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선 목적은 아프리카 출신 거주민을 찾아 여인에 대한 단서를 얻는 것. 하지만 탐문 하나 때문에 무작정 거리를 헤매고 다니기에는, 시간도 아깝고 지루할 것 같다.
그러니 이번에도 겸사겸사로...
코르도나 경찰서의 마지막 의뢰 '희생양'. 보고서에 따르면, 코르도나 공동묘지 서쪽의 숲 유적에서 여자 셋과 신부 1명이 염소 절도와 기물 파손, 미풍 양속 위반 혐위로 체포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피해자는 이 네 사람 중 누�� 염소 도둑인지 범인을 특정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었다. 그럼, 지금부터 이 사건 조사하러 가면서 거리의 행인들 중 탐문할 만한 사람이 없나 찾아 보도록 할까.
그런데, 뜻밖에도 출발한 지 얼마 안 되어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장소는 그랜드 사라이, 셜록네 집 주변.
피해자 여인과 비슷한 머리 장식을 한 사람이 지나가길래 황급히 붙잡고 물어 보니, 난민 캠프 얘기를 꺼내며 거기로 가라고 한다. 난민 캠프는 스칼라디오 동북부와 실버튼을 잇는 빅토리아 다리 아래에 있다.
코르도나에 아프리카 출신 이민자가 이렇게 많았던가? 이 퀘스트 전까지는 마주친 기억이 별로 없는 것 같은데.
아무튼 덕분에 한결 가벼운 기분으로 이번 사건을 대할 수 있게 되었다.
참고로, PS5에서는 아프리카 출신으로 보이는 행인에게 탐문을 시도해 봤는데, 이쪽도 정답이었다. 여기서는 탐문 대상이 피해자와 비슷한 차림을 하고 있었지만, 그것이 탐문 성공의 필수 조건은 아닌 것 같다.
그림 속 피해자에 대한 단서를 손에 넣은 뒤, 다시 희생양 조사를 위해 숲 유적으로 발을 옮긴다.
평범한 숲인데, 늦은 밤이라서인지 그런 사건이 있던 탓인지 첫 인상부터 좀 음산한 느낌.
혼자 현장을 지키던 경찰관이 셜록을 보더니, 이번은 냄새가 특히 심하다며 그의 비위를 걱정해 준다. 상냥도 하셔라.
그럼 그 지독한 냄새의 근원을 이제부터 조사해 보실까.
유적 안으로 들어가는 길에 선명히 찍힌 염소 발자국. 염소도 자기 운명을 알았는지 저항이 심했던 모양이다. 그 앞으로 깨진 술 단지 파편이 보인다. 이 파편이 가리키는 바는 범인들이 이미 거하게 취한 상태에서 일을 저질렀다는 뜻이거나, 범인들이 범행에 쓰려고 들고 오다 어떠한 이유로 깨뜨렸거나일 듯.
발자국과 항아리 파편을 지나 셜록이 맞닥뜨린 것은 범인들이 문제의 의식을 치룬 곳. 제단 위에 도살 당한 염소 시체가 그대로 놓여 있다. 끔찍하군.
범인들은 이 염소를 제물 삼아 대체 어떤 의식을 치루려 했을까. 뭐, 자기들이 믿는 사이비 신한테서 계시라도 구할 작정이었나?
제단을 기준으로 왼편에 어지러운 발자국이 보인다. 맨발. 뒤집힌 돌 앞에 손자국이 찍혀 있는 걸 봐서, 누군가 이 돌에 걸려 넘어졌거나 넘어지면서 돌을 건드린 것 같다.
한편, 발자국 근처 덤불에는 신부가 쓰는 묵주가 걸려 있다. 신부 본인은 범인들의 의식을 멈추려고 왔다는데, 애당초 그건 어떻게 알고 이 외진 데까지 찾아왔는지 궁금하다. 물론 신부가 범인들과 면식이 있는 사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처음부터 범인들의 계획을 알고 그를 말릴 작정이었다면, 더 일찍 행동에 나섰어야 하지 않을까.
제단 오른쪽으로 보이는 것은 포도주에 흠뻑 젖은 밧줄. 정황상 누군가 혹은 무엇인가 이 밧줄로 묶였나 본데, 여기 묶인 것은 신부였을까? 아니면 염소?
이걸로 현장 증거는 모두 확인했고, 다음은 늘 그렇듯 사건 당시 상황을 재구성할 차례. 다만, 방금 찾은 현장 증거만으로는 용의자 네 명 중 누가 염소를 훔쳤는지 알 수 없다.
수첩에서 경찰의 취조 기록을 읽어 보자.
그리고 용의자들과 피해자의 진술을 순서대로 대충 정리하자면,
여자 셋이 의식을 위해 숲 유적에 모여서 춤을 춤.
→ 신부가 여자들이 춤을 추는 광경을 목격한 뒤 덤불에 몸을 숨김.
→ 황소 가면을 쓴 여자가 춤을 추다 삐끗해서 넘어짐.
→ 신부가 그 광경을 보고 소리를 내는 바람에 여자들에게 들킴.
→ 검은 새 가면을 쓴 여자가 다른 두 여자에게 신부를 취하게 만들라 한 뒤 자리를 비움. (이 시점에서 신부는 염소를 보지 못했으며, 세 여자 중 한 명 - 즉, 검은 새 가면은 어디에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증언함.)
→ 황소 가면이 신부를 묶고, 사자 가면을 쓴 여자가 신부에게 억지로 포도주를 먹임.
→ 염소 주인이 염소를 훔쳐 도망가는 범인을 목격함. (피해자의 말에 따르면, 범인은 가면을 쓰고 있었음. 따라서, 신부가 염소를 데려왔다는 황소 가면의 증언은 거짓.)
→ 검은 새 가면이 염소를 훔쳐 옴. (그녀가 염소를 데려 왔다고 사자 가면이 증언함. 검은 새 가면은 사자 가면을 범인으로 지목하지만, 바로 그 다음 염소 때문에 깨진 포도주 단지는 정황상 사자 가면이 들고 있었다고 봐야 함. 앞에서 신부에게 포도주를 먹인 사람이 그녀였으므로.)
→ 사자 가면이 염소의 공격에 포도주 단지를 깨뜨리고, 옆구리에 멍 자국을 얻음.
그리하여 결론: 염소 도둑은 검은 새 가면을 쓴 여자였다. 간단하죠?
고작 연애운 때문에 이 야단법석을 피우고 경찰서 신세까지 지다니. 생각할수록 이해가 안 되지만 뭐, 아무튼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니까.
나는 그만 경찰서로 돌아가 조사 결과나 알려 주자. 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던 알바 생활도 드디어 끝이구나.
뒤이어 코르도나 경찰서. 그런데 스타크 이 양반, 웬일로 셜록을 먼저 반기는... 뭐, 승진? 우리가 올린 성과?
강도 3인조 팀킬 사건 때부터 좀 수상하다 싶었는데, 역시나였군.
참 나. 일손 없어서 힘들다길래 도와줬더니. 이걸 어떻게 받아 줘야 되나?
어떻게 받아주긴 뭘 어떻게 받아줘. 당연히 한마디 하고 넘어가야지. 따지자!
셜록이 스타크의 말에 발끈한 반응을 보이자, 스타크는 셜록을 달래려 들면서, 발로 뛰는 일도 서류 작업만큼 중요하다고 말한다. 서류 작업만큼이 아니라 서류 작업보다겠지요, 아저씨.
그리고 셜록은 발만 쓰고 다닌 게 아닐 텐데?
끝까지 어물쩍 넘기려 드는구만.-.-
뭐, 됐수다. 이제 와서 지금껏 도와 준 거 무르자고 덤비기도 좀 그렇고. 기왕 승진했겠다, 앞으로는 남의 손 빌릴 생각 말고, 코르도나의 치안에 제대로 힘쓰시기 바랍니다, 경사님.
아무튼 스타크에게 염소 도둑이 누구인지 전한 뒤 자리를 뜨려는데, 스타크가 부탁이 하나 더 있다며 셜록을 붙잡는다.
뭐여, 이 인간. 염치도 없이 또?
말을 들어 보니, 일전에 지나가듯 언급했던 경감의 실종 사건을 맡아 달라고 한다.
경감이 실종 전 조사 중이던 사건을 자기가 들여다보고 있는데, 볼수록 미궁이라나 어쨌다나.
마침 승진 기념으로 딱 좋네.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도 과시할 겸, 이번엔 직접 나서서 해결해 보시죠?
훗. 진작 이렇게 나올 것이지.
좋아. 늦게라도 실력 차를 인정했으니, 그만 튕기고 의뢰를 접수해 볼까? 셜록은 아직 이 정도로 성에 안 차는 모양이지만, 사실 셜록도 경찰서의 의뢰가 아니었으면 코르도나 여행이 더 따분했을 테고.
스타크의 설명에 따르면 경감 '플라시도'는 능력 있는 형사로, 그가 없으면 경찰서 일이 안 돌아갈 정도라 한다. 실종 당시 경감이 조사하던 것은 '벌집파'라는 갱단의 두목. 하지만 그것 말고 스타크가 사건에 대해 아는 건 전혀 없는 모양이다. (그럴 줄 알았다)
스타크는 셜록에게 경감의 사무실 열쇠를 주면서, 거기서 단서를 찾아 보라 권한다.
사무실은 스타크가 서 있는 곳에서 왼쪽 문을 열고 들어가면 있다.
사무실에 책상에 지서장이 보낸 편지가 놓여 있다. 지서장은 이 편지에서 플라시도 경감의 은퇴 요청을 거부하고 있었다. 경감이 없으면 경찰서가 안 돌아갈 지경이었다니,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지칠 만하다. 방금 전까지 '희생양' 사건을 해결하고 왔는데, 어쩌면 플라시도 경감 역시 코르도나 치안을 위한 일종의 희생양이었을지도.
경감의 캐비닛에서 벌집 주인이라 적힌 서랍 발견. 그러나, 안에 있었어야 할 서류는 몽땅 자취를 감춘 뒤다. 어떻게 된 일일까.
그리고, 함께 사라진 6연발 권총 한 자루. 이건 경감이 휴대하고 있을 듯.
한편, 경감은 흡연자이며 상당히 독한 코담배를 즐겼던 것 같다. 권총 보관함 옆에 경감이 쓰던 담배갑이 있다.
그 뒤로는 비행선 사진이 실린 신문 한 장이 보인다. 1877년 5월의 신문 기사. 그러나 경감이 이 기사를 보관해 둔 이유는 비행선이 아니라, 당시 있었던 경찰의 벌집파 기습 작전이었던 듯하다. 기사에 따르면, 이 기습으로 벌집파 두목도 불타는 창고에서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이상하네. 경감은 분명 실종 전 벌집파 두목을 조사 중이었을 텐데. 그렇다면 경감은 그의 죽음에 의심을 품었던 것일까?
쓸 만한 단서가 더 없을까 사무실을 다시 둘러보던 중, 벽에 걸린 그림에서 수상한 부분을 포착했다.
그 뒤에는 예상대로 비밀 수납 공간이 있었고, 그 안에 있던 것은 벌집 주인에 대한 기록과 신문 기사 모음.
그밖에...... 귀??
경감이 체포한 범인의 것? 아니면 피해자? 그도 아니면 경감 본인? 무슨 까닭으로 경감이 사람의 잘린 귀를 이런 데다 숨겨 뒀는지 모르겠지만, 이 경감님도 예사 인물은 아닌 듯. 이 귀를 굳이 가져 가자는 존도 그렇고.
토끼발이면 몰라, 사람 귀가 행운을 불러 온다는 소리는 난생 처음인데. 뭐, 사건 해결에 도움이 될지도 모르니까 일단 챙겨는 놓을까.
사무실 조사를 끝낸 뒤, 다음 할 일을 위해 수집된 정보를 다시 살펴본다.
경감의 메모 마지막 장에 이런 말이 적혀 있다. '베아트리체 퀸. 광부의 말로. 1877년. 시청 기록.'
아마도 이것이 경감의 행방으로 이어지는 단서일 것이다.
그럼, 이제 시청으로 가서 베아트리체 퀸을 찾아 보자.
이 경감님 무사했으면 좋겠는데.
마지막으로, 본문과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얼마 전 Frogwares의 옛 개발자 한 분이 전사하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셜록 홈즈: 악마의 딸’ 개발에 참여했던 분이라는데, 내게도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 있는 게임이라 마음이 더 좋지 않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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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정해진 운명이란 어디에도 없다.
언제든 마음을 돌이켜 ‘지금 여기’에서 시작한다면
수북이 쌓인 마른 풀이 성냥불 하나에 불타 없어지듯이,
수백 년 동안 어두웠던 동굴이 불빛 하나에 환히 밝아지듯이
어제의 모든 죄업은 일시에 소멸될 수도 있다.
내 삶은 내 스스로 만들어 갈 수 있다.
내 운명은 내 스스로 개척한다.
업이라는 것은 정해진 것이 아니기에
내 스스로 그 업을 뛰어넘을 수 있는 것이다.
매 순간순간 업을 뛰어넘을 수 있는,
업을 경이롭게 ��꾸어 나갈 수 있는
지혜와 복덕이 담긴 행위를 해 나가고 있는가.
마음을 비우고, 소유를 나누는 비움과 나눔의 행위를 해 나가고 있는가.
작은 비움 하나가,
작은 나눔 하나가,
내 삶의 변화시키고 진화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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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은 비움과 채움의 연속이자 주고받는 카르마의 순환일 뿐일까 그것이 그저 우리가 걸어야 하는 길일 뿐이고 생이 되는 것일까 난 정말 모르겠다 너무 끔찍한 것 같아서 기약된 만남과 기약된 이별을 반복하면서 내가 주어야 할 마음과 받아야 할 마음이 결국 재가 되어 흩어지는 것이라면 우리가 주고받을 것이 처음부터 눈물뿐이었다면 나는 정말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붙들고 살아가야 하는 잃어서는 안 될 결의 같은 게 죽도록 지긋지긋해서
이유 없는 만남은 없다라는 말을 믿고 다만 올곧은 길을 향하라는 말을 따라 걸으면 그걸로 된 것일까? 한 차례 비움 이후의 나는 과연 더 나은 사람으로 더 나은 채움을 하고 더 나은 비움을 하게 되는 것일까 하나의 인연 그 시절 끝엔 언제나 배움이 있고 깨달음이 있어 그것으로 나는 보다 성숙한 사람이 되고 보다 나은 삶을 살아가게 되는 것일까 그렇게 마침내 의연한 인사를 나눌 줄 아는 사람이 되고 무던한 눈물을 흘리거나 고작 이따위의 비릿함을 잠시나마 느끼며 구질구질한 절망 없이 이별을 수긍할 수 있다면
결국 다음에 덜 아픈 이별을 하게 되는 것이 보다 나은 삶을 살게 되었다는 증표인 것일까? 그렇다면 보다 나은 삶이 보다 나은 것이 무엇인지 하나도 설명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의연한 인사를 나누는 사람이 되어 덜 아픈 이별을 하게 되었다는 건 사실 텅 비어버렸음의 증표 아닐까 덜 아프도록 적응된 삶에 처절하고 진심어린 순간이 존재하기나 할까 더 이상 없을 것이다 조절하고 의심하고 서로의 마지막 모습을 예측하다 주저하게 되는 마음은 나를 물고 늪으로 들어갈 것이다 처철하게 아팠던 순간마저 그리워질 것이다
애초에 만남에 있어 채움과 비움따위 없을지도 모른다 그저 나를 파내고 파내며 반복해야만 하는 게 만남일지도 모른다그러다가 너덜너덜해진 마음짝과 함께 무덤 같은 폐허가 되어버리는 게 생일지도 모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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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05
괴테의 “잠언과 성찰” (에리히 트룬츠와 한스 요하임 슈림프의 괴테 전집 편집본의 해당 내용을 번역한) 한국어판 1번 성찰의 한 부분은 대략 이렇다;
“ ‘.. 나는 한 분의 신을 믿는다’ 이 말은 아름답고 칭찬할만한 말이다. 그러나 신이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든지 간에 신을 인정하며 존중하는 것이야말로 실로 지상에서의 축복이다. ”
그리고 여기에 이런 각주가 달려 있다;
‘.. 자연이 신적인 것의 현현이며 신적인 것의 비밀은 자연 안에 계시되어 있다. 우리는 신을 직접 볼 수도 파악할 수도 없다. 그러나 다채로운 반영을 통해서 신을 파악할 수 있다. 신은 이 세계 안에 모습을 내 보일 뿐, 세계의 밖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
> 이 성찰이 1번인 이유에 대해서는, 후에 더 깊이 음미할 필요가 있다.
모쪼록, 지금 메모하고픈 내용; 번역자의 저 각주는 좀 더 조심스럽게 제한되어야 한다는 것. “ 세계의 안에 ‘존재한다’ ” - 신 혹은 신적인 것에 관한 한, 어떠한 규정적인 존재론적 진술은, 대체로 언표 가능한 한계를 건드리게 될 경우가 많다.
우리는 ‘신’ 을 우리의 ‘세계’ 내에서 만난다. 이것은 맞다. 그러므로 앞의 각주의 쉼표 이전의 내용은 동의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사실이 신이 세계의 어디에 존재한다, 하지 않는다의 영역까지 규정할 순 없는 일이다.
오히려 이렇게 말하고 싶다; 우리는 삶을 살면서 신적인 것을 간혹 접촉하고, 경험한다.우리가 그 경험, 마주침을 돌아볼 때, 우리는 그것이 다만 ‘세계적인/현세적인irdisch’ 것만은 아니라 느낀다. 그러나, 그럼에도 그것은 언제나 개별 '주체'의 눈빛에 비추어진 보편성이다. 물론, 신적인 것을 마주하기 위한 이러저러한 방식은- 명상이든, 철학적 성찰이든- 전통적으로나 현대적으로나 자아의 영역을 엄격히 제한 혹은 비워두는 것에 있었다. 또한, 그러한 계기의 필연성에 관한 여러 영적인 언술들, 나아가 그 체험에 관한 진술들 또한 어느 정도 신뢰할 만한 듯하다. 그러나 방법적인 수준에서 ‘자아를 비워 감’이 (..그 시도가), 스스로 ‘자아의 완전한 비움’ 이라 확언할 그 어떤 단계와 동일하다 말할 수 없고, 설령 언젠가-누군가의 특정 시도가 완전한 비움에 가까웠다 할지라도, 스스로 이를 ‘완전한 비움’ 이라고, 적어도 인간적 견지에서는 확언키 어렵다.
(* 인간이 스스로 ‘인간적 견지’를 넘어섰단 믿음을 지니는 것은, 역사상 최고의 철학자의 경우에도, 오만에 가까울 확률이 높을 것이다. 그러한 형용은 타인의 입장에서, 누군가의 성찰 혹은 경지에 관해 관찰하며, 오로지 경외와 제 스스로를 진정으로 낮추는 특정한 맥락 하에서만 허용될 수 있을 것만 같다. )
곧, 자기 스스로의 눈에 비추인, ‘어떤 모습으로든 나타난 신’ 을 인정하는 인간의 몸짓은, 늘상 일종의 (사랑을 담은) 엎드림이다. 사물에서 신적인 것을 마주하였다고 보고하는 것은, 자칫 제 스스로의 감상적 취미나 솜씨에 불과한 것을 신적인 것으로 호도하는 순간일 위험이 있으며, 실은 인간이 신적인 것을 마주한다고 믿어야만 할 순간은 늘 그와 같은 불확실성 앞에 노출된 순간일 수 밖에 없기에, 인간은 신적인 것과 마주했다는 느낌을 갖는 즉시, 자연스레 찾아오는 여러 즉각적 감정들 (슬픔, 기쁨, 죄책감, 행복)과 별도로, 본원적인 어떤 경외심과 애틋함, 두려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어야만 한다. 신적인 것을 보았다고 말함은, 그 눈을 뽐내는 언명이 되어서는 안 되고, 되려 그 마주함의 기쁨에도 불구하고 일정하게 어떤 유혹, 기망에 대한 경계심을 포함해야 한다. 특정한 순간의 체험, 감정이 지나간 이후에, 곰곰히 그것을 검토한 후에도 - 스스로 신적인 것을 마주할 준비가 되었는지, 그 마주함이 정말 확실한지 - 어떤 오류도 감지할 수 없었다면, 사람은 결정적인 죄의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스스로를 믿고 자기가 본 것을 따르려 할 수 밖에 없기에- 따라서 그와 같은 마주함이 (지상의) ‘축복’이라면, 그것은 깊은 의미에서 누군가가 진정한 ’시험’에 진입하였다는 의미의 축복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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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일기-메모장의 한 부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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