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mgik
#버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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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풀린다
 요즘 안 풀린다. 
뭘 해보려고 해도,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그저 변명처럼 들리는가? 사실 정말 그런 것 일 수 도 있다. 사실 나도 모르겠다.
내 의지가 부족한걸까? 내 노력이 부족한 걸까?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 했나? 다했다면 과연 그게 최선이였을까?
자꾸 외면하려 하지만, 사실 내게는 아무것도 없다.
괜찮은척, 신나는 척, 행복한 척, 열심히 해보지만, 그것도 한순간이다. 완전한 한순간도 아닌, 진통제로 틀어막은 한순간. 
이대로 버티고 있는게 잘하는 걸까? 아니면 확실히 무너지고 다시 일어서야 할까? 하지만 무너진다고 해도 이번엔 과연 다시 일어날 수 있을까?
동기부여 영상들. 동기부여 책들. 조언들과 강연들이 나에게 외친다.
간절히 원하라. 행동해라. 열정.
하지만... 나는 무엇을 원하지? 
내가 원하는게 뭐지?
힘든 사람들을 위해서? 사람들에게 긍정에너지를 주고 싶어서? 세상에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고 싶어서? 왜? 사람들에게 받은만큼 보답하고 싶어서? 아니면 사람들을 사랑해서? 사람들에게 사랑의 행복을 나눠주고 싶어서? 기쁨을 나누고 싶어서?
그런데 네게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잖아. 
너가 완전히 믿을 사람이 한명도 없어. 마음을 나눌 사람이 한명도 남아있지 않아. 
친구? 선생님? 로맨스? 학업? 그 어떤 것에도 마음을 줄 수 없지. 
긍정적인 방향으로 보면, 애매한 친구, 애매한 선생님, 애매한 학업, 애매한 로맨스, 애매한 체면. 애매한 인간관계. 애매한 몸매. 애매한 외모. 애매한 반항. 그렇다고 모든걸 다 잃은건 아니야. 
과연 내가 가진게 아무것도 없을까? 무언가를 만들어 낼 순 없는걸까? 하지만 너가 그렇게 없는 것에서 쥐어짜서 있는걸 만들어 내어 남에게 나눠줘도 남들은 고마워 하지 않는데?  나눔은 대가를 바라고 하는게 아니야. 하지만, 너는 상대에게 대가를 바랄거잖아. 물론 대가를 받지 않는다고 해도, 너의 가득이나 없는 공간을 쥐어짜서 남에게 주니, 너는 더욱 히스테릭해지며, 남들에게 알게 모르게 상처를 주겠지. 그럼 결과적으로 상황은 더욱 악화된거야. 10번 좋은일을 하더라도, 1번의 나쁘고 불쾌한 일이 모든 것을 없는 것으로 만들거든. 그러면, 종합적으로 사실 너가 그 사람에게 해준게 더 많다고 하더라고, 그 사람의 기분 또한 상하게 한 것이니, 남에게 기쁨과 행복을 주려는 너의 목표도, 남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는 목표도 이루지 못했지만, 남을 이롭게 한 것, 그 뿐이야. 
그럼에도 내가 시도해야 하는 이유는 뭐지? 내 자신을 위해서? 내 자신의 뭘 위해서? 돈? 명애? 좋은일을 했다는 성취감? 
나는 돈에 크게 집착하지 않아. 명애는 돈보다는 더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명애를 가지고 산다는 건, 하루하루 칼등 위를 걷는것과 마찬가지야. 그리고 나는 늘 그 위에서 미끄러지지. 좋은일을 했다는 성취감? 상대는 기뻐하지 않는데? 고마워 하지 않는데? 솔직히 고마워 하지 않아도 상관없어. 하지만 알게모르게 기대감이 나를 조여와. 나는 내 자신의 이중성에 그렇게 또다시 진절머리를 느끼지. 그렇게 불행함을 느껴.
나는 과연 무엇을 해야 행복할까? 
지금은 자기계발 책의 한줄 한줄이 나에게 더 죄책감을 가져다 줄 뿐이야. 그리고 지금은 그 작은 무게들이, 부담감만 더욱 안겨줄 뿐이야.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만, 그 무엇보다 걱정돼. 내가 옳지 않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걸 알지만, 어떻게,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모르겠어. 그 한발을 어떻게 때어야 할지 모르겠어. 무서워. 불안해.
오늘에 충실해라. 오늘 할일을 다 하고, 내일 할일을 두려워 하지 말라고 하잖아. 하지만 오늘, 지금, 어떻게 뭘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더욱 두려워. 오늘 할 일을 못하겠어. 어떻게 시작하지? 개구리의 우물 안으로 돌아가기는 죽어도 싫어. 내 자존심이, 그건 정말 마지막까지 허락하지 않아.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지? 과연 내가 내 힘으로 이룬건 뭐지? 어떻게 이뤘지? 
나는 무얼 원하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면 내 마음을 부터 주어야 하는데, 나는 다시 줄 수 있을까? 내 마음이 상처받을까, 실패와 절망감으로 얼룩질까봐 나는 또 두려워 하는 것 아닌가? 
실패를 두려워 하지 말라고 했지? 그런데 사실 나는 실패가 두려운 것일까? 왜? 가진 것을 잃을까봐? 내가 가진 뭐를 잃을까봐? 체면? 인간관계? 친구? 로맨스?
사람들에게 거절당하고, 미움받는게 두려운 것인가? 모든 사람이 나를 미워하면 어떨까? 그러면 친구, 로맨스, 체면, 부모님, 선생님을 다 잃을테지. 하지만 내 자신을 잃지는 않을거야. 그리고 공부에 더 집중할 수 있겠지.
하지만 과연 나는 이 학교, 지금 쌓아올린 이 되도 않는 관계들을 버릴 수 있을까? Black Elephant가 딱 이 상황 아닌가? 나는 사실 내가 만든 이 관계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는게 아닐까? “모두가 너를 싫어하지 않아. (하지만 너를 부담스러워 하고 거부하지).” 그렇게 믿을때마다 성취감을 느끼는게 아닐까? 그러니깐 무의식적으로 “모두가 사실 나와 대화하고 싶지 않아. 알고 싶지 않아. 모두가 너를 바보라고 생각해. 모두가 너를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만 이용해 먹지. 모두가 너를 한심하다고 생각해. 모두가 너를 멍청하다고 생각해. 사실 너는 착함과 선을 위해 많은 시간을 쏟지만, 그러나 너도 그게 현실적으로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걸 알고 있잖아. 너가 생각하기에 좋은 일을 했어도, 그들에게는 정말 미미한 영향밖에 주지 않아. 왜냐하면 그들은 너에게 관심이 없기 때문이야. 사실 남들눈에 그렇게 보이기 위해서라는걸 너도 알지. 하지만 남들도 너가 착해 보이고 싶어서 그런다는 걸 다 알아. 그래서 남들이 널 싫어해. 하지만 너는 그 되도 않는 착한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모든걸 제처놓지. 그러니 너가 한심하고 바보같은거야.” 라는 생각이 들때마다, 그것이 왠지 사실 같고, 불행한 거다.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
너의 인생의 1순위 목표는 다른 것이 아닌, “다른 사람의 행복”이니깐. 사실 너는 사람들을 너무나도 사랑하지. 심지어 너는 모르는 사람까지도, 너를 싫어하는 사람들까지도 사랑해. 그들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그들에게 상처줄 바에는 너가 상처받거나 불이익을 당하기를 선택해. 사실 너가 그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너무 큰나머지, 그들이 너는 절대 할 수 없는 말을 내뱉으면 어쩔 수 없이 상처받는건 사실이야. 하지만 너가 모든사람이 널 미워하고 친구, 로맨스, 체면, 부모님, 선생님을 다 잃을테지면 공부에 더 집중할 수는 있겠지만, 그거야 말로 정말 하울의 말처럼 괴물이 되는거야. 괴물이 되면, 눈물도, 후회도, 못하고, 그거야 말로 너 자신을 잃는거니깐. 나는 그런사람이 되기 싫어. 내가 아무리 상처받고 뭉개져서 형태를 알아볼 수 없다고 하더라도, 나는 그 때로 돌아가기 싫어. 사랑 때문에 고통받는다고 해도, 나는 사랑을 버리지 않을거야. 나의 열정이 바람에 휩쓸려 작아지고 흔들릴 순 있어도, 꺼트리진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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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iv · 19 d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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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전 운동하던 기록의 대부분은 케틀벨에 관한 것이었다. 그 당시에 체육관에서 하기에 적절했으며 바벨을 들던 프리웨이트와도 맞았고 가르쳐줄 수 있는 코치가 있어서 좋았지만.
출장에서 돌아온 지난 주에 로잉머신을 주문해서 받았다. 작년에 회사 피트니스에서 즐겨했던 기구다. 살기 위해서 운동은 해야겠는데 웨이트와 달리기를 병행하자니 내 마음이 분주해서 여유가 없고, 하루에 30분 이내로도 충분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운동. 누구는 그 시간이 지루하다고 하나 유튭 두편정도 틀어두면 최대 30분은 거뜬히 버틴다.
이사온 이 곳에서 오가며 운동할 곳을 찾기보다는 남는 방에 이걸 설치하기로 맘먹었는데 가격이 꽤 나가기도 하지만 결제 버튼을 누르기까지 저항이 참 많았다. 어지간한 부피와 무게였다면 받고나서도 꽤 오랜시간 설치하지 않았을텐데(반품할까 아니면 어떻게할까) 거대한 상자를 무시할 수 없어 받은 당일에 풀어서 설치하고 시범 운동까지 마쳤다. 너무나 만족스럽다.
글이 좀 길어질 것 같다.
딱히 돈 쓰는 재미가 없어진 이후로 나에게 쓰는 돈도 아깝다 생각하는 상태로 꽤 오래 살아왔다. 저렴한 메뉴를 골라 밥을 먹고 옷도 대충 사 입고 가능하면 소비하지 않는 삶. 혼자일 때에는 가능하다.
그런데 이직 후 지갑에 법카가 생기면서 이런 삶에 변화가 생겼다. 모든 비용을 지불해주진 않지만 출장가서 묵는 숙소 먹는 밥 이동하는 수단 그리고 휴일근무시의 식사비. 회사에서 주는 숙소는 좋았고 식사비에도 큰 제한이 없어서 가끔은 특회덮밥도 먹을 정도였고 내 돈을 내야했다면 타지 않았을 택시로도 이동한다. 내가 비용을 지불하지 않았음에도 내가 이전에 기본적인 삶에 쓰던 돈으로 얻을 수 있던 것에 비해 수준이 높아졌다.
규정에서 벗어나지 않았지만 이렇게 써도 된다니 회사의 비용으로 참 많은 것을 챙겨주는구나 싶었다. 이렇게 살아도 되나. 여럿이 출장을 가면 저녁 메뉴를 고르는 것도 하나의 미션이었다. 저녁에 뭘 해야할지보다 한도에 맞춘 식당에 메뉴를 고르는 것이 더 중요했다.
회사에서 주는 품질좋은 밥, 테이크아웃 가능한 샐러드와 샌드위치, 저녁식사도 당연히 공짜. 돈 주고 다니던 헬스장보다 더 좋은 회사의 피트니스, 출장가면 따라오는 금전 이상의 비용처리 혜택. 탐욕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는게 이렇게 "주어진"을 최대한 이용하고 그걸 당연하게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스스로에 대한 혐오가 올라왔다. 회사의 젖과 꿀에서 멀어져야 회사와 대등해질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걸 누리지 않아도 충분히 누려왔던 삶이다. 로잉머신도 회사에서 받은 월급으로 산 것이지만 이걸 결제할 때의 그 고민과 배송을 받아 조립하고 활요할 때의 마음을, 남의 것으로부터 누리고 싶은 욕망이 솟구칠 때 가끔은 떠올려보기로 한다.
몇년 전 드라마 밀회의 마지막편에서 법정에 선 김희애가 극중 언급한 법인카드가 잊혀지질 않는다
20240415-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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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ttyofficial · 1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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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31.
우리는 작년 마지막날을 함께 했고, 나는 전날에 과음으로 몸이 힘들었다.
요즘은 몸이 술을 못 버틴다. 간이 부하가 온 거 같고 몸무게가 줄어든 뒤로 더 못버티는데 이상하게 술은 더 잘 들어간다.
그녀와 피자코트 백반을 함께하고 별다방을 갔는데 오랜만에 다방에서 눈을 붙이고 잠들었다.
그리고 무지에서 커피를 마시고 헤어졌다. 처음으로 신분당선까지 바래다 주지 못했다.
건강 건강이 가장 최우선인데, 스트레스를 받고 술을 마시고 몸이 상하고 이 쳇바퀴가 가장 문제다.
뭐 이제는 놀고 싶어도 야근을 해야 하는 계절이 왔다.
한번 더 '우수' 등급에 도전하기로 마음을 먹었으니까.
이제는 성과평가를 정리하고 보고서 작성에 들어가야한다.
다시, 무책임함과 무지함을 뒤로 하고 앞으로 나가야한다. 동료들을 독려해야 하고 지긋지긋한 편의점 백반과 함께해야 한다. 늘 그래왔다. 줏어 담아 왔고 마음떠난 여자의 뒷모습에서 그녀를 붙잡으려고 노력해 왔다.
내가 하는 일을 그렇게 표현하면 나와 같은 일을 하는 담당들은 키득키득 격하게 공감을 한다.
나는 나로써 자부심이 있고 그래서 나는 품위가 있는 사람이라고 마음을 먹었다. 그 2억인가 3억인가 남짓 하는 돈에 한번 우리 청춘과 우리 건강과 우리 삶을 던져 봐야 한다.
꽤 빗나간 표현이지만, 영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사랑에 빠질 확률(Medianeras)' 의 대사가 기억이 났다.
'세상에 가까워진 만큼 삶은 멀어진다' 아마 남자 주인공의 독백이라고 생각이 든다만.
세상에 당분간 가까워야만 한다. 고독하고 치열하게 말이다. 결국 이건 나와 나의 싸움이였다. 너무 나르시즘이 철철 흘러 넘치는 표현이지만 그게 맞는 거 같다.
결국 누군가를 얼레고 달래고 타이르고 때우고 메우고 지어내고 포장하고 그건 결국 내 몫일터.
이번 설에는 출근하겠지만, 꼭 영화를 한편 볼 것이다.
뭐 극장가서 못보고 폰으로 보겠다만, 영화에 집중 할 수 있는 잠깐의 여유는 있길 노력하겠다.
그리고 백신도 맞아야하는데, 코로나는 겨울에 창궐하고 가장 바쁜 계절은 겨울이니까 내 몸을 아껴야한다.
이때 만큼은 내몸이 내몸이 아닌게 된다.
작성일자 2023.1.4.(수)
그녀와 연애일기는 다 끝난 거 같다. 어느순간부터 풍경을 안 찍고 인물사진에 몰두하니 올릴 게 없다.
풍경을 더 담고 그녀를 내 눈에 더 담아 두고 싶다.
이제는 삼십대 후반이니까 남은 삼십대를 더 알차게 보내야겠다는 생각뿐이다.
그 삼십대에 해야할 과제가 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만,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하겠다.
늘 마지막처럼 늘 다정하게 변하지 않는 마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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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yongchul · 3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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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들은 모르는 손님들만의 패턴이 있다
그것은 어느 한사람에게 국한된것이 아니고 거의 모든 분들이 해당된다
시장에 오는 분들의 소비패턴은 사흘에 한번
날씨가 추워진다고 하면 아무리 추워도 그 첫날은 다들 나와서 장을 본다 ( 그래서 큰추위 첫날은 대박 👍 )
그리고 그것으로 남은 사흘을 버틴다 ( 한파 첫날 잘됬다고 좋아서 왕창 준비하면 폭망하는 이유 ㅋㅋㅋ )
그리고 사흘째 되는 날 ( 이번 추위 같으면 월요일 부터 였으니까 바로 오늘 목요일이 나와야 하는날 ^ ^ )
그래서 오늘은 평소보다 좀더 준비했고 예상대로 손님들이 마구마구 ..우히히힝 ^ ^ ( 사실 사흘간 집에서 안나오면 좀이 쑤시죠 오늘은 천지가 개벽해도 나오는 날 이었습니다 ^ ^ )
본인은 모르는 그런 생활 패턴이 있는거 몰랐쥬..? ㅎㅎㅎㅎ
분석은 대기업만 하는게 아닙니다 ^ ^
#광명전통시장 #광명시장 #전통시장 #추천맛집 #광명왕족발 #광명할머니왕족발 은 #광명소셜상점 #미리내가게 #광명8경 #광명동굴 #광명시 #LocalGuides 와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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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2alpaca · 1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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볕이 좋다. 좀 추운 날이 길긴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쨍쨍한 해가 있어서 뮤온도 나도 긴 겨울 버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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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print-9376 · 2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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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8.2022 (😮‍💨)
🧚‍♀️: 머리를 비우고 깡으로 버틴다(=건강한 학보사 생활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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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just-said-that · 2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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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ie & Julia(2009) - dir. Nora Ephron
ⓒWATCHA
/요리를 하고 싶게 만드는 영화. 다양한 서양식 음식이 많이 나와서 좋았다. 요리 영화를 보고 싶은 건 순전히 ‘카모메 식당’ 때문이었는데 같은 요리 영화라도 이렇게 관객마다 온도 차가 다를 수 있구나 싶다. ‘카모메 식당’은 일단 주로 오니기리(일본식 주먹밥) 밖에 나오지 않아서 너무 쉬웠다고요. 직접 만들어보고 싶은데 만들고 싶은 마음이 안 들었어. 넘나 easy... (물론 맛있게 만들라고 하면 당연히 못 만들겠지만. 음) 요건 다양한 요리법이 나와서 좋았다. 세세하게 나오지 않지만 어렵지 않은 음식들이 나오고 그 음식을 만드는 레시피(recipe)를 찾으면 할 수 있으니. 너무 어렵지도, 쉽지도 않았다.
그러고 보면 참 신기하다. 요리 책에 나와 있는 1번부터 7번 정도까지의 방법을 그대로 따라 하더라도 사람마다 다른 맛이 나온다는 게. 재료의 신선도, 재료의 숙성도의 문젠가? 예전에 백종원 선생님 레시피대로 브런치를 만들어 먹었는데 항상 몇 가지 재료를 빠뜨려서(심지어 냉장고에 있는 걸) 나중에 다시 하고, 그러다 망하고. 그걸 반복했던 기억이 나네. 영화 ‘심야식당’도 재밌다던데 다큐멘터리 형식인 듯해 볼까 고민 중이다. (다큐멘터리 영화는 ‘슈퍼소닉(Supersonic)' 외엔 많이 안 봤다. 자기 관심 분야가 아니면 역시 누군가의 일화를 접하는 것엔 흥미가 안 생기는 듯)
그리고 이 영화에선 메릴 스트립(Meryl Streep)이 너무나도 사랑스럽게 나온다. 영화 보는 내내 시점이 조금 헷갈렸는데 특이한 건 ’줄리아‘와 ’줄리‘가 한 번도 만나지 않는다는 거다. 그냥 1940년대에 프랑스에 정착해서 성공한 요리사가 된 줄리아/2002년에 살고 있고 요리사로서의 줄리아를 동경하며 글을 쓰는 블로거인 줄리. 이 둘의 이야기가 제대로 평행하게 나온다. 두 실화를 잘 녹여냈다. 나는 ’2002년도, 성공해있는 줄리아가 나중엔 자신을 동경하는 줄리를 만나는 결말을 맞을 거다. 그래서 성공한 덕후가 된 줄리를 보여주는 영화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묘하게 어긋나면서도 전체적으로 보면 균형이 잘 맞는단 말이지?
줄리아에게도 아픔이 있다는 것도 보이고(아이를 가질 수 없었다) 그걸 메릴 스트립이 감정을 절제하면서 잘 연기했다고 생각한다. 메릴 스트립 연기야 말해 뭐해. 그리고 그런 줄리아를 늘 위로하는 폴도 너무 따뜻했고. 개인적으로 줄리아 부부를 연기한 이 두 사람의 연기가 더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2002년도인 비교적 현재 시점인 줄리(에이미 아담스 역)는 아무래도 줄리아에 비해선 평면적인 캐릭터이다 보니. 그래도 줄리 부부도 너무 연기 잘 해주고.
’존버(존나 버틴다)는 성공한다‘는 문구를 떠올리면 아직도 많은 생각이 든다. 진짜 ’존버‘해서 성공하는 영역도 있고. 하지만 아무리 ’존버‘해도 성공할 수 없는 영역도 있는 것 같고. 적어도 경제적인 면, 현실을 바꾸는 원대한 포부 같은 카테고리에선 분명 성공할 수 있다는 결론! 자신이 존경하던 ’줄리아‘가 막상 ’줄리‘가 남긴 글을 마음에 안 들어 한다는 전화를 받고 상처받지만, 그래도 ’내 꿈을 이뤘어!‘하며 여전히 줄리아를 좋아하고 동경하는 줄리의 모습도 너무 좋았다. 씩씩한 캐릭터는 언제나 좋아.
감독/각본 등을 ’노라 애프론‘이 직접 했더라. 재능이 많은 사람이네. 각본 겸 감독을 맡는 사람들은 각본을 쓸 때 자신이 그려왔던 대로 영화를 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시나리오만 쓰는 이들은 제작으로 나아갈 때 많은 작업을 거치면서(배우를 캐스팅하거나, 세트장을 선정한다던가와 같이) 자신의 원래 뜻/의도도 많이 꺾일 텐데 감독까지 이어서 하는 사람들은 이런 데서 오는 실망감은 거의 없지 않을까. 어우, 그런데 난 죽어도 못해. 감독이란 직업도 몇 달, 몇 년이 걸릴지 모르는 촬영에 책임을 맡는 것인데 컴퓨터를 못 다루는 건 둘째 치고 그 체력과 인내심이 난 없다. 언젠가 영화 시나리오를 쓴다고 해도 난 시나리오만 쓸 거야(절레절레) 기계로 다루는 모든 작업은 노트북에 타이핑 하는 걸로 족하다.
어쨌든 잔잔하고(아마 대중 영화보다 소규모 관객을 대상으로 한 영화로 제작된 듯하다) OST도 좋았고 주인공들도 마음에 들었던 영화였다. 프랑스 요리를 배워볼까나!
아니, 근데 여담으로 텀블러에 올릴 수 있는 이미지 개수가 30개가 돼버렸네? 컴퓨터상으로는 원래부터 20장까지 올릴 수 있었다가(핸드폰으론 10장까지 올릴 수 있었음) 어느 순간 10장까지밖에 못 올린다고 해서 황당해했는데 다시 20장으로 돌아왔길래 ‘뭐여’ 하고 있었다. 그런데 텀블러 이용 5년 차인데도 30개까지 늘어난 건 처음 보네.
텀블러는 약간 이런 주의인 듯. 자기들이 먼저 실험을 거치지 않고 일단 해본 다음에 사용자들의 반응(‘왜 갑자기 이렇게 바뀌었어?!’/‘이 기능이 바뀐 건 조금 괜찮아졌는데?’ 같은)을 살피고 나서 바꾸는 듯. ‘시행 전 실험’을 현실에 적용하는 특이한. 자기들 마음대로인 게 웃기다가도 다른 SNS보다 비교적 광고도 적고 간단간단하게 게시물 올릴 수 있는 장점을 여전히 유지하는 게 유저(user)로선 아직도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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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mkenlee-blog · 1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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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콰트와 숄더쉬미
2023년 3월 13일. 월요일 아침. 약 석 달 보름 만에 백 스콰트 및 오버헤드 스콰트 다시 시작. 발목 수술 후 의사가 가급적 쪼그려 앉기를 하지 말라고 해서 중단했었다. 몇몇 글에서 밝혔듯 나는 "3대 얼마"에 집착하는 수련에 반하는 저중량 고반복 운동을 한다. 사실은 '고반복'에 약간 어폐가 있긴 하다.
스콰트를 아이소토닉(Isotonic)이라 할 때 기마자세처럼 엉거주춤한 자세로 버티는 짓은 아이소메트릭(Isometric)이라고 한다. 스콰트를 느리게 하면 전체적으론 아이소토닉이지만, 매 순간은 아이소메트릭인 잡탕 수련법이 된다. 모든 걸 태극권화 하는 습성으로 인해 스콰트도 특이하게 하는 거. 결과적으로 고중량 드는 사람들보단 횟수가 많긴 해도 고반복이라 할 정도로 많이 할 순 없다. 만약 피트니스 센터에서 이러고 있으면 소위 '고인물'들이 쫓아와 틀려먹었다고 시시콜콜 참견할 듯. 스스로 만들어 행하는 중인 '명상적 걷기' 수련법에선 무게중심이 한발에서 다른발로 이동하는 순간순간을 얼마만큼 잘게 나눠 '뇌'가 샘플링할 수 있느냐에 집중한다. 같은 논리로 스콰트 역시 횟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앉았다 일어서는 움직임을 (눈 아닌 몸으로) 세밀하게 '관찰'하는 방편으로 바꾼 것.
간만에 스콰트 하니 몇 달 전과 비교해 유난히 가슴이 잘 열리면서 등 근육 수축이 잘 됐다. 느낌이 너무 좋길래 살짝 어리둥절할 정도. 관찰 결과 중단전을 이용해 몸통 및 척추 제어하는 법을 소박하게나마 각성한 거 같다. 기쁘긴 하나 '갑자기 지금 왜?'란 생각에 가까운 과거를 되짚어 보니 심증 가는 게 있긴 하다. 몇몇 글에서 밝혔듯 중단전에 대해선 2~3년 전부터 줄곧 화두였고, 그동안 수련을 계속했기 때문에 부지불식간 내공이 조금씩 쌓였을 것이다. 컵에 물을 한 방울씩 똑똑 떨어뜨려 채우는 동안 '나'는 컵에 물이 모이고 있는 걸 잘 모른다. 게다가 컵에 물이 가득 찬 듯해도 '표면장력'으로 버틴다. 그러다 최후의 한 방울이 떨어지는 순간 마침내 물이 컵 밖으로 넘치며 깨닫는 것. 아무래도 몇 달 전부터 배우기 시작한 벨리 댄스 중 숄더쉬미(Shoulder Shimmy)가 '마지막 한 방울 = 중단전 각성'이라는 방아쇠 역할을 한 거 같다. 근거는 벨리 댄스를 배우기 전부터 평소 힙트위스트(Hip Twists)를 종종 하곤 했다. (용어를 몰라서 나 나름 ' 힙트위스트 = 털기'라고 불렀음.) 이 방법이 하단전을 강하게 자극한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 같은 논리로 중단전 자극에는 숄더쉬미였던 것. 벨리 댄스 수업을 안 들었다면 쉬미를 어깨로도 할 수 있단 거 자체를 몰랐을 거고 그럼 중단전 각성 시점이 한참 나중으로 늦춰졌을 것이다. 참, 절묘하다. 나 같은 길가는 무사(=道士)이자 한량에겐 이런 게 사는 재미.
크든 작든 각성을 하면 늘 홍역을 앓는다. 우선 지금까지 내가 해온 수련 방법이 잘못됐다는 '멘붕' 내지는 '현타'가 온다. 뒤이어 나의 주요 수련법인 요가, 태극권 등에 질적 변화가 찾아온다. 몸치라서 새로운 개념을 몸에 적용하기까지 짧게는 몇달에서 1년 정도 걸린다. 이 단계를 보내고 나면 또 하나 취미 생활인 땅고 춤도 변화할 것이다. 한 단계 진일보한 밀롱가 죽돌이(=밀롱게로)로 거듭나길 바란다. 중단전 각성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 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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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35824 · 3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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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대국 한국’ 손잡은 쿠바의
선택과 실용, 북한도
성찰 하길
☕寸評🗣毒舌
정은아 ~
사필귀정이다.
억지로는 못 버틴다.
상식부터 배워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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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fahr · 4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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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사랑을 빼앗기고 있다 마르고 닳아
허리 굽혀 휴지로 살아갈 망할 세월
해는 어느 쪽에 박혔는지 모든 것 부스스하여
창밖 자주 보지만 나이든 사랑 별 볼 일 없어
부러지고 말문 막혀
사실 같은 사실 같지 않은 사랑 지천이어도
주워 모으기 어려운 사랑
바람투성이 거리
차 한 잔의 사랑 밥 한 그릇의 사랑 모여
내 몸의 수액 삼아
나는 오늘 늙지 않고 버틴다
- ‘구걸’, 안정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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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yongchul · 2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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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준비없이 배달을 갔는데 비가 내리면 ...
버틴다 ..
그칠때까지 ..
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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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1892l · 10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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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치기당한 것 같아.
뒤치기 공격…KIA, 5차전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오른다 KS 4차전을 앞두고 3차전에서 2점 홈런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삼성 라이온��� 외국인 투수 헥터 노에시와 2차전에 이어 다시 격돌한다. 상대는 KBO리그 최고의 마무리다 뒤치기 바로가기: 뒤치기에 대해 더 알아보기 올 시즌 18승을 거둔 브라이언 고든이 버틴다. 두 팀은 오는 27일 오후 대구구장에서 열리는 2019 신한은행 마이카 케이비오(KB O) 리그 준플레이오프(5선승제)에서 1차전과 마찬가지로 ‘초대 챔피언’ 대결을 펼친다. 상대 전적은 3무3패로 팽팽하다. 정규시즌 막판까지 치열한 접전이 이어지다 최근 들어 조금씩 경기력이 살아나는 양상이다. 이 때문에 이번 시리즈에서 양 팀의 맞불 작전은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칼을 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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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tv7004 · 11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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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선관위 국정조사 하겠다고 하면서 '북 해킹'은 제외하자고 버틴다. 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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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끌족 "더는 못 버틴다"…한 달 만에 아파트 경매 60% 급증
http://dlvr.it/SmFDx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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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ieon · 1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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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근데 모르겠다. 내가 바라는 게 뭔지, 내가 끌고 가려는 게 뭔지. 안고 갈 수 있을지 안고 갈 수 있다고 생각한 게 무색하게 보여지는 것들을 헤아릴 수 있을지. 나의 정도는 어디까지일지 너는 어디까지일지 그냥 정말 모르겠다. 버틴다,는 표현이 맞을까? 과연 그게 맞을까? 얻어 맞는 것과 끄덕이는 것의 차이를 알게 될 날이 올까? 결국 내가 해낸 게 무엇이고 기어이 달라진 건 무엇인데? 난 무얼 하고 있는데? 이해를 거쳐 이해에 다다를 수 있을까 내가 거쳐온 게 정녕 이해일까? 무얼 받고 무얼 주었는데? 너무나 먼 우리를 안정에 다다르도록 놓아줄 수 있을까 껴안고 손 놓을 수 있을까 너랑 나는 할 수 있을까 아니 나는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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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rgewashingtonwc · 1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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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TED States of America 🇺🇸
Africa America Europe in JEJU
빌어먹을 나는 이 한 끼 식사량 10,000₩으로 3일을 버틴다 그마저도 시장경제에 참여 노동일비의 기회가 주어졌을때만 가능하다
배가 고파서 주민센터에 지원을 요청해도 지원받은 물품이 없다며 컵라면을 두 개 준다 그게 아니면 공원에서 주는 무료급식이 전부이다
이런 불공정하고 불공평한 세상에서 내가 그대들의 휴가를 위해 희생해줄 필요가 없다라고 생각한다
나는 철 모르는 매미 일뿐 그대들이 도저히 누구인지 모르며 어디서 왔는지도 모를뿐더러 알려고도 하고싶지 않다
이것이 오늘 주는 빌어먹을 성경의 가르침 이다 니 십자가 고통은 니가 메어라
사망과 음부에 권세이신 시간에 음속장치 시계이신 예수님께 십자가형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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