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mgik
#늘어가는
laverxall · 1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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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전히 엉망으로 살고 있는 느낌이다. 뭐든지 그런 ‘척’을 잘하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열심히 사는 척, 돈을 많이 버는 척, 옷을 잘 입는 척, 멋진 척, 특별한 척.. 나이가 들어갈수록 진짜 그렇게 되는 게 아니라, 그런 척을 얼마나 디테일하게 하고, 얼마나 더 완벽하게 해내는지가 늘어가는 것 같다. 누군가가 나를 그렇게 봐주길 바란다던지, 혹은 나 자신을 내가 그런 사람이라고 믿고 싶어지게끔. 그렇게 나의 가면은, 연기는 점점 늘어만 간다. 한참 연기를 하고 싶었을 때가 있었다. 그래서 극단에 들어가 있었고 지금도 그 욕심은 똑같지만, 말만 하는 사람과 행동으로 직접 보여주는 사람은 차이가 크다. 어렸을 때는 잘 안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또렷이 보이는 것들. 아 저 사람은 다 말뿐이구나. 속으로 비웃는 소리가 귓가에 들린다. 조금이라도 노력을 해보고자 몇몇의 지인들에게 나의 꿈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 그들은 반짝거리는 눈으로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었고, 나는 어쩌면 어깨를 으쓱이며 무용담처럼 여러 말들을 늘어놨을지도 모른다. 그들의 눈은 지금의 나를 바라볼 때도 전처럼 반짝일까. 그저 말뿐인 나를 비웃진 않을까. 사실 그 누구도 나를 그렇게 보고 느끼지 않아도 나는 나 자신이 이따금씩, 혹은 자주 초라하다고 생각한다. 이전에 누군가 나한테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네가 탄 배는 정말 멋지고, 완벽한 항해를 하고 있다고. 그 배는 여전히 멋있는지, 제대로 된 항해를 하고 있는 건지 나조차도 잘 모르겠다. 시간이 지난 지금은 내게 그 말을 했던 친구가 나보다 더 멋진 항해를 하고 있다. 또 누군가는 내게 그랬다. 그때의 내가 정말 멋있어 보였는데, 본인이 그 나이가 되고 나니 원래 그런거였다고. 그만큼 나이를 먹는 일은 알아서 멋진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인 것 같아 이제는 나이를 먹는 게 예전만큼 두렵지는 않다. 그렇지만 진짜 멋진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멋진 사람일 수 있을까. 나의 배는 인생이라는 바다에서 돌부리에 걸려 잠시 멈춰 있기도 하고, 큰 파도를 만나 세차게 흔들리기도 하고, 암초를 만나 큰 시련을 겪기도 하겠지만 결국에 굽이굽이 돌아보면 여러 갈래로 휘어져 있는 길이어도 멋진 루트가 되어있길 바란다. 많은 것이 변했지만 또 많은 것은 변하지 않았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사랑하려 살아가는 사람인데, 엉망진창으로 살아도 괜찮다고 누군가가 내게 다정히 이야기해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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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raedong · 11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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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테크놀러지xX
하염없이 쇼츠 영상을 넘기며 가만히 누운 채 한두 시간을 보내고 나니 문득 이래도 되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쉬는 시간인데 뭐 어때, 하며 애써 무시했었지만 이제는 그러기가 조금 힘들다. 이걸 왜 보고 있지? 재밌으니까? 근데 이게 재밌나? ...
이러다가 나는 바보가 될지도 모른다. 점점 늘어가는 스크린 타임만큼 목은 앞으로 기울고 눈은 20cm 거리도 볼 수 없게 되겠지. 쪼그라든 시력만큼 두뇌도 쪼그라들어 아무 행동도, 말도 못 하는 스크롤 기계가 되지는 않을지. 그렇게 스치는 생각마저 무시하고 스크롤을 넘기며 시간을 보내는 나를 보니 이미 그렇게 된 건 아닐지.
딴생각은 가지를 뻗어나가다 나는 이 신기술을 받아들여서는 안 되는 인간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얼리어답터를 자청하다 이제는 무섭게 따라붙는 기술로부터 도망쳐 그것이 파고들지 못하는 틈을 찾아 헤매는 바퀴벌레 같은 뭐 그런 게 된 기분이다. 언제 슬리퍼가 날아들지 모른다. 살아남는 방법은 맞아도 몸이 터지지 않는 단단한 껍질을 갖거나, 아무도 찾지 못하는 곳으로 숨는 것 뿐인 듯 하다.
쇼츠를 넘기다 보면 쓰레기 게임 광고가 정말 많이 나온다. 열쇠를 풀어서 용암과 물을 쏟아 몬스터를 잡고 보물을 찾는다거나, 수학 문제를 풀어서 군대를 강하게 키운다거나, 나보다 더 작은 물고기를 열심히 잡아먹어 가장 큰 물고기와 대면하는 그런 것들. 괴상한 편집, 기분나쁜 그래픽, 멍청한 플레이어의 삼박자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불쾌하고 불쾌한 그런..
근데 지금 생각해 보면, 물고기 게임은 인생 그 자체다. 내 그릇이 커야 기술을 이용할 수 있다. 내 그릇이 작으면 기술은 그것의 안락함과 편안함으로 나를 집어삼킬 것이다. 기술은 모두를 위한 것이지만 모두를 웃게 만들지는 못하는 것 같다.
모든 것이 쉬워지고 있다. 금융도 쉬워지고, 친구들 근황 알기도 쉬워지고, 그냥 허허 웃기도 쉬워지고, 목소리 내기도 쉬워진다. 그만큼 화내기도, 둔해지는 것도, 미워하는 것도 쉬워지고 있다.
길거리에 경적 소리가 부쩍 늘었다. 핸들 가운데 있는 버튼 하나만 누르면 온 세상을 향해 절규하며 분노의 감정을 마음껏 표출할 수 있다. 그만큼 앞 차나 끼어드는 차들이 답답하고 싫었던 걸까. 아니면 자기 그릇에는 담기도 힘들 만큼 와르르 쏟아지는 것들에 묻힌 감정들이 이따금씩 폭발하는 걸까.
아무튼 요즘은 앞만 보고 가느라 흘린 것들을 주울 때가 온 것 같아 뒤로 걸으려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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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uuperfastsnail · 11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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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분기에 나는 무엇을 읽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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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민네이션』⭐⭐⭐⭐
쾌락과 고통은 한 저울 위에 놓여 있다. 많은 쾌락을 추구하는 것은 반작용으로 많은 고통을 가져온다. 마약이나 술처럼 간단하게 쾌락을 주는 것들은 중독되기도 쉽고, 한번 중독이 되면 점점 더 많은 양을 투입해야만 처음의 만족을 느낄 수 있게 된다. 그러다보면 마약과 술이 없는 상태는 고통스럽게 느껴지는 지경까지 이르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과도한 도파민 분비를 유발하는 활동에 빠져들면 산책, 명상, 독서와 같은 소소한 활동들에서 아무런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우리에게 기쁨을 주는 활동을 많이 해야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절제만이 우리에게 행복을 줄 수 있다는 놀라운 사실! 그리고 쾌락과 고통은 한 저울 위에 놓인 것이므로 고통 쪽을 광클하면 반작용으로 쾌락을 얻을 수 있다는 놀라운 사실(2)! (흔한 예시로는 러너스 하이(Runners' high)가 있다.) 여러 책을 읽어보면 공통적으로 나오는 이야기가 현재에 집중하는게 행복의 길이라는 건데, 그 점을 생각하면 다 맞아 떨어진다. 도파민 중독자가 되어 숏폼 콘텐츠를 계속 들여다 보는 것은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몰입을 방해하기 때문에 행복한 삶에서 점점 멀어지게 되고, 고강도 운동 등 고통의 순간에는 현재에 집중하기 싫어도 집중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행복한 삶으로 다가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고통으로부터 도망치려 한다. 어떤 사람은 약물을 복용하고, 어떤 사람은 방에 숨어서 넷플릭스를 몰아본다. 또 어떤 사람은 밤새 로맨스 소설을 읽는다. 우리는 자신으로부터 관심을 돌리기 위해 거의 뭐든지 하려 든다. 하지만 자신을 고통으로부터 보호하려는 이 모든 회피 시도는 고통을 더 악화시킬 뿐이다.
여러분도 주어진 삶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길 바란다. 피하려고 하는 대상으로부터 도망치지 말고, 그 자리에 멈춰서 방향을 바꾸어 그것을 마주하길 바란다.
<저울의 교훈>
끊임없는 쾌락 추구(그리고 고통 회피)는 고통을 낳는다.
회복은 절제로부터 시작된다.
절제는 뇌의 보상 경로를 다시 제자리에 맞추고, 이를 통해 더 단순한 쾌락에도 기뻐할 수 있도록 한다.
자기 구속은 욕구와 소비 사이에 말 그대로 초인지적 공간을 만드는데, 이 공간은 도파민으로 과부하를 이룬 지금 세상에 꼭 필요한 것이다.
약물 치료는 항상성을 회복시킬 수 있다. 하지만 약물 치료로 고통을 해소함으로써 잃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라.
고통 쪽을 자극하면 우리의 평형 상태는 쾌락 쪽으로 다시 맞춰진다.
그러나 고통에 중독되지 않도록 주의하라.
근본적인 솔직함은 의식을 고취하고, 친밀감을 높이며, 마음가짐을 여유 있게 만든다.
친사회적 수치심은 우리가 인간의 무리에 속해 있음을 확인시킨다.
우리는 세상으로부터 도망치는 대신 세상에 몰입함으로써 탈출구를 찾을 수 있다.
『제5도살장(그래픽노블)』⭐⭐
커트 보니것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그래픽 노블이다. 『제5도살장』을 읽어보려고 몇 번이나 시도했으나 계속 실패하던 중 tvN <알쓸인잡>에서 심채경 박사가 언급한 것을 보고 도서관에서 빌려봤다. 이야기에 몰입하기에는 분량이 짧아서, 원작인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기억을 되새기며 보기에 좋은 그래픽노블 같았다. 결론은? 어쨌든 『제5도살장』 빨리 읽어봐야지...
『영화를 빨리감기로 보는 사람들』⭐⭐⭐
각종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재생속도 조절과 스킵 기능을 제공하면서 1.25배속, 1.5배속으로 영화나 드라마 등을 감상하며 흥미없는 부분은 스킵해버리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나는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 단 1초라도 못 보고 지나가는 장면이 없어야 하는 사람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지루한 구간은 스킵하거나 1.25배속으로 보게 되었다.
영상 작품은 시청자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느냐에 따라 '콘텐츠'로 불리기도 하고, '작품'으로 불리기도 한다. 시청자는 영상 작품을 '소비'할 수도 있고 '감상'할 수도 있다.
이 책에서는 현대인들은 단순히 스몰토크를 할 목적으로라도 따라잡아야 할 컨텐츠가 너무 많은데 그것을 모두 정성 들여 감상할 시간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더 글로리>에 대한 이야기가 한창인데 자기만 보지 못했다면 사람들과의 대화에 낄 수가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빠른 시일내로 봐야만 하는 것이, 드라마가 종영한 지 1~2주만 지나도 끝나버린 화제가 되기 때문이다. 내가 정말 관심을 가지고 좋아하는 영상 작품은 '감상'하는 '작품'이고 사람들과 대화하기 위해서 빠르게 넘기며 보는 건 '콘텐츠를 소비'한다고 할 수 있겠다.
빨리 감기를 하거나 건너뛰기를 하는 사람들은 스토리를 따라가는 데 필요한 정보가 대사나 내레이션으로 모두 나온다고 믿는 듯하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아무도 없는 방에 얼음이 다 녹지 않은 채 마시다 만 위스키 잔이 있다면 그것은 '위스키를 마시던 사람이 방을 나간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상황'을 나타낸다. 남편이 퇴근해 집에 들어왔는데도 "다녀왔어요", "수고했어요"라는 말이 오가지 않는다면 부부 사이가 원만하지 못함을 알 수 있다. 한 소도구가 필요 이상으로 오래 화면에 잡힌다면 전개상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 것이다.
한 화면에 담기는 이미지, 한 컷이 지속되는 시간, 특정한 카메라 워킹 등등 모든 것은 제작자의 의도를 담고 있다. 그러나 스킵과 배속 기능을 이용하면서 빠르게 훑어내려가는 경우 제작자의 이런 장치들은 무시될 수 있다. 시청자들은 점점 간접적인 표현 방식으로부터 의미를 포착하는 감상법에서 멀어지고, 심하게 말하면 '맥락맹'이 되어가고 있다. (↓아래는 너무 웃긴 맥락맹의 예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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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 방법이 달라지면서 점점 유치한 작품들이 늘어가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우아하고 세련된 비유를 사용하기보다는 구구절절 직접적인 설명 방식을 채택하는 것이다. 이쯤에서 요ㅡ즘 애들의 문해력 운운하며 내 안의 젊은 꼰대가 기지개를 펼 뻔 했는데, 저자가 다른 미디어의 예시를 가져온 걸 보고 침착해졌다. 과거 TV, 비디오, 레코드판 등의 매체가 발명되었을 때도 "영화관에서 보지 않으면 영화가 아니다!" "연주���에서 라이브 공연을 듣는 게 아니면 음악이 아니다!"하며 거부감을 갖던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의 등장도 TV, DVD, CD의 등장과 다를 바 있겠느냐고 한다면 또 그건 그렇지.. 하며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다. 잘못된 것이나 한탄할 만한 세태가 아니라 단순히 변화의 과정일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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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프티 피플』⭐⭐
옴니버스식 구성의 소설이라고 적으려다가 찾아보니 옴니버스식 구성은 개별 에피소드 간에 공통의 배경, 인물이 없는 것이라고 한다. 『피프티 피플』은 피카레스크식 구성의 소설이다.(우리에게 친숙한 피카레스크식 구성의 소설은 『원미동 사람들』이 있다.) 하나의 세계관을 공유하면서 매 장마다 다른 인물이 주인공이 되는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 소설의 장점은 구성이 특이하고 신선하다는건데 그건 가산점 같은 거고 소설의 작품성, 이야기 자체의 힘에서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면 큰 의미는 없다. 아무리 예쁘게 플레이팅 되어있어도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 아니라면 의미 없는 것처럼.
정세랑 작가님에 대한 나의 생각은 작품마다 몇 개의 좋은 표현, 좋은 문장들을 주워갈 수는 있지만 전반적인 작품 세계에 대해서 큰 애정과 관심이 생기지는 않는 작가라는 것이다. 정세랑 소설은 뽀송한 느낌인데 나는 찐득한 소설을 좋아해서 잘 안 맞는 것 같다. 이 책은 예전에 추천을 받아 전자책으로 구입한 뒤 조금 읽다가 한참을 묵혀뒀어서 이제는 빨리 읽고 치워버리자 하는 마음으로 완독하였는데, 예전 독서기록을 뒤적이다가 이미 2년 전에 완독하였음을 알게 되었다. 전혀 재독하고 싶은 소설도 아니었는데 씁쓸했다. 기록의 중요성을 느낀다. 리뷰를 철저하게 작성했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 것이다.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제목만 봤을 때는 SNS 중독의 폐해를 다룬 책일 것 같지만 그렇다기보다는 시대고발 느낌으로 여러 칼럼을 묶어놓은 책이다. 근래에 와서 더욱 문제가 되고 있는 여러 주제들을 다루고 있는데 좋은 글이고 유익했지만 읽으면서 스트레스 받는 것도 사실이다... 좋았던 부분 일부 남겨둔다.
글쓰기는 우리가 삶에서 거칠 수밖에 없는 연극적인 요소들을 걷어낸다. 글을 쓰는 순간, 자신의 내면과 기억에 집중하는 순간에는 더 이상 자기를 규정하는 사회적인 시선이나 역할에 묶여 있을 필요가 없다. 오히려 그런 거짓들은 거추장스러운 것으로, 표백되고 벗겨져야 할 것으로 사라지며, 오로지 자기 내부의 핵심만이 남고 그것과 관계 맺을 수 있게 된다.
돈 셜리는 달림으로써, 연주함으로써, 여행함으로써 인간을 위한 싸움을 한다. 그리고 진정한 싸움이란 바로 그처럼 싸움 아닌 싸움, 인간이 인간으로 존재함을 드러내는 일 자체인 셈이다. 단지 세상에 품위가 존재한다는 것, 인간에게는 어떤 '격'이 있다는 것, 인간에게는 야생과 본능을 넘어서 유지할 수 있는 어떤 '태도'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그의 방법이자 곧 인간의 승리인 것이다. 그렇게 인간은 편견의 존재에서 품위의 존재로 나아간다. 품위를 지키고자 하는 한 사람, 품위를 드러내는 한 인간에 의지해서 말이다. 온갖 진흙탕과 혐오와 차별의 지옥도 결국 품위를 가진 한 사람의 비층로 밝아질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이 영화는 갖게 한다.
『소비단식 일기』⭐⭐⭐⭐
정신과적 질환의 영향으로 과소비를 하게 되었고, 그로부터 비롯된 온갖 현실적인 문제들에 힘들어하다가 1년간 '소비단식'을 하기로 결심한 사람의 에세이다. '소비단식'이란 생필품 구입을 제외하고는 단 1원도 지출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본인을 제외한 가족에 대한 지출, 경조사비 포함 최소한의 인간 관계 유지비 등은 허용)
'X발 비용'이라는 신조어가 있다. 꼭 필요하지는 않지만 기분이 나쁜 걸 해소할 목적으로 홧김에 써버리는 돈으로, '홧김비용'으로 순화되기도 했다. 전체 소비액 중에서 홧김비용으로 나가는 돈이 상당한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고 한번쯤 자신의 소비생활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실제로 사람의 정체성은 자존감, 그리고 소비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자존감이 낮아지면 그 상황이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고가의 물건을 구입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조사가 진행되었는데, 자존감이 낮을수록 명품을 더 많이 구매하려는 성향을 보였다고 한다. 그런데 자존감이 낮아졌을 때 그것을 회복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제공하니 명품에 대한 사람들의 소비 욕구가 감소했다는 것이다. 소비단식을 위해서는 나의 정체성이 어디에 있는지 고민해보고, 자존감을 높일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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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요즘 세상에 누가』⭐⭐⭐
비혼자의 삶에 대해 쓴 에세이. 비혼자들은 이 악물고 "비혼! 비혼!" 외치는게 아니라 그냥 태어난 대로 사는 것 뿐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 있으면 자연스럽게 비혼이 되는건데 어째서 결혼이 디폴트이고 비혼이 "선택"이 되는거냐는 자연스러운 의문이다. 저자가 결혼을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 삶에 사랑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연애도 하고 덕질도 하고 조카들도 만나는 그의 삶에는 충만한 사랑이 있었다.
책 속에서 "진짜 사랑이란 가장 좋은 버전의 나를 이끌어내는 것"이라는 문장을 발견했다. 더 좋은 내가 되고 싶게 만드는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해왔기에 공감했다. 그런 의미에서 조카들에 대한 사랑을 표현한 부분이 인상깊었다.
그중에서도 나의 가장 큰 학교, 조카 준이와 솔이에게 특별한 사랑을 보내고 싶다. 두 사람이 어떤 존재로든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늘 내게 많은 길을 열어준다. 내 상상력 너머에 있었던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두려움을 이겨내고 다가가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지는 것은 사랑하는 두 사람이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어린이이기 때문이다. 내가 내 안에 갇혀서 익숙한 생각 속에 주저앉고 싶을 때 늘 나를 일으키고, 내가 늘 스스로를 돌아보고 반성하게 만들어주는 소중한 존재들이다.
소중한 존재를 깊이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은 흔치 않아 더욱 귀하다. '예뻐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의 차이가 여기서 비롯되는 것 같다. 물론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것은 실패의 연속이지만, 그럼에도 끝없이 노력하는 과정 자체가 사랑이다. 그 존재에 대해 알고자 하는 노력 없이 내가 '예뻐해'주는데 왜 '귀염떨지' 않느냐, 왜 고마워하지 않느냐는 태도는 마음을 싸늘하게 식게 만든다.
아래의 인용문들은 '덕질'과 '덕후'의 삶에 대한 부분이다. 공감이 되어 메모해두었다.
덕후가 된다고 해서 갑자기 멘탈이 굳건해지지는 않지만, 다만 삶에 '거하게 대수로운 것'이 핀 조명처럼 빛나면서 다른 것들은 빠르게 빛을 잃는다. 대수롭지 않아야 할 사실들이 내 일상을 할퀼 때, 나에게는 대수롭게 사랑하는 존재가 있다.
이 사랑의 과정이 나에게 주는 가장 마음에 드는 선물은, 삶의 연차가 쌓일수록 입체적이고 복잡해지는 나의 정체성을 '팬'이라는 단순한 것으로 만들어준다는 점이다. 삼십 대 서울 거주 여성, n년차 작가, 프리랜서, 기고자, 갑 혹은 을, 팟캐스트 진행자, 둘째 딸... 수많은 관계와 맥락 속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초 단위로 결정해야 하는 피로감을 단숨에 없애고 그저 팬이라는 정체성만 남겨준다. 나는 '대장 부엉' 김이나의 '별밤 부엉이'거나 '곰돌 대장' 김희진의 '주접단'이기만 하면 될 뿐, 사회가 나에게 그간 붙여준 수많은 네임 택은 없어도 된다.
『호모 미련없으니쿠스』⭐⭐
<아마존의 눈물>, <남극의 눈물>등 인기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던 PD와 작가(둘은 부부다.)가 쓴 에세이. 전자도서관에 있길래 저자들에 대한 흥미로 선택해봤으나 그저 그랬다. 딱히 뭔가를 건져냈다거나 생각 해 볼만한 주제가 나온 것 같진 않다. 좋았던 구절만 아래 남겨둔다.
파스칼은 <팡세>에서 이런 말도 한다. "인간이 불행한 이유는 자신의 방에서 고요히 머무르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나를 알고 내가 원하는 걸 알면 다른 사람들에게 당당해진다. 여기저기 발목 잡는 것들로부터 삶이 정리되고 내가 원하는 것에 집중하게 된다.
『인스타 브레인』⭐⭐⭐
흥미롭게 읽었던 것 같은데 읽은지도 오래되고 기억이 다 휘발되어서, 인상적이었던 부분들을 메모해둔 것 외에는 남아있는게 거의 없다. 기록의 중요성을 느끼며... 희미하게나마 되새겨보자면... SNS는 다른 사람들과 나의 사회적 지위 차이를 계속해서 상기 시키면서 스트레스를 주는데 그런 스트레스는 기억력을 감퇴시키고 스트레스가 장기화될 경우는 우울증도 가져올 수 있다는 내용이었던 것 같다.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서 내 사회적 입지를 확인하고 내가 뒤처진다고 느낄 경우에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것은 진화의 산물일텐데(집단에서 지위가 낮다는건 식량이나 번식 기회 등의 자원에서 멀어진다는 의미이므로 이걸 고통스럽게 느끼도록 설계되어 있을 것이다..) 현대인의 삶에서는 현실에서 내가 속해있는 소규모의 집단에서만 비교가 이루어지는게 아니라 전세계인과 비교가 가능해졌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아마? 기억이 정확하지 않은데 내 맘대로 내용 지어낸거면 어떡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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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우연들』⭐⭐⭐
작가로서의 읽기와 쓰기에 관한 에세이. 사실 김초엽 작가의 작품은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밖에 읽어본 것이 없고 SF작가라는 것 말고는 작가에 대해 아는 것도 없다. 이 책은 순전히 '나와 또래인 성공한 여성 작가'라는 점 때문에 호기심이 생겨서 읽어보았다. 이 책을 읽고나서 김초엽 작가에 대해 드는 생각은 똑똑하고 성실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꼭 천재들만이 작가가 될 수 있는건 아니다, 꾸준히 열심히 쓰는 사람이 작가다라고 말하는 듯했다.
이 문장에 줄을 그어두었다. "소설가로서 진정으로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아무리 조그마한 구석 자리라도 자신밖에 채울 수 없는 빈 공간을 찾아내는 것."
사람들의 마음을 끄는 작품은 단점이 없는 작품이 아니라 단점을 압도하는 장점을 지닌 작품이다. 생각해보면 내가 사랑한 이야기들도 그랬다. 결함 없는 완벽한 이야기여서가 아니라 단점 정도는 그냥 눈감아 넘기고 싶은 매력 때문에 그 작품을 좋아했다.
다른 사람들이 그의 책이라고 말하는 책을 자신의 책으로 알아보지 못하는 도솅은 자기 분열 현상에 직면하고 있으며, 그와 마찬가지로 작가들도 종종 사람들이 자신의 책에 대해 말할 때, 어떤 '다른 책'에 대해 말하는 느낌을 받는다. 그런 분열은 우리에게 내면의 책이 있기 때문에 빚어지는 현상이다. 이 내면의 책은 어느 누구에게도 전달될 수 없고 어떤 책과도 겹쳐질 수 없다. -피에르 바야르,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 중에서
때로 과학은 무언가를 연구함으로써가 아니라 연구하지 않음으로써, 즉 수행하지 않음으로써 대상을 배제한다. 과학사히학자 데이비드 헤스는 이처럼 연구가 필요하지만 사회적 조건 때문에 외면되는 과학을 '��던 사이언스(undone science)'라고 명명하며 과학지식의 생산과정에서 배제되는 것을 주목한다. 과학 공동체는 당대 사회구조, 제도, 권력과 결코 무관하지 않기에 생산되는 지식 역시 사회적 맥락 속에 놓일 수밖에 없다.
『구의 증명』⭐⭐
이 소설을 언급하는 사람들이 많아 한 번쯤은 읽고 넘어가자 싶어서 선택했다. 총평 하자면 그저 그랬다. 충격적인 장면 연출과 소설 전체의 어두운 무드를 조성하는데 신경썼겠는데 그게 나에게는 별 감흥이 없었다. 낭만적인 사랑 이야기를 싫어하는 건 아닌데, 금기시되는 파격적(?)인 소재가 작품 내에서 충분히 납득될 수 있게 풀어가지 못했다는 느낌이다. '담'은 자신의 연인인 '구'가 이렇게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을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ㅡ라고 설명할 수는 있겠지만 음, 그래요? 라는 생각이 든다. 금기를 건드리는 것이 나쁘다는 것도, 그 자체에서 불쾌감이 느껴졌다는 것도 아니다. 그냥 강렬한 이미지 하나에 소설 전체가 잡아 먹혔다고 해야할까?
『국자전』⭐⭐
한 문장에 담긴 정보값이 많다거나 잘 모르는 전문용어가 많이 나온다거나 번역서인 것도 아닌데 소설이 술술 읽히지 않고 뻑뻑한 느낌이었다. 나의 내공이 부족하여 그런 뻑뻑한 느낌이 어디서 비롯되는 건지는 파악할 수 없었다. 그냥 큰 재미를 못 느껴서 쭉쭉 읽어나가지 못한 것일지도?
제목의 '국자'가 주인공 이름인데, 이런 식의 히어로물이라면 주인공 캐릭터의 매력이 더 강력해야 했다. '국자'처럼 무뚝뚝한 인물이라면 그런 겉모습과 반전되는 사랑스러움이라든지 의외의 부분에서 유약하다든지 반전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게 부족했다. 크림빵을 좋아하는 모습, 썸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립스틱을 황급히 바르는 모습 같은게 나오긴 하지만 그 정도만으로는 '국자'를 사랑할 수 없었다. 어딘가 결핍되고 부족하고 약점이 있는 인물이었다면, 또는 강렬한 욕망을 가진 인물이었다면 그에게 몰입하고 애정을 갖기 쉬웠을 것 같다. '국자'도 트라우마틱한 과거를 가지고 있지만 그 과거가 '국자'의 성격에 남긴 상흔을 느낄 수 없었다.
오히려 영화나 드라마 같은 영상물로 제작된거라면 배우가 연기력과 고유의 아우라로 채워서 좋은 캐릭터로 보여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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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팔리는 것들의 비밀』⭐⭐
"MZ세대"의 특징과 그것이 그들의 소비생활에 반영되어 나타나는 패턴을 분석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마케팅 종사자들은 어떤 전략을 채택해야 하는지 제시하고 있는 경제경영서. 곰표, 마켓컬리, 구찌, 당근마켓, 윌라, 젠틀몬스터 등 어디서 많이 들어본 브랜드들이 예시로 활용되고 있어 흥미로웠지만 가끔씩 튀어나오는 비문들이 상당히 거슬렸다. 출판 전에 한 번만 다시 읽어봤어도 잡을 수 있는 간단한 오류들인데 그 정도 성의도 없는건가 싶어서 책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했다.
"MZ세대"(1980~2010년생)라고 30년을 싸잡아놓고 마치 신인류가 나타나기라도 한 것처럼 호들갑 떠는 것을 좋아하진 않지만, 대충 요즘 소비자 패턴이라고 생각하면서 읽으면 될 것 같다. "MZ세대"는 소비활동에서 신념을 드러내고자 하는 경향이 강하다, '인스타그래머블'한 쇼룸 등 오프라인 매장을 선호한다, 진정성 있게 쌓아나간 브랜드 스토리가 중요하다 뭐 이런 내용들이다.
『저는 이 독서법으로 연봉 3억이 되었습니다』⭐⭐⭐
"가진 것 없이 태어난 사람은 독서밖에 답이 없습니다."라는 말에 감명을 받고 열심히 책을 읽어 연봉 3억과 직장 탈출을 달성한 사람이 쓴 자기계발서. 앞부분에 간단히 자신의 인생에 대해 적고 뒷부분부터 자신의 독서법에 대해 설명한다. 그래, 어떤 방법으로 돈을 버신 거죠? 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돈을 벌고 싶은거라면 소설과 에세이 읽기는 일단 접어두라고 한다. 그게 주 관심분야인데... 나는 아무래도 연봉 3억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 같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자신의 고민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책을 찾아서 그 분야에서 3권 정도 읽으며 배경지식을 쌓는다 -> 좋은 책을 찾으면 중요한 부분 위주로 여러번 반복해서 읽는다 -> 한 권에서 한 가지라도 도움될 만한 내용이 있었다면 그걸 내 삶에 바로 적용해본다ㅡ가 저자의 독서법이다.
일단 자신의 고민이나 자신이 괴로운 이유가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고(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잘 모른다.), 그걸 해결할 방법을 책에서 찾는다는 발상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떠오르지 않을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1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2020년 9월~2021년 8월간 종합 독서율은 47.5%로, 연간 1권도 읽지 않는 성인이 절반 이상이다.) 그 와중에 한 분야에서 3권의 책을 읽고 그걸 반복까지 하다니 저자는 대충 생각해도 상위 10%의 '갓생러'일 것이다.
그렇다면 다독가들에게는 이게 쉬운 방법일까? 만화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을 보면 아래와 같은 장면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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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중독자들은 자기개발서를 취급하지 않는다... 실용서적 읽는 걸 독서로 치지 않는 다독가들 또한 연봉 3억의 길과는 먼 길을 가고 있다... 독서를 통해서 인간다운 인간이 되고 바른 삶을 사는 것이 목적이 되어야지, 돈 이야기는 너무 세속적이라고 비판하고 싶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가 계속 말하고 있는 것처럼 '자신과 가족을 지킬 수 있는 힘'을 갖기 위해서 경제적 자유를 달성해야 하고, 그것을 위한 전략적인 독서를 하는 거라면 그것 또한 의미가 깊다는 생각이 들었다. 꼭 독기 충만하게 투잡, 쓰리잡, N잡 하면서 돈 벌 생각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도, 자기 삶을 개선하기 위해서 꾸준히 성실하게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저자의 태도는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책에서 좋은 내용을 찾았다면 그걸 삶에 '바로' 적용해본다는게 핵심인 것 같다. 좀처럼 움직여보려고 하지 않는게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천 개의 파랑』⭐⭐⭐
SF인지 잘 모르겠다는 말로 시작하고 싶지만 그렇다면 SF란 무엇인지 정의를 해야 할 테고 나는 그 (논쟁적인) 주제에 대해 쥐뿔 아는 것이 없으므로 일단 넘어가도록 한다. 인간이 아닌 존재(휴머노이드 '콜리')의 시선에서 인간을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서 SF에 포함되는 것일지도.
인물들이 살아온 과정, 즉 배경 스토리로부터 현재 그 인물들의 성격, 동력, 지향점이 자연스럽게 도출되어서 상당히 캐릭터 빌딩이 잘 된 잘 쓴 소설이라고 느꼈다. 각각의 인물이 가지고 있는 고민과 고통이 서사가 진행됨에 따라서 서로 부딪히고 해소, 치유되며 감동을 준다. 휴머노이드' 콜리'는 마치 강아지처럼, 어린 아이처럼 가족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마음의 장벽을 허물고 솔직한 이야기를 털어놓게 하는 존재로서 의미를 갖는다. '콜리'의 계속되는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문장이 등장한다.
"그리움이 어떤 건지 설명을 부탁해도 될까요?" "기억을 하나씩 포기하는 거야. 문득문득 생각나지만 그때마다 절대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인정하는 거야. 그래서 마음에 가지고 있는 덩어리를 하나씩 떼어내는 거지. 다 사라질 때까지."
"그리운 시절로 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현재에서 행복함을 느끼는 거야."
책을 다 읽고도 기억에 오래 남았다. 소설의 결말부에서 인물들은 아주 작은 가능성일지라도 꽉 붙들고 현재에서 행복함을 느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 그 모습에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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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의 힘』⭐⭐⭐⭐
그 유명한 곤마리가 쓴 정리에 관한 책. 곤도 마리에 & 미니멀라이프 열풍은 이미 한번 지나간 것 같긴 하지만 뒤늦게 읽고 큰 감명을 받았다. 집 안의 모든 물건을 다 꺼내서 직접 만져보며 '설레지 않는' 물건은 싹 버리고 나머지만 정리하면 된다는 내용이다. 물건과 집에도 주인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이 깃들어 있다는 둥, 물건도 하루종일 고생했으니 집에 오면 편히 쉴 수 있게 두어야 한다는 둥 영적인 면에서 접근하는건 거부감 들었지만 이런 부분들은 알아서 필터링해가며 읽으면 될 것 같다. 가끔씩 집을 뒤지다가 이런 옷이 있었나? 이런 신발이 있었나? 이 책 이미 갖고 있었네? 하는 순간이 올 때마다 잔잔한 죄책감이 밀려오며 곤도 마리에가 떠오르게 되었다.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할 정도로 물건을 많이 가지고 살면서 그다지 부유한 것도 아니고 썩 행복하다고 할 것도 아니고 그냥 환경파괴 한거구나 싶을 때 생각난다. 정리에 잠시 꽂혀서 열심히 하다가 또 멈춘 상태인데 다시 해봐야지.
공간은 과거의 자신이 아닌 미래의 자신을 위해 써야 한다는 점을 기억하자.
자신이 제대로 물건을 관리할 수 있는 적정량으로 줄임으로써 물건과 자신과의 관계가 더욱 끈끈해진다.
물건을 통해 과거에 대한 집착이나 미래에 대한 불안과 마주하면 지금 자신에게 진짜 중요한 것이 보인다.
『어떤 물질의 사랑』⭐⭐⭐⭐
149번의 교통사고에서 단 한 번의 예외없이 조수석에 앉아있는 애인을 감싸안으며 보호했다면, 어떻게 이게 사랑이 아니란 말입니까? 「마지막 드라이브」라는 이 하나의 단편만으로도 별점 4개가 아깝지 않다.
비명을 질러야 하는 델리가 오늘은 더미를 보며 웃는다. 델리가 더미의 손을 잡는다. 더미가 그런 델리의 어깨를 감싸 안고 얼굴을 자신의 품 안에 넣는다. 충돌을 감지한 센서가 사방에서 에어백을 터뜨리고, 그 순간 시속 84킬로미터로 달려오던 대형 트럭이 코앞까지 다가온다. 더미가 눈을 감고 델리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넨다. 사랑하는 델리. 나와 드라이브를 함께해줘서 고마워요. (「마지막 드라이브」 중에서)
『암컷들』⭐⭐⭐⭐⭐
요즘 인기 도서인지 여기저기서 추천이나 광고를 봤었는데, 밀리의 서재에 있길래 바로 다운받았다. '들어가며' 부분을 읽다가 몇 번을 빵터져서 웃고 그 길로 서점으로 달려가 바로 종이책으로 구입했다. 저자가 원래 위트가 넘치는 사람인 것 같다. 게다가 앞부분은 거의 분노에 차서 써갈겼다('썼다'라고 하면 느낌이 안살고 이건 '써갈긴'게 맞다.)는 느낌이라 더 시원시원하고 좋았다. 공격받기 싫어서 방어적인 태도로 미리 퇴로 마련해놓는 사람보다 하고 싶은 말 당당하게 하는 사람이 좋다.
제목에 충실하게 동물, 그 중에서도 암컷들 이야기를 내내 하는 책인데 과학적 연구 결과라고 해서 항상 객관적이고 엄밀한 진실인 것만은 아니라는게 주목할만한 지점이다.
신에 버금가는 명성 때문에 다윈의 뒤를 이은 생물학자들이 확증편향이라는 만성질환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저들은 수동적 여성의 모태를 찾아 헤매며 보고 싶은 것만 보았다. 발정기에 다수의 수컷과 하루에도 수십 번씩 짝짓기하는 암사자의 방종한 행위처럼 예상 밖의 상황과 마주치면 조심스럽게 외면했다.
연구팀은 여성들의 '격분한' 행동이 어디까지나 호르몬 때문이라고 결론지었다. 봄철에 호르몬이 급증하면서 피뇬제이 암컷들이 '인간 여성의 월경 전 증후군(PMS)에 해당하는 번식 전 증후군(PBS)'에 시달린 탓이라는 것이다. 무슨 소리. 새한테 그런 증후군은 없다. 만약 마즐러프와 벨다가 조금만 마음을 열고 암새들의 공격적인 행동에 오컴의 면도날을 들이댔다면, 피뇬제이의 복잡한 사회 체계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었을 것이다. 피뇬제이 암컷이 사실은 굉장히 경쟁적이고 집단의 서열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결정적 단서가 본인들이 꼼꼼히 기록해둔 데이터에 모두 들어있었는데도 보지 못한 것이다. 대신에 두 사람은 독단적으로 '새로운 왕의 대관식'을 거행했다. 물론 실제로는 일어날 리 없는 신념의 예식이었다.
'자연의 얼굴 전체를 덮는 이론의 가면이 있다... 우리 대부분은 바깥 세계의 언어를 읽으면서 자신의 언어로 번역해서 읽는 영구적인 습관을 의식하지 못한다.'
연구자들 본인의 머릿속을 지배하는 고정관념 때문에 연구 결과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분석하지 못하고 애써 다른 결론을 짜내기까지 한다는 것이다. 편향된 의견이 학계에서 주류를 장악하면서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애초에 수컷이 연구되는 비율에 비해 암컷이 연구되는 비율은 현저히 적었다.) 암컷들의 온갖 신기한 생태에 대해서 알려주는 너무 재밌는 책이다. 미어캣 리더의 잔혹함이나 일부일처제에도 불구하고 요령있게(?) 혼외(?) 알들을 낳는 조류들이나 흰동가리의 성전환 등등 내용 자체로도 흥미진진한데 저자의 유머감각과 함께하니 매 순간이 깔깔깔이다.
"만약 당신이 미어캣 암컷이라면, 가장 확실한 방책이자 평생의 소망은 누군가 당신의 엄마를 잡아먹는 일일 겁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타이밍이 중요하죠. 당신이 저 무리 중에서 엄마 다음으로 가장 나이 많은 사람일 때여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당신의 지랄맞은 언니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당신을 쫓아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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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만세』⭐⭐⭐
2023 민음북클럽 가입선물이었던 '잡동산이'에 이 에세이집의 한 꼭지인 '단 한 사람의 세계'가 실려 있었는데 너무 마음에 들어서 전체를 읽어보려고 빌렸다. 저자는 소설이란 "단 한 사람의 편에 서서 그를 설명하고 그의 편을 들어 주는 것"이라고 말하고 뒤에서 "보편과 객관이라는 이해, 정상적이라고 인식되어 있는 행동과 행위, 결정된 윤리와 편견 속에서 인물의 삶을 건져 내는 것이 작가가 인물에게 행해야 하는 것"이라고 부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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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후려쳐서 말하자면 ↑이거 아닐까? <쓰레기는 쓰레긴디> 라는건 보편과 객관의 시선,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정상적이라고 인식되는 기준으로 평가했을 때를 말하는 것이고 <아니 또 얘 말을 들어보면 또 그래>라는 건 소설에서 작가가 그 "인물의 삶을 건져 내" "단 한 사람의 편에 서서 그를 설명하고 그의 편을 들어 주는" 것을 의미한다. 소설 속 주인공들은 모든 게 잘나기만 하고 마냥 행복하기만 한 인물이 아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어딘가 못나고, 인정받지 못하고, 아픔을 가진 인물들이 많다. 현실에서는 아무도 그 인물에게 주목하지 않을 것이고 마이크를 쥐어 주지도 않을텐데 소설 속에서는 그 사람의 아픔에 공감하고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작가가 있어서 독자도 그 사람을 이해하고 품어주게 된다. 난 개인적으로 소설이란 "나 아파요" 또는 "인생 참 X같다"는 말을 길게 늘인 것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어찌보면 일맥상통한다. 아프다거나 인생 힘들다는 말을 들어주고 그 사람의 편을 들어주는 것, 그게 소설이라면 말이다.
언어가 꼭 문자 그대로의 의미만 전달하는 것은 아니다. 겉으로 드러난 표현 이면을 파악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야 인물의 진심, 속내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좋아.'라는 진심을 담아 "싫어."라고 말할 수 있고 "관심이 없어."라는 말을 관심을 담아 말할 수 있다.
이 부분을 읽고 <자기 앞의 생>의 한 부분이 떠올랐다. 이 소설의 화자는 따스함이나 다정함을 느껴본 적이 없는 어린 아이인데, 동네의 엄마나 이모 뻘 되는 여성이 살갑게 대해주자 도망치듯 가버리고 그 장면이 “나는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 아르튀르를 움켜쥐고 뛰었다. 나는 그녀에게 아무것도 바라는 게 없었으므로.“라고 서술되어 있다. '나는 그녀에게 아무것도 바라는 게 없다'는 건 누가봐도 거짓이다. 오히려 너무나 무섭도록 애정과 관심을 바라는 마음이 크기 때문에 도망치는 것이다.
작가는 어구나 표현 혹은 구성이나 형식을 이용하여 자신을 드러낸다. 그것은 일종의 날씨처럼 소설 전체에 영향을 준다.
이 부분이 마음에 든다. 문체를 날씨에 비유한 것인데, 작가가 섬세하게 단어와 문장을 골라 만들어 낸 날씨 속에서 독자는 허구의 세계를 걷게 된다는 것이다. 소설의 분위기를 묘사할 때 산뜻하다, 찐득하다 등으로 표현할 때가 많아서 문체는 날씨와 같다는 말을 보고 무릎을 탁 쳤다.
『사라진 여자들』⭐⭐⭐
상업 소설 그만 봐야지 결심하지만 재밌어서 손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다. 도리토스를 주식으로 삼을 순 없지만 가끔 생각날 때 먹으면 너무 맛있는 법. '그래서 범인이 누군��?'가 이런 스릴러 소설의 시작과 끝인데, 휙휙 넘기면서 줄거리와 범인만 확인하는 식으로 읽지 않는 이유는 과정에도 어느 정도 의미는 있다는 뜻일 것이다. 주어진 단서만 가지고 나름대로 범인을 추리해보는 재미거나, 작가가 서서히 쌓아가는 긴장감을 즐기는 것이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결말부에서 내 마음에 드는 결말이 아니었을 경우 그 책과 함께한 모든 시간이 허망해진다는 손해 정도는 기꺼이 감수하고 뛰어드는 낭만 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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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atandslnc · 1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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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비트앤사일런스 블로그를 만들어 볼 생각으로 텀블러에 가입했는데 뭐가 뭔지 감이 안온다. 뭐라도 올려봐야 매뉴얼을 알 것 같아 스마트폰에 있는 사진을 찾아보니 죄다 시진이 사진뿐이다. 어쩌겠는가? 블로그 첫 개시는 임시진일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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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로 커지는 자기 주장과 함께 늘어가는 울음. 미안하다. 시진아. 사실 너 울때 귀여워서 몰래몰래 숨어서 많이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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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랑 아빠랑 지저분한 것들 최대한 걷어내고 행복하게 지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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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yanono · 2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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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약간 텀블러를.. 나의 투병일지로 쓰는 듯한 느낌이다. 근데 왠지 다 기록해놓으면 좋을 것 같다. 여기에다 털어놓아야 주변인들에게 징징거리지 않고 괜찮은 어른 행세를 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주변에서 어때, 좀 괜찮아? 하고 물었을 때, 응! 나 이제 건강해! 하고, 죽는 소리 하지 않고 기분 좋은 얘기로 넘어가려면 말이다.
왼쪽 팔꿈치 호전이 더뎌 어제 의사에게 다른 치료로 바꿔서 해보고 싶다고 얘기했다가 호되게 당했다. 원래 받아오던 집중형 체외충격파도 아주 아팠는데, 어제 받은 방사형 체외충격파와 미세전류치료는... holy... 상상을 초월했다. 이렇게 아픈 거라고 말해줬으면 안 했을 거예요오오!!! 아파하느라 욕이 나올 틈도 없었다. 이 악물고 삼십분을 버텼다.
문제는 치료가 끝나고 부터였다. 통증이 고질적으로 남아있긴 했다만 경미한 수준이었는데, 치료가 끝난 직후엔 점점 더 아프기 시작했고 움직임까지 불편해진 것이다. 그게 얼마 전의 극심했던 통증을 떠오르게 해서 불안하기 시작했다. 다시 진료를 요청했고, 의사는 안절부절해 하는 나를 보고 웃으며 달랬는데 그 모습이 얄미웠다. 지난 달 오른쪽 팔의 악몽 역시 <오전에 팔 근력운동, 오후에 물리치료, 저녁부터 일상생활 불가> 이런 식의 흐름이었고 오늘도 같은 일과였기에 나는 충분히 불안해 할 만했는데. 어쨌든 지금은 의사 말대로 하루 지나니까 멍은 크게 들었지만 괜찮아지고 있는 게 느껴진다. 치료 반응의 일환이었던 것이다.
나이가 들어가며 여러가지 일들을 겪고, 그것들이 나를 자극에 둔감하게 만들고 통점의 역치를 높여줄 것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웬 걸, 아는 게 늘어가는 만큼 불안한 것만 많아진다. 순간순간의 고통과 불안에 괴로워하고, 이 또한 지나가리라 여기지 못하는 나의 모습이 별로다. 모든 것은 물질적이고 일시적인 것에 불과하다. 정신적인 영역으로 승화시켜서 잘 극복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마음 만은.
내가 요즘 만나는 그 사람은, 감정의 높낮이가 확실하고 그것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사람이 좋아 보인다고 말한다.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기분이 조금 좋았던 것 같고, 지금 다시 떠올리고 있자니 우습게도 마음이 놓인다. 이렇게 누군가의 말에 내 기분이 영향을 받는 것도 불안한 일이다. 영원한 고통이 없는 건 다행인데, 변하지 않는 게 없다는 건 불안하다. 내가 뭐라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건 그냥 투병일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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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ngkoburi · 2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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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세틱한 사이트
이제 더워질까 말까 하는 여의도의 길가였다. 평일 오후의 비지니스가를 걸어다니는 사람들은 얼굴마저도 사무적으로 꾸미고 그들 개개인의 목적지를 향해 일직선으로 걷고 있었다. 나랑 김수열 그리고 박선영은 그런 곳에서 커다란 악기 가방을 메고, 엠비씨 방송국을 향하고 있었다. 대학가요제의 예선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아마 누군가가 내년에 대학교를 졸업을 하는 해였어서, 그 해의 대학가요제 응모가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였기에, 실정이 어떤지도 모르고 덜컥 응모를 했다. 대학가요제에서 수상을 한 뮤지션이 커다란 무대나 방송에 출연하는 걸 보면서, 막연히 저기서 본선까지만 가도 밴드의 홍보에는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우리 밴드는 당시 한국에 갓 진출해서 홍대의 음악인들을 상대로 정력적으로 프로모션을 펼치던 마이스페이스가 기획 주최한 클럽데이 오디션에 합격을 해서 처음으로 '손님을 앞에 두고' 하는 공연을 앞 두고 있던 시점이었다. 뭐가 되었든 밴드가 한 명이라도 많은 사람 앞에서 연주를 할 수 있는 모든 기회를 잡고 싶었고, 말로 확실히 뱉어낼 순 없었지만, 뭔가 우주의 기운이 나(혹은 밴드)에게 오고있다는 사실을 피부의 솜털로 어렴풋이 느끼며 트라이 앤드 에러를 거듭하던 시절이었다. 모르긴 몰라도 대학가요제에서도 뭔가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하며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엠비씨 방송국으로 향했다.
대기실 안에는 지원자들로 가득해서 붐볐다. 우리 셋은 들어가자 마자, 모두가 자기를 주인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가득 찬 장소와 분위기에 기가 죽었지만, 언제나처럼, 우스운(혹은 개성적인) 옷을 입고 있는 락커 형님이나, 화장이 너무 진해서 분장의 수준이 되어가는 자기주장 강한 누님들의 외모를 비웃고 비하하면서 마음을 가라앉혔던 걸 기억한다.
이 오디션의 가장 커다란 문제는, 노래 외의 악기연주는 전부 립싱크로 퍼포먼스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 이었다. 그 사실은 노래에는 자신이 없다는 얘기나, 우리 밴드는 목소리보다 전체적인 사운드로 승부하는데 라는 변명을 하는 수준 이전의 문제였다. 우리들은 그런 식으로 밴드 음악을 평가하는 게 가능은 한가? 라고 불만을 가득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심사를 어떡케든 뚫지 않으면 안 되는 과제에 직면하고 있었다. 사회인이 되어 앞으로 끝없이 직면해야 할 연속적인 모순의 문 앞에 처음 서서 우리는 설레있었고, 긴장하고 있었고, 무엇보다 무지했다.
이전에 딱 한번, 직접 소를 도살하는 도살장의 광경을 본 적이 있었다. 세차장 같은 레일에 살아있는 소들을 태워서, 사람이 소 머리에 쏘는 총 같은거를 미간에 셋팅을 해서 세차기계 같은 기계 안을 지나면 소가 죽어서 나오는 그런 시스템이었다. 대학가요제의 예선 오디션은, 무언가 그 도살장의 흐름이랑 굉장히 닮아있었다. 그 오디션은 인삿말로라도 무언가를 창조하기 위한 곳은 아니었고, 거꾸로, '처리' 하기 위한 장소였던 것 같다.
김수열이 준비한 반주 음악을 스텝한테 전해주고 드럼 스틱을 들고 의자를 찾았는데 그 스텝이 '그냥 서서 하세요' 라고 했다. 악기를 맨 채로 오디션장으로 들어간 나랑 박선영은 김수열이 잠시 머뭇거리는 걸 피식거리면서 지켜보았고, 김수열이 자리를 잡자마자 음악이 재생되었다. 우리 앞에는 책상에 앉은 아저씨가 3명 있었다. 반주 앞에는 클릭이 없었기 때문에 음악이 시작되자 허둥거리며 셋은 연주하는 척을 시작했다. 전주가 30초 이상 계속되는데, 나는 음원을 따라 기타를 치면서, 마치 화장실에서 똥을 싸는데 누가 그걸 계속 지켜보고 있다면 이런 기분이겠구나 라는 생각을 계속 참으며 첫 가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면허를 딴지 얼마 안된 녀석의'
'감사합니다.'
가사의 첫 소절이 다 끝났는지 끝나기 전인지 하여튼 그런 타이밍에 심사위원 중 한 사람이 이렇게 말하고 음악이 끊겼다. 그렇게 우리는 '처리' 당했다. 우리도 고개를 숙이고 오디션장을 나왔다. 문을 열으니 우리 다음 순서의 지원자가 바로 문 뒤에서 스텝의 안내를 받아 대기를 하고 있었다.
여의도 역 까지 걸어가며 우리는 계속 낄낄거리면서 욕을 했다. 대기실 안의 지원자들을 욕했고, 오디션 장 안의 심사위원들을 욕했고, 안내하는 스텝의 욕을 하고 엠비씨의 욕을 하고 여의도 욕을 하고 한국 대중음악계에 대한 욕을 하고, 마지막으로는 우리 스스로의 무력함에 대해 욕을 하면서 낄낄거렸다. 상처가 너무 심했다. 후회도 많이 되었고, 오디션장에 엠프랑 드럼만 있었어도 상황이 틀릴거 같았고 다른 지원자들의 음악보다 우리 음악이 뒤떨어진다는 생각은 죽어도 하기 싫었다. 소속사 사장한테 연락해서 현황을 보고하자 '저는 안 될 줄 알았어요' 라고 하면서 예의 그 담담한 ���투로 얘기를 했고, 소속사의 다른 뮤지션(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당시에는 초 유명한 인디밴드였다) 의 멤버는 '자기도 지원했을 때 예선 통과도 못했었다. 괜찮다' 라고 위로를 해 주었다.
그 해의 대학가요제에서 우승한 밴드의 음악은 이례적인 힛트를 쳤다. 그 밴드의 여성 보컬은 (다시한번, 지금은 어찌되었는지 모르겠지만) 귀여운 외모와 가창력으로 연예계에서 주목을 받으며 유명세를 얻었다.
우리 밴드는 어쨌냐 하면, '클럽데이 오디션 합격 공연' 에서 관객이 5명도 안 되는 30분짜리 공연을 끝낸 후, 클럽 에프에프와 빵에서 평일 라인업 공연을 조금씩 하면서 사이월드 클럽에 회원 수가 늘어가는 걸 기쁨으로 여기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전술한 대로, 나는 어째선지 우주의 기운이 나에게 올 거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고 있었다. 그런거 다 포함해서 지금 아무리 생각해도 한심하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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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ic121sun · 4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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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율 0.78 현실로 다가오는 인구 소멸, 어른들은 모르는 아이 낳지 않은 2030의 사정│늘어가는 양육비에 골머리 앓는 젊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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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skwilkinson33 · 6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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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lmcalmcalmly · 6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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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4
계획하지 않고서는 안되겠다! 라는 심정으로 달력을 보다가 계획으로는 절대 할 일을 다 마치지 못한다는 걸 깨닫고 계획하는걸 포기하며 절망하는 이 마음..
이 부산스러운 마음..! 이 조급한 마음..! J는 이 기분을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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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전날 볼 자료로 축약해야하는데 갈 수록 제본이 늘어가는 이상황... 이 처참한 심정..
푸념을 늘어놓을까 전화를 할까말까 수십번 고민하다 말아버리고.. 내 솔직한 심정을 쓸까말까 내 마음을 알아줄까 어쩔까 고민하다가 써내려간 카톡에 내 진심이 담겨있길, 상대방이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
누구에게 하는지도 모르는 듣고있을지도 모르는 내 기도를 들어주길바라면서 하는 잠자기전 의식
이 조잡한 글.. 이 두서없는 이 글... 이 일기야 말로.. 지금 내 혼란스러운 정신상태를 보여주는 것이올시다..
이왕 혼란스러운 김에 내 바램을 적어보겠다..흠.흠.
시험 전까지 기분이 더처지지 않길.. 포기하지 않길.. 잡생각은 적당히하고 여장군마냥 대범해질 수 있길 그래서 내 좋은 기운이 주변 사람들에게도 전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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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ucin-on-u · 8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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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21(토)
"코로나가 휩쓸고 간 자리에 아직도 여행업을 지키고 있는자들은 기민하진 못한자들이다. 어쩌면 사람들은 다시 여행을 할 것이라고 믿는 낭만주의자라고 보는 것도 맞을 것이다."
..라고 언젠가 메모장이 적어두었다. 서울에 다시 '상경'해, 강남으로 이직한지도 벌써 10개월이란 시간이 흘렀다. 겨우 경영진의 신뢰를 얻어내 팀을 만들고, MVP 수준이지만 신규 제품도 두 개나 출시했다. 아직 '본 게임'에 돌입하진 않았지만 새롭게 꾸려진 팀원들과 합을 맞춰보는 시간으로써는 아주 적절했던 것 같다.
마지막 출시한 서비스는 일종의 '고객 온보딩 서비스'인데 기존에 쌓여진 콘텐츠가 엄청나게 많진 않았지만 고객 유형을 여러개로 구분해 제공중인 서비스와 콘텐츠를 제안해주는 측면에서는 경우의 수가 적진 않았고, 낡고 허접한 레거시 코드에서 모던스택으로 전환하는 환경 세팅까지 진행했기에 예측키 어려운 변수가 곳곳에 도사리는 만만치 않은 작업임에는 틀림 없었다고 회고한다.
무엇보다 으레 스타트업이라는 것의 생애가 그렇듯, 주어진 시간 자체가 촉박한 것이 가장 컸다. 이 조직도 예외는 아니었고, 타협 불가능한 시스템적인 제약과 시간에도 불구하고 큰 이슈 없이, 무난하게 해냈다.
그래서 그런지 다음에 진행할 제품에 대해서도 얼른 해보고 싶다는 말을 들었을 때, '묘한 기분'을 느꼈다.(여기에도 많은 서사가 있다. 나중에 천천히 다루겠다)비로소 팀원에게 'PO'로서 인정 받은 느낌이랄까. 이런 경험을 통해 자신감을 얻고, 비로소 상호 신뢰(rapport)를 만들어낸 것 같다.(-중간에 이탈자가 있었으나, 관계적인 문제가 아닌, 원래 가고싶은 회사가 있어 응원해주기로 했다. 요즘도 이직한 그 팀원과 슬랙 채널을 따로 만들어 소통하고 있을 만큼, 짧은 시간만에 만들어진 우리들의 케미는 괜찮은 것이었다. 여하튼-) 제대로 갖춰진 '복합 기능 조직(Cross-funtional, 여기서는 '스쿼드'라고 부른다)'을 이끈 입장에서도 분명 성취감이 있다.
'스쿼드'를 넓게 확장해보면 하나의 '사업체'를 이끈 것과 같으니, 이직 후 10개월만에 한 발자국 뗀 기분이 든다.
성장하지 못하는 조직에서 고여서 썩어가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 4년에 가까운 시간을 단숨에 접고 이직한 내게, 약 10개월만의 소기의 성과를 거둬냈다고 자평할 수 있을 것 같다.
여담이지만, 당시 포트폴리오를 준비하는 시기에 혼자 회사에 ��와 주말 새벽까지 작업을 하곤 했다. 당시에 '이태원 참사'가 벌어지는 시기였다. 새벽에 사망자수가 늘어가는 걸 뉴스로 접하며, 교차하는 여러 감정을 눌러가며 꾸역꾸역 포트폴리오 작업을 마무리했었다.
서두에 '아직도 여행업을 하는 자들은 낭만주의자다’라고 메모장에 끄적인 글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은 복합적이지만 대체로 제주도에 대한 그리움인 것 같다. 이전 회사가 그리운 것은 아니고, 정확히는 제주도에서의 경험. 희수를 만나기전에 약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독서하고 런닝하며 견뎌낸 혼자만의 사색의 시간을 떠오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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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조선으로부터 유배지로 쓰였던 '탐라국', 즉 제주도라는 섬은 '섬'이라는 독립된 성격이 주는 '특수성'이 존재한다. 지금도 그 명맥을 이어가듯, 타지에서 내려와 ‘살아 본 자’들만 아는, 관광지가 아닌 유배지라는 성격에 가까운 특별함이 있다. 일상의 스트레스가 가득한 도심과는 다른, 마치 '제3의 공간'처럼 한국이지만 이질적인 기분을 느끼게 하는데 그 기분을 표현하자면 ‘나를 아는 사람이 없는 외국에 아주 멀리나와, 조금 쓸쓸하지만 그것은 그대로 마냥 나쁘지 않은 설렘’같은 것이다. ‘홀로하는 여행’과도 같은 체험을 매일, 매주 만끽한 것이다.
물론 내가 지냈던 지역은 제주도라해도 '신시가지' 격인 번화가 였다. 그렇지만 모두가 자고 있을 어스름한 새벽에 운동복을 갖추고 나와, 바닷가 근처까지 쉴새 없이 뛰면, 무척이나 조용하지만 눈부시게 동이트는 그 찰나, 어둡고 푸르스름한 새벽을 주황 빛으로 하늘과 바다를 천천히 물들이는 순간을 목도하게 된다. 그것은 너무도 황홀한 것이어서, 지독히도 엉망 조직에서 4년이라는 시간을 지탱하게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렇게 거의 매일 10km이상을 그 순간에 좀 더 머무르고 싶은 마음에 무아지경으로 달렸다.
되돌아보면 당시 런닝에 BPM높은 '헬스장'같은 노래가 아니라, 가사 없는 배경음악을 '깔았다'. 마치 네셔널지오그래픽 다큐멘터리의 타임 슬립같은 기법을 통해 연출할 때에나 쓰일 법한 음악을 그 순간에 페어링해, 신비로운 영화를 감상하듯 영화적 체험을 스스로 '연출’하곤 했다. 중2병의 발전된 형태랄까.
맛집에서 술을 마시거나, 사람들과 스노클링을 하는 등의 오락적인 것들이 아닌, 도시가 깨어나기전의 체험들이 더 선명하고, 또렷하게 기억 남아있다. 그것들로 하여금 지금 여기, 복잡한 도심의 스트레스를 견디도록 해주는 것 같다. 한병철의 <시간의 향기>처럼, 그 찰나를 온전히 만끽했던 그리움을 추억하며 언제든 그곳에가면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같은 것이다. 나는 이따금씩 희수와 제주에서의 은퇴 생활에 대해 사뭇 진지하게 이야기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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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eungeun · 8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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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하고 싶은 것들이 자꾸만 늘어가는 나날.
뭐든간에 겪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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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ram · 9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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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보람 자기소개
안녕하세요, 저는 연세대학교 2학년 1학기를 다니고 있고, 심리학을 전공하고 있는 2004년생 유보람입니다. 저는 대학으로 들어오기 전까지 계속 해외에서 자라와서 한국 생활을 경험한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한국어도 좀 서툴러서 틀린 문법이나 조금 어색한 문장을 발견하실 수도 있는데 너그럽게 이해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먼저 제 가족을 간단히 소개해 드리자면 저는 형 한 명과 부모님이 계십니다. 형은 저와 1살 차이가 납니다. 그리고 형은 현재 군대에 있습니다. 저도 내년 하반기쯤에 가려고 계획 중이며, 곧 가는 것을 준비해야 합니다. 가기 전까지 신촌에서 대학 생활을 잘 보내고 후회 없이 들어가길 바라고 있습니다. 이 수업을 포함하여 다른 수업에서도 열심히 하고 싶습니다.
저는 1살 때 부모님의 일 때문에 중국에 가서 살았습니다. 그러나 너무 어릴 때 가서 그때 무엇을 하고 어떻게 살았는지에 관해서 잘 기억이 안납니다. 제 기억에 남는 것 중에서 가장 기억이 잘 나는 것은 만리장성으로 간 기억인데, 엄청나게 긴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압도적이고 신기한 경관에 어린 마음에 엄청나게 설레고 신났던 곳으로 기억합니다. 너무 많이 뛰어다녀서 부모님이 저를 잃어버리실까 걱정하셨던 것 같기도 합니다. 저는 중국에서 살았던 8년이 행복하고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특히 어릴 때라 더 전반적으로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9살까지 중국 톈진에서 살았고, 그 이후 가족이랑 함께 대만으로 가서 살았습니다. 저는 대만으로 간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타이완(대만)"을 "타일랜드(태국)"와 헷갈렸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대만의 첫인상은 태국이랑 착각한 것이었습니다.
지금으로서는 대만은 저에게 가장 편안한 집과 같은 곳입니다. 왜냐하면 저는 대만에서 9년 이상을 살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처음 대만으로 갔을 때 중국과 언어 면에서도 조금씩 달라서 헷갈렸습니다. 중국과 대만에서 파인애플이랑 감자를 다르게 부르는 것도 신기했었고, 중국에서 간체자로 쓰는 것을 대만에서 번체자로 쓰는 것도 신기했습니다. 처음 왔을 때 5년 동안 다녔던 국제학교와 친구들을 떠나야 해서 조금 속상했었지만, 그래도 다행히 결국 대만에서 잘 적응하고 좋은 친구들을 만난 것 같습니다.
저는 대학으로 들어오기 전에 중국과 대만에서 초등학교 때 현지 학교를 조금 다니고, 그 외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대부분 계속 국제학교에 다녔습니다. 그래서 저는 수업을 중국어와 영어로 배우고 학교 안에서도 중국어와 영어로만 대화하고 지냈습니다. 그래서 한국을 작년에 들어오고 처음으로 새롭게 한국어로 수업을 들었습니다. 그 이유로 대학을 처음 들어올 때는 많이 어려웠고 잘 못 알아들었는데 지금은 그래도 조금씩 한국어가 더 익숙해지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많은 교수님이 도움을 주시고 친절하게 질문들을 대답해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좋았습니다. 그리고 친구들도 많이 도와줘서 고마운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제 첫 학기는 2022년 9월 학기였습니다. 첫 학기에 저는 한국의 겨울을 처음으로 경험했습니다. 저는 ��국으로 오기 전에 대만에서 살아서 겨울을 잘 몰랐습니다. 왜냐하면 대만에서는 전반적으로 날씨가 따뜻해서 높은 산 쪽 말고는 눈이 안 내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송도 국제 캠퍼스에서 처음 눈이 내려왔을 때 저에게 있어서는 새롭고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눈사람도 처음 만들고 눈에서 친구들과 많이 놀았습니다. 또 기억나는 것은 처음 추워져 갈 때쯤 저는 겨울옷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은 익숙하지 않은 추위에 조금 힘들었는데 옷을 사고 나서 많이 괜찮아졌고 잘 적응했습니다. 이번 겨울에도 눈이 내리는 것을 보고 친구들과 함께 노는 것이 많이 기대됩니다.
저는 고등학교 12학년 때 심리학 수업을 신청해서 듣게 됐었습니다. 심리학 수업을 들었을 때 다른 수업들에 비해 더 흥미도 있고 더 많이 배우고 싶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대학을 지원할 때 심리학 전공으로 지원했습니다. 고려대 심리학과와 연세대 심리학과 둘 다 합격했고 어디로 갈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주변에서 연세대가 더 좋다고 연세대로 왔습니다. 그리고 기대되는 마음으로 전공 수업을 들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대학에서 가장 어려웠던 수업은 항상 심리학 관련 수업이었습니다. 왜냐하면 한국어로 시험을 보는 것이 거의 처음이고 모르는 단어가 너무 많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른 수업들은 오히려 괜찮았지만 심리학 수업에서는 더 많이 공부해야겠다고 많이 느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한국에서 생활을 더 오래 할수록 한국어가 더 늘어가는 것이 느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제 2학년 수업을 더욱더 열심히 하고 결과가 잘 나오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저는 "인지과학 연구 방법" 수업에서 많은 것을 배우는 것을 기대합니다. 우선 저는 "인지과학 연구 방법" 수업을 통해 인간-컴퓨터 상호작용에 대해 더 배우고 싶습니다. 제 전공은 심리학이라 사람들과 그들의 행동에 대해 배우는 것에 관심이 있습니다. 또한 컴퓨터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관심이 많아서 이 과목을 수강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저는 인지과학 연계전공을 하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이번 학기를 마치고 나서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더 확실하게 정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수강 변경 기간 때에 이 수업을 신청한 것이라서 OT를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수업에 대한 것을 자세히 모르지만 이름만으로도 흥미로운 분야인 것 같아서 신청하게 됐습니다. 이 수업을 통해 많은 것과 좋은 성적을 얻어가길 희망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것은 컴퓨터 게임을 하거나 영화를 보는 것입니다. 한국으로 오기 전에 롤이라는 게임을 했었습니다. 이 게임은 대만보다 한국에서는 더 많은 사람이 해서 저는 한국으로 오고 나서 이 게임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같은 게임을 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 같이 할 수 있고 더 친해질 수 있기 때문에 이 게임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가 영화관에서 영화를 봤던 최초의 기억은 겨울의 왕국 1이 나왔을 때였습니다. 제가 대만으로 처음 갔을 때 인생 처음으로 영화관에서 영화를 본 영화라서 기억에 잘 남는 것 같습니다. 제가 최근에 영화관에서 본 영화의 제목은 "오펜하이머"입니다. 저와 같이 본 친구는 이 영화가 너무 말만 많아서 좀 지루하고 재미없다고 말했는데 저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가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원래 오펜하이머라는 사람에 대해 잘 몰랐는데 이 영화를 통해 오펜하이머가 원자 폭탄을 만들 때 느꼈던 것과 다른 사람들이 이것에 대해 어떻게 반응했는지를 배웠습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재밌고 좋은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저에게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 중 하나는 성장입니다. 그러니 현재 아직 모르는 것도 많고 부족한 것도 많지만 그래도 앞으로 하나씩 하나씩 더 배우고 노력해서 성장하고 싶습니다. 연세대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에서 많은 의미를 찾고 좋은 사람들과 소중한 추억들도 많이 만들고 싶습니다. 저는 현재로서는 명확한 꿈은 딱히 없지만, 2학년이 되었으니 곧 어떤 꿈을 찾아서 노력할 수 있는 목표가 생길 것을 희망합니다. 졸업하기 전에 제가 스스로 무엇을 할지를 깨닫고 목표를 향해 노력하고 싶습니다.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복수전공을 하는 것입니다. 제가 지금 생각하고 있는 과는 생명 관련된 전공입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생물공학 쪽에 관심이 있습니다. 제가 고등학교 때 생물 수업이 재밌고 괜찮았다고 생각해서 그렇습니다. 그리고 지난 학기 생물 관련 교양 수업을 들었는데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아직 100퍼센트 확실하게 결정한 것은 아니지만 이번 학기에 생명 수업을 조금 듣고 성적이 잘 나와 해볼 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전체적으로 저는 이번 학기 "인지과학 연구 방법” 수업에서도 열심히 하며 다른 수업에서도 열심히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더 많은 좋은 사람을 만나 즐거운 2학년 1학기를 보내고 싶습니다.
Who I Am, and What I Have Been Through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2학년 1학기를 하고 있고, 심리학을 전공하고 있는 04년생 유보람입니다. 저는 대학으로 들어오기 전까지 계속 해외에서 자라와서 한국 생활을 경험한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한국어가 아직도 조금 서툴러서 틀린 문법이나 어색한 문장을 발견하실 수도 있는데 너그럽게 이해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12학년 때 심리학 수업을 신청해서 듣게 됐었습니다. 심리학 수업을 들었을 때 다른 수업들에 비해 더 흥미도 있고 더 많이 배우고 싶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대학을 지원할 때 심리학 전공으로 지원했습니다. 고려대와 연세대 중에서 연세대가 더 좋다고 들어서연세대로 왔습니다. 그리고 기대되는 마음으로 전공 수업을 들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대학에서 가장 어려웠던 수업은 항상 심리학 관련 수업이었습니다. 왜냐하면 한국어로 시험을 보는 것이 거의 처음이고 모르는 단어가 너무 많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른 수업들은 오히려 괜찮았지만 심리학 수업에서는 더 많이 공부해야겠다고 많이 느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한국에서 생활을 더 오래 할수록 한국어가 더 늘어가는 것이 느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제 2학년 수업을 더욱더 열심히 하고 결과가 잘 나오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What I'd Like to Learn From This Course 저는 "인지과학 연구 방법" 수업에서 많은 것을 배우는 것을 기대합니다. 우선 저는 "인지과학 연구 방법" 수업을 통해 인간-컴퓨터 상호작용에 대해 더 배우고 싶습니다. 제 전공은 심리학이라 사람들과 그들의 행동에 대해 배우는 것에 관심이 있습니다. 또한 컴퓨터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관심이 많아서 이 과목을 수강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저는 인지과학 연계전공을 하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이번 학기를 마치고 나서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더 확실하게 정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수강 변경 기간 때에 이 수업을 신청한 것이라서 OT를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수업에 대한 것을 자세히 모르지만 이름만으로도 흥미로운 분야인 것 같아서 신청하게 됐습니다. 이 수업을 통해 많은 것과 좋은 성적을 얻어가길 희망합니다.
Things That I Like. 저에게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 중 하나는 성장입니다. 그러니 현재 아직 모르는 것도 많고 부족한 것도 많지만 그래도 앞으로 하나씩 하나씩 더 배우고 노력해서 성장하고 싶습니다. 연세대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에서 많은 의미를 찾고 싶습니다. 저는 현재로서는 명확한 꿈은 딱히 없지만, 2학년이 되었으니 곧 어떤 꿈을 찾아서 노력할 수 있는 목표가 생기기를 희망합니다. 졸업하기 전에 제가 스스로 무엇을 할지를 깨닫고 목표를 향해 노력하고 싶습니다.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복수전공을 하는 것입니다. 제가 지금 생각하고 있는 과는 생명 관련된 전공입니다. 아직 100퍼센트 확실하게 결정한 것은 아니지만 이번 학기에 생명 수업을 조금 듣고 성적이 잘 나오면 해볼 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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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just-said-that · 10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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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내 전부랑 한평생 행복할 거야. 요즘도 여러 잔상이 가끔 떠오르지만 '그게 뭐?' 싶다. 내 할 일 하면서 하루 채우기도 벅차니까. 인생은 개썅 마이웨이라고.
어제 갑자기 '나이 듦'에 대해 생각했다. 내 나이가 이제 만으로 서른하나. 숫자가 늘어가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느꼈는데 아무 생각없이 늘리지만은 않은 것 같다. 올해의 나와 작년의 나, 서른하나의 나와 스물일곱의 나는 확연히 다르니까. 내공이 쌓였다고 해야 하나. 남자친구도 그럴 테지. 시간과 함께 뭔가를 얻어가고 있다면 난 성실히 살고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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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knim · 1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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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국악 수업 : 점점 늘어가는 가야금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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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yeongjun · 1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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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 새들과. the birds that go pass 지나치는 사람들. and the people that pass by 흔들리는 갈대밭. the moving field of reeds 사이 인사하는 허수아비 and the scarecrow that greets from its midst 마치 나와 같이 just like me
처음 듣는 역들 사이 in between stations heard for the first time 늘어가는 고민들 worries that are growing 눌러앉는 무게감 and the weight that presses upon 눈을 감다 뜨면 없어지겠지 if i close and open my eyes, they’d disappear right? 마치 꿈이라는 듯이 just like a dream
나는 내가 정말 무사히 도착하기를 바라 i really hope i arrive there safe 너무 힘들어도 꿋꿋이 걸어가기를 바라 even if it’s too hard i hope i continue walking on steadily 나는 네가 정말 무사히 도착하기를 바라 i really hope i arrive there safe 너무 힘들어도 꿋꿋이 걸어가기를 바라 even if it’s too hard, i hope i continue walking on stead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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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vendingnews · 1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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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a 모르면 손해! 핵꿀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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