으로 좋아하는 카페도 가고, 먹고 싶은것들도 대부분 먹을 수 있지만, 지금 내가 행하는 모든 일들이 다 가짜같다. 열심히 해도 아무런 변화가 없는 직장이 싫고, 매번 혼자인 내 집도 싫고, 카페에 가서 편안히 시간을 보내다 와도 아주 잠시뿐인 위로가 싫고, 온통 인스턴트로 둘러쌓인 내 식사들도 진절머리난다. '나'라는 존재에서 의미있는 모든 것이 텅텅 비어버리고, 껍데기만 걸어다니는 것 같은 기분이 너무 낯설다. 언젠가 내가 두고온 진짜 나는 어디쯤에 있는걸까. 행복하다는 말이 도저히 입 밖으로 나오질 않아서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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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rme2 · 7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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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rme2 · 7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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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은 정말 혼자였다. 그래도 며칠 전 우울의 늪에 깊이 허우적대던 때보다는, 마음이 육지를 향해 열심히 나아가고 있었기 때문에 공허함에 휩쌓여도 눈물을 뚝뚝 흘리지는 않았다. 퇴근 후에는 쉬는 날 사왔던 초를 꺼내 불을 붙였다. 심지가 타닥타닥 타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어둡고 고요한 가운데 귀엽게 흔들리는 불빛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기분이 저절로 노곤해졌다. 때마침 고향에 있는 가족들에게서는 소박하게 치킨을 시켜먹으며 25일을 마무리했다는 연락을 받았고 별 것 아닌 문장인데도 그냥 웃음이 났다. 지금의 나는 더 이상 들어갈 수도 없는 동굴의 아주 깊은 어딘가에 머물러있지만, 어쩌면 다시 나아갈 수 있을거란 기대를 아주 조금 정말 조금 해본다. 이제 곧 새해가 밝고, 작은 틈 사이로 어렴풋한 빛이 들어올테니까. 언젠가 다시 글을 적어나가고 있을 나는 지금 이 글을 적어나갔던 나보다 조금 더 육지에 가까이 도착해 있기를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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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rme2 · 7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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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탓이라고 하기엔 꽤 오래전부터 지속되어왔던 우울의 감정은 괜히 나와 나의 거리를 서먹하게 만든다 소소한 농담, 별 거 아닌 이야기 들에 잘 웃는 이유는 그만큼 웃을 일이 없다는 이야기고, 행복이라는 감정의 지속성도 날이 갈수록 점차 짧아지고 있다 잘 웃고 잘 버티다가도 살아온 인생이란 건 어차피 마지막에는 다 없어져버릴텐데 이렇게 힘주어 살아야 하는건지 모르겠다는 회의감에 휩쌓이고 한 번 뿐인 인생을 이런식으로 밖에 보낼 수 없다는 사실에 애꿎은 주먹만 불끈불끈 쥐게 된다 남들이 하는 ‘나도 나를 모르겠어’ 라는 말을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밝고 경쾌했던 시절이 내게 존재하기는 했었던 걸까 겉보기엔 멀쩡해보이지만 지금처럼 오래도록 마음이 병들어 있는 건 스물 다섯해를 겪는 동안 처음이라 속이 꽤나 메스껍고 어지럽다 나는 성장하고 있는걸까, 아니면 침전하고 있는걸까 겨울은 따뜻하게 입어도 여전히 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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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rme2 · 7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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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그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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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rme2 · 7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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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가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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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rme2 · 7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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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에 필름 사진은 안 올리다보니 언제나 곰팡이 꽃이 피어나는 나의 필름 사진들 이제 이 곳에 올려보도록 하자 고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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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rme2 · 7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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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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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rme2 · 7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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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에는 홍시가 맛있게 익었길래 반을 잘라 그릇 위에 올려놓고 찰칵, 사진을 찍었다 7평 남짓한 고요한 방 한칸이 아이폰 셔터소리로 덕분에 잠깐 활기찼던 순간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맛있게 익은 홍시를 다 먹고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려고 글을 적다 마음이 갑자기 와르르 무너졌다 먼 나의 고향집에서 덜익은 단단한 홍시를 봉지에 곱게 넣고, 무너지거나 터지지 못하도록 되도록이면 상자 내용물 중 옷가지들 사이에 귀엽게 끼워넣었을 아빠를 생각하니 고작 집에서 올라온 지 이틀 밖에 안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아빠가 보고싶어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내가 먹은 이 홍시가 맛있게 익어갔던 시��만큼 우리 아빠 얼굴에 주름은 더 깊어졌겠구나, 어깨는 더 굽었겠구나, 앞으로 함께하지 못할 날들에 조금 더 가까워졌겠구나 생각하니 맨정신으로는 버텨낼 수가 없었다 고향에 또 언제 내려가나 싶은 마음에 좀처럼 눈물이 멈추지 않아서 힘들었지만 내일 또 출근이야 이겨내지 않으면 안돼 하고 언제나처럼 스스로를 다독이며 울음을 그쳐냈다 아무튼 홍시 때문에 나 어젯밤은 좀 슬펐다고 아빠
p.s 독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4일간의 월차를 내는 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한채 골골대며 방안에 방치된 상태로, 이거 아무래도 억울해서 두고두고 아까워하겠네- 싶었는데, 덕분에 거의 일주일동안 매일 가족들의 얼굴을 보며 웃고 먹고 떠들었으니 어쩜 이번 독감이 럭키! 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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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rme2 · 7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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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데 이런 마음으로 대체 누구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겠어 그럼 '존중한다' 라는 단어의 의미 정도면 적당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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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rme2 · 7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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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한 달은 먹기 위해 살았다고 해도 될 만큼 매 순간 모든 음식들을 소중히 그리고 감사히 잘도 챙겨먹었다 혼자 독립해서 살면서 최대한 부모님께 기대지 않기 위해서는 첫째, 먹고 싶은 것들을 줄이고 사고 싶은 것들을 사거나. 둘째, 사고 싶은 것들을 줄이고 먹고 싶은 것들을 먹는다 딱 이 두 가지 선택지만 존재한다 사실 내 올해의 목표는 단 하나였다 내가 번 돈을 저축해서 연말에 통장을 보며 흐뭇하고자 하는 것이었는데 이번 해의 여름, 서울 한 복판에서 갑작스레 갈 곳을 잃은 나는 어쩔 수 없이 내 명의로 된 집을 구했고 이제 나의 빠듯한 월급에서 저금이라는 단어가 사치로 바뀌고야 말았다 사실 차곡차곡 모아두었다가 미래에 넉넉한 삶을 살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다 누구나 다 그렇겠지 하지만 인생을 살면서 내가 마음먹은 대로 굴러갈 때가 과연 몇 번이나 될까? 어느 날 아침 내가 더 이상 눈을 뜨지 않을 수도 있고, 반대로 소중한 사람의 비보를 들을 수도 있다 난 그냥 지금 바로 이 순간 나도 행복하고, 주변 사람들도 행복한. 그런 하루하루를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소비하지 않음이 행복한 사람은 그런 삶을 살면 되고 먹고 즐기며 야금야금 소비하며 살아가는게 행복이라 느껴지는 그런 삶을 살면 되는거라고 생각한다 뭐 그래도 이 정도면 내 인생 그래도 어느정도 선방은 아닐까? 나는 내 인생이 꽤 괜찮다고 말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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